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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이토록 친근한 소재를 가지고 이렇게 독특하고 매력적인 글로 탄생시켰다는 것이 놀랍다. 간결한 문체에 독특함과 재치 있는 표현, 글의 구성이 첫 장부터 빠른 속도로 책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한다. 마치 마법처럼. 현실과 환상과 현실이 교묘하게 어우러지며, 환상이 단지 허황된 세계가 아닌 현실과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영향을 주고받으며, 그 속에서 주인공은 98%만큼이나 중요한 2%를 채워 현실을 다시 만나게 되는 멋진 판타지 소설이다.
어린 시절 엄마 손에 이끌려 지하철 어딘가에서 버림도 받아보고, 엄마의 자살도 지켜봐야 했던 주인공은 원망도 슬픔도 느끼지도 표현하지도 못한 채 새 엄마와 그녀의 딸, 그리고 냉담한 아버지와의 생활을 시작한다. 지나친 새 엄마의 횡포와 여러 가지 상황으로 주인공은 말을 더듬기 시작했고 학교도 집도 그에게는 고통의 연속이다. 적군 영토에 허접한 움막으로 생존을 의지하는 것처럼 불안하고 위태로운 생활을 하는 주인공은 어처구니없는 누명으로 집에서 도망치게 된다. 이렇게 해서 만나게 되는 위저드 베이커리! 그는 그곳에서 자신을 그대로 인정해주고 걱정해주는 마법사와 파랑새의 따스함으로 깊은 위로를 받고, 사람의 감정들과 그들의 선택, 그리고 그것에 따른 책임감을 배우며 현실과 부딪힐 힘을 차곡차곡 쌓아간다. 자신에게 생긴 문제는 결국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서 주인공은 마법의 힘이 아닌 현실 속에서 자신을 지키고 자신을 찾아 갈 수 있게 된다.
어쩔 수없는 상황이 있다. 내가 선택해서 부모를 만날 수 없고, 내가 잘못했기 때문에 그 집안에 태어난 것도 아니고, 내가 태어나게 해 달라고 부모님께 부탁 한 것도 아니고, 그리고 또 뭐가 있을까? 그냥 그곳에 있었는데 바로 그 자리에서 사고가 나기도 한다. 이렇게 내가 어쩔 수없는 상황 없는 상황들이 나를 탓하고, 궁지로 몰아세우기도 한다. 내가 큰 잘못이라도 한 듯. 이런 경우들은 성숙한 어른들이 받아들이기에도 참 힘겨운데, 커가고 있는 이들에게는 그 무게가 얼마나 클까? 자신의 존재감을 키우고 성취감을 맛봐야 할 시기에 주인공은 자신이 그냥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의 원인이 되고, 타인의 원망 대상 되고 있음을 절감하고 그 상황을 벗어나기에도 아직 약한 16세이다.
작가는 그에게 그를 인정해주고 걱정해 주는 따스한 마법사와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 그리고 이전의 삶은 선택이 불가능 한 것이라면 이제부터의 삶은 스스로의 선택과 그 책임을 감당해야 함을 느끼게 해 준다. 무엇이든 다 이루어질 것 같은 마법의 세계에서도 선택과 책임이 중요하듯, 삶을 마감 할 때 까지 끊임없이 생겨나는 새로운 선택과 책임을 자립을 준비하는 작은 어른들에게 말하고 있다. 물론 다 자란 어른들도 아직 해결되지 못 한 문제이기도 하지만........
익숙한 시나몬 쿠키처럼, 커피 한잔에 또 다른 세상이 열리는 그런 카페도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