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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반역실록 - 12개의 반역 사건으로 읽는 새로운 조선사
박영규 지음 / 김영사 / 2017년 8월
평점 :
반역이라는 이름으로 묻어있던 역사이야기.
얄궂게도 조선의 역사의 시작은 '반역'으로 부터 시작된다. 이성계의 '위화도회군'을 시작으로 고려의 우왕과 신하들을 적으로 돌렸고, 그것을 기틀삼아 조선을 건국하는 씨앗이 된다. 고려의 장군이 아닌 조선을 건국하는 시조로서 첫 발걸음을 뗀 '이성계'는 훗날 자신의 아들인 '이방원'에게 뒤통수를 맞는다. 그는 사나운 성정으로 정몽주를 철퇴로 죽이고, 자신의 혈족들을 비롯해 아내의 혈족까지도 제거하게 된다. 이성계는 훗날 이방원에게 정몽주를 제거했다는 소식을 듣고 격노한다. 직접 그를 죽이기 보다는 서서히 그의 목숨을 옥죄이려고 했지만 그의 아들이 한 발 더 빠르게 수행했고, 그의 성정처럼 무자비한 처단방법이었다.
그렇게 조선은 이성계, 이방원을 시작으로 이성계 복위 전쟁에 나선 조사의와 태종 이방원의 날카로운 눈길을 피하지 못했던 처남들의 운명 또한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그 어떤 시대보다 역사적 기록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인지 드라마나 영화화가 많이 되었는데 특히 많은 드라마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이 <용의 눈물>이다. 태조 이성계와 태종 이방원의 권력 싸움과 한치도 물러설 수 없는 부자의 면모가 잘 드러났다. 무자비하고 차가운 성정을 가진 태종 이방원의 무시무시함은 훗날 세종대왕이 왕권을 강화하고 안정적으로 국정을 수행하는데 있어 좋은 조건이 된다. 태종은 외척이 손을 뻗는 것에 대해 경계했고, 세종의 장인이었던 심온 마저도 역적으로 몰아 죽여 버린다.
한글을 창제하고정치, 경제, 사회는 물론이고 다방면으로 문화가 융성했지만 세종대왕 이후 긴 세자 시절을 거쳐 왕이 된 문종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발산하지 못하고 자신의 어린 아들인 단종에게 왕위를 내어준다. 어린 왕에게는 아버지와 비슷한 연배의 삼촌들이 많았으나 둘째아들인 수양대군은 어린 조카를 내쫓고 왕위를 찬탈한다. 단종을 지키려 했던 무사 김종서는 창졸간에 철퇴에 맞아 죽어버리고, 숙부는 어린 조카를 협박해 왕위에 앉는다. 아직까지도 성리학의 영향을 받고 있건만 조선시대의 역사를 훑어보면 편안하게 왕위를 이어받는 사례 보다 권력에 의해 죽고 죽이는 피비린내 나는 역사의 현장이 더 많았다. 앞의 이야기가 왕위를 찬탈하기 위한 샅바싸움이라면 이시애, 남이, 정여립, 허균, 이괄, 이인좌와 소론 강경파의 이야기는 정치의 권력이 오롯하게 돌아가기 보다는 한 가문, 한 세력에 의해 좌지우지 되고, 가난한 백성들이 더 궁핍함으로서 난을 일이키는 사건들이다.
'반역'이라는 이름을 붙여 절대 권력에 의해 묻어있었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이전에 평가되었던 일들을 다시 재조명하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예전에는 교과서대로 역사를 평가하고 이해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교과서에 설명되어 있는 사건들이 사실은 '중립적인' 시선으로 쓰여있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에 있어서 이기면 승자로서 자신의 일들을 크게 기술하는데 비해, 패자는 말 없이 사라지고 만다. 좋았던 기록들도, 좋지 않았던 기록들도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그 어떤 책을 읽더라도 한 사건, 한 인물에 대해 깊이 각인은 새겨놓지 말아야겠다. 이미 익숙하게 접해왔던 이야기들도 있었지만 반역이라는 이유 만으로 사라졌던 이들을 만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역사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새롭게 변모되는 이야기가 신선하게 느껴졌고, 탄력적으로 그들의 사건과 인물을 접할 수 있어서 좋았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