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파이 이야기 (특별판)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토미슬라프 토르야나크 그림 / 작가정신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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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한 일러스트를 더욱더 진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파이 이야기.


 4년 전에 얀 마텔의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2013,작가정신)를 통해 그의 작품을 먼저 접했다. 자국의 수상인 스티븐 하퍼에게 문학을 권하며 쓴 101통의 편지를 통해 그가 수상하게 권하는 좋은 작품들을 읽어보았고, 꼭 읽어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읽었었다. 그의 대표작인 <파이 이야기>를 이전부터 좋다고 들었고, 그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가 개봉이 되었을 때, 그 영화를 보고 온 지인은 꼭 보라며 권했다. 너무나 감동적인 영화였다고. 여러번의 추천이 더해진 작품을 본다, 본다 하면서도 그의 작품을 매번 놓치다가 이번에 다시 토미슬라프 토르야나크 그림이 40점이나 수록된 특별판을 통해 드디어 <파이 이야기>와 조우했다. 많은 이들이 이 소설을 읽었을 때 두손 가득 엄지 척을 한 소감을 이제야 느낄 수 있다니, '역시'라는 말 밖에 나오지 않을 정도로 그의 이야기는 감동적이었다.

생생한 일러스트가 더해진 이 책은 야생의 동물들이 살아 숨쉬고 있다. 사람과 동물들이 사는 곳을 나누고 있는 우리와 달리 인도 소년인 파이는 '동물원'을 운영했던 아버지와 어머니, 형과 함께 행복한 삶을 살며 동물들과 교감한다. 유년시절의 파이는 별다른 고민없이 행복한 시절을 보냈으나 70년대 후반의 인도의 정치적 상황이 급속도로 불안해지면 파이의 아버지는 동물원을 팔고 캐나다로 이민을 계획한다. 일 년여의 준비과정을 겪은 후에 화물선을 타고 파이의 가족은 캐나다를 향해 떠난다. 자국 내의 상황이 불안정했음에도 파이의 가족은 떠나지 않음이 더 나은 선택이었을까?

파이의 가족은 꽤 많은 준비를 했음에도 배가 침몰되리라는 상황은 생각하지 못한 채 떠난지 나흘 만에 타고간 배가 가라앉아 버렸다. 순식간의 일이었고, 가족을 모두 잃은 파이의 곁에 남아 있는 것은 작은 구명 보트와 야생 벵골 호랑이 한마리 뿐이다. 바다 한가운데에서 남아있는 이가 소년 파이와 야생 호랑이 한마리 뿐이라니. 절망과 공포, 살아 숨쉬는 순간이 아득하게 느껴졌다. 자신 곁에 살아있는 이가 사랑하는 가족이 아닌 나를 잡아 먹을지도 모르는 호랑이와 함께 승선해 있다면 더 없이 암담하게 느껴졌을 것 같다.이야기의 흐름이 빠르게 이어가지 않다보니 초반의 여정은 거북이 걸음으로 걸어가는 여정이었으나 많은 동물들과 함께하는 모습이 잔잔한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큭큭거리며 웃지 않아도 중간중간 파이의 시선 속에 그려지는 이야기 속에 농담들이 하나 둘 베여 있다보니 그저 미소를 지으며 그의 문장을 읽어나갔다.


얀 마텔의 글을 읽다보면 루이스 세풀베다의 <연애소설을 읽는 노인>(2009,열린책들)을 떠올리게 된다. 인간과 삶의 여정을 함께하는 여정인 동시에 생존이고, 본능에 충실 할 수 밖에 없는 모습이야 말로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떠올리게 만든다. 끝없이 펼쳐지는 물의 향연 속에 어디에 정박 할 수 있을지 모르는 막막함 속에 다시금 생존의 본능이 서로를 얽어매고 결국은 함께 공존하며 항해를 할 수 밖에 없음을 강렬하게 시사해주는 책이 아닌가 싶다. 얀 마텔의 강렬한 이야기 만큼이나 일러스트의 색채 또한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날렵함과 원시적인 색깔이 눈앞에 펼쳐진다. 손에 잡힐 듯 그려내는 색채감에 눈을 할퀴듯 강렬한 눈빛을 동물들의 날큼한 눈빛이 생생하게 들어온다. 소설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다큐멘터리 같은 감동과 함께 오랜 시간 항해하는 모습들이 진하게 다가온다. 227간의 표류기는 그야말로 끝없는 투쟁이었고, 생존이었으며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한 인도 소년의 염원이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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