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증발 - 사라진 일본인들을 찾아서
레나 모제 지음, 스테판 르멜 사진, 이주영 옮김 / 책세상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이방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본의 민낯.


 각 시대마다 흥망성쇠가 존재한다지만 현재 경제를 이끌어가고 있는 나라에서 좋은 소식이 아닌 나쁜 소식이 들려오면 나도 모르게 귀를 쫑긋하게 만든다.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미국이나 일본에서 재채기를 해오면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감기에 걸린다고 하니 아주 영향이 없지는 않다고 볼 수 있다. 경제에 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패턴이 어느 나라다 같다보니 미국이나 일본 사회에서 대두되는 문제가 곧 우리나라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는 경우가 많아 일본의 사회현상을 주목하게 된다. 경제가 부흥 할 때처럼 모든 이들이 직업을 갖고, 원활하게 돈을 융통할 수 있는 시대도 있었으나 어느 순간 부풀어 올랐던 경제는 거품처럼 사라져 버렸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버블경제로 인해 많은 이들이 실직과 돈을 잃고 추락한 사례와 마찬가지로 현재 매년 10만 명의 일본인들이 스스로 사라진다. 왜 그들은 스스로 사라지는 길을 택했을까?


레나 모제의 <인간증발>은 프랑스 저널리스트인 레나 모제가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인의 실상을 그려냈다. 그의 글과 함께 스테판 르멜의 사진까지 더하고 있는 사라진 일본인들의 모습은 좀 충격적이다. 요즘처럼 통신망이 잘 되어있고, 수시로 사람이 오가는 것을 체크 할 수 있는 CCTV가 여기저기 있는 데 그들은 왜 삶의 맏다른 골목에서 홀로 살고 있을까? 아내와 아이들, 부모와 모든 인연을 끊고, 쪽지 혹은 편지 한장 남겨놓고 사라져 버린 그들의 말로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텔레비전 뉴스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자주 생활고로 인한 안타까운 뉴스들이 나오는 것처럼 일본에서는 빛과 실직, 낙방, 이혼으로 인해 겪는 생활고로 인해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을 모두 놓아 버리고 조용히 보이지 않는 곳에 그림자로 살아간다. 레나 모제는 도쿄, 오사카, 도요타, 후쿠시마 등 대도시에 숨어사는 그들을 취재하고 그들이 왜 손을 놓고 살아갈 수 없었는지를 과감하게 보여준다.


5년간의 프랑스인 부부가 취재한 이 보고서는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더 삶의 내리막을 그리고 있다. 제목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어찌 인간이 이 세상에서 '증발' 할 수 있을까. 어림도 없는 일이지만 그들은 자신의 이름을 지우고 낯선 대도시에서 노숙자로 근근히 살아가다. 완전한 아웃사이더이자 그 누구도 그들의 행방을 알 수 없도록 모든 시간과 기록을 삭제한채 자신을 잃어간다. 남아있는 가족들은 울며 불며 찾아 나서다가 오랜 시간이 지나면 체념하거나 다시 재혼하여 새 가정을 꾸리기도 한다. 그들의 부모는 증발해 버린 자식을 오랫동안 기다리고 또 기다리지만 아무런 소식조차 없다.


사회는 점점 더 발전되어 가지만 예전과 달리 내려가면 올라 설 수 없는 환경과 끝없는 추락이 한 사람을, 또 한 사람들을 서서히 사라져 버리게 하는 것 같다. 구조적인 어려움과 빈익부 빈익빈 현상의 격차가 점점 더 넓어지다 보니 잘 사는 사람은 너무나 잘 살지만, 못 하는 사람은 그 늪을 벗어나기 힘들다. 일본의 화려한 면면 사이로 틈입해 오는 검은 그림자들이 점점 더 그 공간을 늘리고 있는 것 같아 읽는 내내 마음이 좋지 않았다. 불안과 절망이 가득한 시대에서 점점 더 그들이 조용히 야반도주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들이 인식이 되고, 그것을 지켜 줄 수 없는 사회의 시스템들이 점점 더 한 개인을 지켜줄 수 없는 사회로 전락 할 수 밖에 없는가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던 책이었다.무엇보다 우리의 삶이 몇 십년, 혹은 몇 년에 대두되는 사건이 우리의 삶 속에 깊이 침투되는 것처럼, 일본이 쉬쉬하고 있는 이 모든 일들이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인 문제로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일본인들은 마치 약한 불 위에 올라간 압력솥 같은 사회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그러다 압력을 견딜 수 없을 정도가 되면 수증기처럼 증발해버린다.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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