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린다 작가정신 시그림책
함민복 지음, 한성옥 그림 / 작가정신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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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


 어렸을 때는 단단한 어른이 되고 싶었다. 비 바람이 몰아쳐도 바위처럼 굳건하고, 단단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될 줄 알았다. 아이보다 어른은 몸도, 마음이 힘이 더 세니까.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였던 나는 어른이라 부르는 나이에 접어들수록 내가 생각했던 어른의 모습으로 성장하지 못했다. 아직도 마음은 아이같은 모습이라 언제쯤 몸도 마음도 성큼 큰 사람이 될까,라는 생각을 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어쩌면 아이의 시선에서 봤을 때 어른은 몸피는 어린아이에게 큰 우산 같은 존재일지 모르나, 개인의 삶에 있어서 어른들의 삶 역시 하나의 단단한 바위로 오롯하게 서 있는 다는 것은 큰 모험이 아닌가 싶다.


흔들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바람에 휘날린다고 하여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우리는 삶에 있어서 흔들리는 것은 자연의 이치와 맞닿아 있다. 작가정신에서 나온 시 그림책은 함민복 시인의 '흔들린다'라는 시를 한성옥 그림을 통해 소개해 놓았다. 그의 시를 바탕으로 바람에 나부끼는 나무를 표현함으로서 흔들리는 것을 자연스럽게 표현한다. 비바람이 몰아져 심하게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는 봐왔으나 그것이 우리의 삶에 있어서 그것이 단순히 자연의 모습이라고 치부 하기 이전에 인간의 삶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굳건하게 버티는 것이 얼마나 많은 정성과 힘을 쏟아야 하고, 안간힘을 써야 하는지를 실감나게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나무는 최선을 다해 중심을 잡고 있었구나

가지 하나 이파리 하나하나까지

흔들리지 않으려 흔들렸었구나

흔들려 덜 흔들렸었구나 흔들려 덜 흔들렸었구나

흔들림의 중심에 나무는 서 있었구나 ('흔들린다' 시의 일부분)


시인의 눈은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조차도 하나도 허투루 보지 않고 바람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 온 힘을 쓰는 나무에 시선을 집중시킨다. 처음에는 나무가 장하게 버티는 것을 연상시키지만 이내 나무의 안간힘이 나를 지탱 지켜주는 가족을 떠올리게 하고, 다시 나의 삶을 바라보게 된다. 스스로 어른이 되어 간다는 것. 그것이 바람의 한가운데 중심을 지켜나가는 나무와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흔들리는 삶에 대해서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을 매번 떠올렸으나 이제는 이 시와 더불어 함민복 시인의 '흔들린다'도 함께 음미해 본다. 깊어가는 가을녘, 단풍이 지고, 쌀쌀함이 느껴지는 요즘 더욱더 함민복 시인의 시가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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