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중서부의 부엌들
J. 라이언 스트라돌 지음, 이경아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모든 오감이 느껴지는 감동의 맛!


 사실, 요리를 하는 것 보다는 먹는 것을 더 좋아한다. 맛을 예민하게 느끼는 '미식가'도 아니고, 음식을 조금만 먹는 '소식가'는 더더욱 아니다. 매번 맛있는 음식 앞에서는 '자제'와 '절제'의 미덕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악마의 유혹에 혹하곤 한다. 다이어트를 위해 될 수 있으면 저녁에는 밥을 먹지 않고, 간단하게 허기를 때우지만 브라운관 속에 나오는 맛있는 음식을 볼 때마다 매번 결심이 흔들리곤 한다. 요즘은 입맛이 너무 땡겨서 매번 티비 속에 음식이 나올 때마다 곤욕스럽다. 특히 나영석 PD가 연출하는 프로를 볼 때면 그 어느 유명한 쉐프가 나와 요리한 것 보다 더 음식이 땡긴다. 보지를 말았어야지 하는 순간, 이미 늦었음을. 저녁에는 먹지 못하다보니 잠들기 이전에는 내일 일어나면 꼭 먹겠다 결심하지만 아침이 되면 멍~때리기 일쑤이지만 그래도 각 부엌에서 만들어진 음식을 볼 때마다 각각의 재료가 어떻게 어우러져 신기한 맛이 나는지 늘, 새롭게 느껴진다.


비싼 재료에 좋은 쉐프들이 하는 음식을 못 먹어봤지만 집에서 신선한 재료로 정성을 다해 만드는 음식이 얼마나 맛깔스러운지는 안다. 어렸을 때는 늘 외식 보다는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먹다보니 '외식'하는게 더 좋아 보였으나 어느 순간부터 밖에서 먹는 음식보다 집밥이 더 좋았다. 국수나 만두를 하나 하더라도 정성껏 밀대로 밀어 만두피를 만들었고, 국수도 넓게 밀어 놓았다가 잠시 말려놓고, 썰어 해먹다보니 이제는 그런 손맛에 길들여져 다른 곳에서 국수나 만두를 먹으면 대번 '조미료'가 들어갔는지 아니면 천연재료로만 쓰였는지 절로 알게 되었다.


J. 라이언 스트라돌의 장편소설 <위대한 중서부의 부엌들>은 모든 오감이 느껴지는 감동의 맛이 나는 소설이다. 주인공인 에바가 무척 사랑스럽기도 하고, 애잔하기도 하며, 때로는 에바의 엄마인 신시아의 무책임한 행동에 아프기도 하다가 몸도 잘 못가누는 아이에게 사랑과 열정을 더하는 아이의 아빠 라르스의 애정이 뭉클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모든 아이의 부모는 태산처럼 높고, 아이에게 세상의 울타리가 되어 줬더라면 싶지만, 한 아이의 부모가 되었을지라도 마음까지 모두 성장한 진짜 어른은 아니었기에 신시아는 바람처럼 자취를 감춰버린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되기에는 그녀가 너무 어렸고, 육아로 인해 자신의 커리어가 단절되었다는 생각에 답답했을지라도 자신의 짝인 라르스에게 전적으로 전가해서는 안되었지만 그녀는 달랑 편지 한장으로 그들과의 관계를 끝내버렸다.


태어났을 때부터 에바의 아빠인 라루스는 딸아이의 사랑이 대단했고, 자신이 사랑하는 요리를, 맛을 아이와 함께하기를 바랬다. 훗날 아빠와 딸로 행복하게 지냈더라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딸아이에 대한 사랑이 극진했으나 그는 갑작스러운 몸의 이상으로 사랑스러운 딸아이와 오랜시간을 함께 할 수 없었다. 그 후 에바는 아빠의 동생인 삼촌의 딸로서 성장하게 되고, 에바의 부모는 라루스와 신시아가 각각 쉐프와 소믈리에로서의 직업이 아닌 주방에서의 일과는 다른 삶으로 살아간다. 그래서 더욱더 주방에서 쓸 레시피 조차도 쓸 기회가 없었지만 에바는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맛에 대한 감각을 익혀 나간다. 마치 에바의 아빠인 라르스를 깊이 각인하는 것처럼. 그러나 에바는 라르스에 대한 기억 조차 없고, 그저 유명한 쉐프 삼촌으로만 안다. 그 부분이 너무나 슬프고, 아련하게 느껴진다.


책은 에바를 주인공으로 하기 보다는 다른 인물을 통해 주인공인 에바의 이야기를 살짝 살짝 들려주는 편이다. 괴짜인 소녀가 천재 쉐프가 되는 이야기가 마치 자서전 처럼 쓰여지기 보다는 음식을 먹는 것처럼 달고, 짜고, 맵고, 신맛이 느겨진다. 더불어 책 속에 등장하는 많은 레시피들을 따라하고 싶을 정도로 다채로운 음식들이 나올 때마다 주방에 들어가 해보고 싶을 정도로 다채로운 음식들이 등장한다. 이야기의 맛과 음식의 맛이 어우러진 소설이다 보니 생각한 것 이상으로 더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각각의 인물들이 하나의 음식의 재료처럼 저마다의 색깔을 드러내고, 하나하나의 맛을 내는 것처럼 그들은 따로 떨어졌다 함께 어우러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에바의 성장소설이자 최고의 천재 쉐프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입체적으로 잘 살려낸 작품이었다. 무릇 음식의 맛 뿐만 아니라 에바가 살아온 과정 하나하나가 모두 인생의 맛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