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의 높은 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1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현실과 판타지를 넘어선 경이로운 여정의 발길을 내딛다.


  얀 마텔이라는 작가의 책을 접할 때마다 내가 같은 작가를 읽고 있나 싶을 정도로 그의 작품은 하나의 독립적인 기능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첫번째로 만난 작품이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2013, 작가정신)이었고, 두번째로 만난 작품이 그의 대표작인 특별판 <일러스트 파이 이야기>(2017,작가정신)이였다. 세번째로 만났지만 얀 마텔은 어떤 점에 있어서 가장 자연친화적이면서 동시에 자연의 모든 현상을 불러 일으키는 바람, 불, 천둥, 지진에 이르기까지 수 많은 천재지변의 모든 것을 말하는 것처럼 인간의 삶의 슬픔을 말한다. 인간의 삶에 있어서 사랑과 절망, 생과 사, 각각의 생각의 편린들은 앞으로 나아갈 미래를 예측하는 것과 동시에 나락으로 떨어질 것 같은 두려움이 동시에 존재하는 여행과 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뒷표지에 수록되어 있는 신형철 문학평론가의 추천사처럼 수 많은 시간을 보내고 난 후, 얀 마텔의 <포르투갈의 높은 산>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세상에 절대적인 존재도 없다는 것이다. 세월의 흐름을 뒤로 하고 보면 어느새 절대적인 누군가도 나의 곁을 떠나게 된다. 그것이 가혹한 운명인 동시에 인간이 겪어야 할 슬픔이고 인내라는 것을 그는 누가보다 더 생생하게 작품을 통해 보여준다. 우리는 주변의 많은 사람들 혹은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겪었던 생과 사와 인간의 삶에서 떨어뜨릴 수 없는 삶의 희노애락을 곁에서 보고 배우며 자랐다. 시간이 지나 그것이 소멸되고, 행복의 조건이나 소중한 것들의 위치가 뒤바뀌었다 할지라도 인간의 삶에 있어서 이상과 갈망은 늘 함께 결을 같이 해 왔고, 누구나 가장 인간적이고, 내가 누군가임을 확인하기 위한 존재론적 인식을 갈망하며 되돌아보게 만드는 것 같다.


그래서 얀 마텔의 소설은 세명의 주인공이 시공간을 떠나 겪는 상실감이 가혹하면서도 낯설지 않았고, 우리는 알고 있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삶의 본질을 잃어가고 있는 나를 다시금 바라보게 만든다. 본질이 무엇인지, 우리는 왜 본질을 훼손하고 세속적인 것들에 목을 매고 살아 가고 있을까 하는 의문점이 들기도 한다. 종교를 믿지 않지만 사람들은 오랜 세월부터 자신의 마음을 종교적인 것들에 대한 완벽한 믿음으로 부터 자신을 지켜왔다. 그 누구도 무너뜨리지 못한 단단한 마음을 새기기 위한 인간들의 가장 처절한 방법은 아니었을까?


산에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숨이 하늘에 턱까지 차오르고, 발걸음은 모래 주머니를 찬듯 무거운 발걸음으로 하나 둘 이어가며 기꺼이 목적지에 이른다. 인간의 삶 또한 가장 높은 산이 있을까? 어느덧 경지에 다다랐다 싶으면 한 페이지가 넘어가 또다른 산의 초입에 들어서다 보니 인간의 삶에 있어 다다를 산이 있을까 싶다. 포르투갈의 높은 산>은 총 3부작으로 되어 있지만 각 인물이 들어간 이야기가 꼭 한 편의 소설 같이 읽힌다. 1904년, 1939년, 1980년 세월의 흐름은 격변하고 있지만 포르투갈 리스본, 브라간사, 캐나다로 이어지는 시공간의 배경이 다르게 이어져 각각의 인물과 배경이 갖는 매혹적인 이야기는 3권의 책을 읽는 것처럼 다채롭다. 사랑과 아별, 동물들과의 교감이 하나의 연결고리로 들어가 매듭이 되어 이야기를 풀어가는 구성이다. 삶의 변곡점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 그것으로 하여금 숨이 찰 정도로 높은 산에 오르는 사람들의 이야기. 얀 마텔의 이야기를 글로 옮길 수 없을 만큼 그는 현실적이면서도 인간의 삶의 근원을 가장 최악의 상황까지 내려간 후에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고 할 수 있다.


늘 언제 읽어도 생경한 언어로 이야기하는 그의 작품은 캔버스에 채색하는 것도 다르고, 구성 또한 달라 늘, 처음 접하는 것처럼 새롭게 시작하는 기분으로 그의 책을 읽게 된다. 신형철 평론가의 글처럼 그의 이번 작품은 한 번만 읽고 그저 책장에 두는 것이 아니라 읽고 난 후에 다시 펼쳐 들고 읽고 싶을만큼 선연해지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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