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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최고의 책
앤 후드 지음, 권가비 옮김 / 책세상 / 201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책과 책이 더해져 더 매혹적으로 다가오는 이야기.
어떤 계기로 책에 빠져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학생 때보다 학생이 아닌 요즘 더 책을 많이 읽고 있다. 어렸을 때 좋아했던 것들, 혹으 싫어했던 것들이 어느 순간 뒤 바뀔 때가 있다. 현재 좋아한다고 영원히 좋아하는 것이 아닐 수 있고, 싫어하는 것들을 영원히 싫어하지 않는다는 것을 책을 통해 알았다. 어떤 동기에, 어느 순간에 내 마음에 들어오는 것이 책이었고, 앤 후드의 <내 인생 최고의 책>의 주인공인 에이바 역시 남편 짐이 자신이 아닌 다른 여자를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는다. 한 남자의 아내, 아이들의 엄마라는 자리에 균열이 간 에이바는 어린 시절 놓았던 책을 다시금 부여잡는다. 이혼 후 상처를 달래기 위해 가입한 북클럽에서의 이야기는 그녀의 상처를 달래줄 만큼 책과 책이 더해져 더 매혹적인 이야기로 다가온다.
북클럽 멤버들이 책을 선정하고, 함께 읽으면서 서로의 의견을 피력한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상처와 가족간의 불화, 죽음 더없이 피폐해진 사람들의 마음 속에 벌어진 상처를 꿰메고, 마음 속에 따스한 바람을 불어준다.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책'을 주제로 매 달 한 권씩 지정하는 책의 리스트에 귀가 솔깃할 만큼 좋은 책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다. 1월부터 11월까지 지정된 리스트의 책은 1월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프랜스시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레프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 년동안의 고독>,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 베티 스미스의 <브루클렌에는 나무가 자란다>, 7~8월엔ㄴ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커트 보니것의 <제5도살장> 마지막 11월에는 로절린드 아든의 <클레어에서 여기까지>를 다루고 있다.
책을 혼자 읽는 것이라고 하지만 함께 책을 읽고,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소개하고, 함께 책을 읽어가며 토론을 하며 책을 읽어나가는 것이 좋았다. 나 또한 에이바처럼 여러 해 독서모임을 하면서 함께 읽어왔던 책들이 더없이 좋았고, 혹은 읽기 어려운 책들이나 관심을 갖지 않는 책들을 접할 수 있는 시간이어서 늘 즐거운 마음으로 독서 모임에 참여 했던 것 같다. 혼자만의 감상이 아니라 각자가 같은 책을 읽고 느끼는 개개인의 감성과 생각들이 오갈 수 있어서, 책을 더 풍성하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아닌가 싶다.
책을 읽을 때마다 각각 느끼는 무게와 감정들이 다르다 보니 책에서 등장하는 인물을 만날 때마다 감정의 늪에서 한걸음 한걸음, 혹은 성큼 다가갈 때가 있다. 사람과 사람으로서의 만남이 아니라 책을 통해 느끼는 그 시간들이 한 순간에 나의 삶에 크게 영향을 좌지우지 할 수 없지만, 많은 책을 읽다보면 그 시간 속에서 읽었던 많은 책들이 어느 순간 내가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책과 인생의 경험이 더한다면 많은 시너지 효과를 얻을 것이고, 그것이 한 권의 책이 아닌 내가 읽는 모든 책이 내 인생 최고의 책이 아닌가 싶다.
누군가 내게 인생에서 가장 최고의 책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바로 대답을 하지 못 할 것 같다. 좋아하는 책이 몇 권 있지만 그 책이 내 인생 최고의 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늘, 그 질문을 받을 때면 지금도 계속 찾고 있는 중이다, 라는 말로 때우곤 한다. 10명의 북클럽 멤버들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만나는 수 많은 책을 읽으면서 나도 그들과 같이 읽고 싶어 노트에 적어 놓았다. 그들이 말한 책 중에서 읽은 책도 있고, 사놓고 아직 읽을 때를 기다리고 있는 책도 있지만 늘, 책에 관한, 책 이야기라면 밤새 수다를 떨만큼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에이바의 삶에 있어 가족에 의해 응어리진 마음을 책과 함께 매개가 되어 그린 앤 후드의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좋았던 작품이다. 책을 좋아하는 이라면 더 없이 좋을 책이 아닌가 싶다.
처음 알았다. 《안나 카레니나》가 천 쪽이 넘는 책이라는 걸. 정확하게 말하자면 천팔 쪽이었다. 책을 펼쳤다. 첫줄을 읽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각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불행한 가정은 각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소리 내어 읽었다. 짧은 문장이지만 이보다 더 맞는 말이 또 있을까, 에이바는 감탄했다. - p.1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