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남자
박성신 지음 / 황금가지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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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남자의 사랑.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변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 p. 213


 남북이 분단된지 70년이 넘었다. 올해로 분단 72주년을 맞았다. 초등학교, 중학교를 다녔을 때에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곧잘 불렀으나 남과 북의 관계는 온탕과 냉탕을 오갔다. 아이였을 시절에도 그랬지만 나이가 먹은 요즘에도 뉴스에서 어김없이 터져나오는 북한의 뉴스는 우리에게 늘 '위협'의 존재로 느껴진다. 교과서를 통해 보았던 많은 이념적 논쟁들이 휩쓸고 지나갔고, 그 속에서 많은 이들의 투쟁이 소리소문없이 사그러들었다. 내가 태어나기 이전에 많은 세대들이 겪었을 나라를 뺏긴 서러움, 전쟁, 이념들의 시간들이 많은 족적을 냈으나 흔적도 없이 사라져간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박성신 작가의 <제3의 남자>는 한 국가의 비극적인 역사를 관통하는 작품이자 한 개인의 엇갈린 사랑을 강렬하게 그려내고 있다. 책의 시작은 알 수 없는 한 여자가 죽음을 맞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누군가 그녀를 총으로 저격한다. 탕! 아내와 이혼하고 단 돈 만원도 없는 대국에게 한 남자가 찾아온다. 그의 아버지가 백주 대낮게 누군가에게 총을 맞아 병원에 있다는 소식을 전해준다. 남자를 따라 병원에 가게 되고, 다른 병원과 달리 외진 곳에 조용한 병원에서 누워있는 아버지를 보게 된다. 그곳에서 한 남자는 아버지가 숨겨둔 수첩을 찾아주면 거액의 돈을 준다는 유혹을 하게 되고, 대국은 그 미끼를 물고 아버지의 수첩을 찾아다닌다.


현재의 시점과 대국의 아버지 최희도 아니 월출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1년에 볼까말까 한 아버지, 마주하며 밥을 먹는 것 조차 서걱거리는 관계였다. 운동을 하고 싶었으나 아버지의 반대로 할 수 없었고 결국 자신의 무릎을 부러트렸다는 오해로 그를 더 미워하며 살았다. 거액의 돈을 받기 위해 수첩의 행방을 찾는 대국은 서서히 그가 걸었던 시간 속으로 들어간다.


남북이 분단되어 대치 상황에 있고, 북에서 내려온 간첩들이 남한으로 내려와 생활 속에 틈입해 있었다. 북한에 가족을 두고 가족과 민족을 위해 지령을 받은 이들은 남한에서 태어나고 자란 것처럼 자연스럽게 위장을 하며 살고 있었다. 주인공 월출 또한 자그마한 책방을 운영하는 그런 사내로 보였다. 자연스레 녹아들듯 남한 사회에 숨어있지만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위협이나 미행 만큼은 칼같이 눈치채고 날렵하게 그들의 뒤를 캐어 물리친다. 그러던 중 책방에 온 한 여대생인 김혜경과 만나게 되고, 그녀의 집에 책을 배달해준다. 그러던 어느날 경찰이 그녀를 뒤쫓게 되고, 월출은 혜경을 자신의 책방으로 그녀를 피신시키게 되고 그렇게 그녀가 월출에게는 남한에서 살아야하는 이유가 된다. 그러나 뒤를 쫓는 형사 서중태는 날렵한 눈매를 가진 그의 모습을 보고 그에 대한 뒷조사를 하게 된다.


그러던 중 책방에 불이 나게 되고, 혜경은 사라져버렸다. 몇 년후 윤숙희라는 이름의 가수로 세상 밖에 나오게 되고 다시 월출과 만나게 되지만 월출을 좋아하는 문자에 의해 혜경이 보내는 메세지를 전달받지 못한다. 그렇게 어긋나버린 인연은 결국 월출의 가슴 속에 영원히 박힐 수 밖에 없었다. 그녀와 함께하고 싶었지만 불행하게 함께 할 수 없었고 그는 그녀가 남겨놓은 보물을 지켜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러나 그의 마음과 달리 상황은 항상 어긋나 있고, 어느새 그도 그를 괴롭히던 이들도 저마다 나이를 먹게 되는데...


월출과 대국의 이야기가 교차되면서도 서서히 밝혀지는 진실의 이야기가 숨막히듯 다가왔다. 부모 형제를 위해 남한으로 내려온 한 남자는 지령을 받고 간첩으로 활동하고 있으나 이내 시국은 많이 달라졌고, 남한에서의 삶을 살게된다. 그러나 틈틈이 내려오는 지령에 북도 남도 믿을 수 없게 되고 자신의 목숨과 사랑하는 이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애처롭게 다가왔다. 영화 '실미도'를 비롯하여 김영하 작가의 <빛의 제국>등 많은 작품들이 지령을 받고 북으로, 남으로 가는 이야기였지만 결국 국가에 의해 희생되는 개인의 이야기였다. 손에 땀을 쥐듯 서서히 조여오는 인간의 악날함과 어떤 폭풍이 휘몰아쳐도 일편단심 한 여자를 사랑하는 묵묵한 남자의 이야기가 굉장히 흡입력 있게 다가왔다. 결코 드러낼 수 없는 진실에 대한 한 남자의 일대기를 아들에 의해 하나둘 밝혀지는 이야기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신예작가로 알려진 작가의 작품이 무색할 만큼 깊은 흡입력과 이야기를 끌어가는 능력이 대단한 작품이다.


나는 진남이란 이름에 결박당해 꼼짝할 수 없었다. 아버지의 눈동자가 출렁이다 고요히 가라앉는다. 통일의 꿈으로 터덕였을 청년. 가장의 짐을 짊어지고 그대로 삭아 버린 청년. 아버지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나는 그의 손을 간신히 움켜쥐었다. - p.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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