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트로드 모중석 스릴러 클럽 42
로리 로이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미세한 균열로 만들어낸 오해와 진실.


​ 강한 태풍이 불어와 나의 모든 것을 할퀴어 놓는 것과 잔잔한 바람이 불어와 조금씩 잠식하며 내 삶을 흐트러 놓는 것 중 어떤 바람이 더 세고 강한 것일까?라는 물음이 짙게 밀려온다. 모중석 스릴러 클럽 42번째 책인 로리 로이의 장편소설 <벤트로드>는 2012년 에드거상 최우수신인상을 수상한 신예작가의 작품이다. 책은 시종일관 처음부터 끝까지 조곤조곤한 말투로 섬세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마치 유리 위를 걷거나 흔들리는 다리에서 조금씩 발을 떼듯 느릿한 속도로 이야기를 몰아가고 있다. 캔자스 주의 한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고향을 떠났던 아서가 가족들과 함께 캔자스 주의 벤트로드에 다시 정착하면서 이야기는 고조된다.


어떠한 이유로 고향을 떠났다가 세월이 흘러 다시 고향을 찾았다면 아주 큰 성공을 해서 금의환향을 하지 않은 바에야 다시 되돌아오기가 쉽지 않다. 작은 마을일수록 더 베타적이지만, 다행히 그는 엄마와 작은누나가 살고 있었고 아서는 가족과 함께 벤트로드에 정착한다. 아서가 가족들과 이곳에 오기 전 도로에서 무언가 부딪힌 것이 하나의 복선인 것처럼 처음부터 그들의 발걸음에 미세하게 빗금이 쳐져있다. 아서는 실리어와 그의 아이들인 대니얼과 에비와 함께 평온하게 살아가려 하지만 곳곳에 묻어나오는 '그사건'의 흔적들이 함께 혼재되어 있다.

그의 큰 누나인 이브의 죽음으로 자의반 타의반으로 고향을 떠나왔지만 본의아니게 아서의 딸인 에비는 이브의 유품에 지나치게 집착한다. 그러던중 마을에 한 소녀가 실종되고 마을사람들은 저마다 루스의 남편인 레이를 의심스럽게 바라본다. 둘째 누나인 루스가 남편인 레이에게 폭행을 당해 엉망인 몸을보고 아서는 화를 감추지 못하고 그와 한바탕 한 후 루스와 레이를 떨어뜨려 놓는다. 술을 먹으면 어떤 일을 할 줄 모르는 망나니가 되는 레이는 루스에게 풀듯 몸도 마음도 엉망이 되어있지만 이브가 죽기 전에 레이는 점잖으면서도 잘생긴 청년이었다. 그러나 이브가 집안에서 피를 흘리며 죽은 이후부터 그의 가족도 레이도 모두 변해있다. 언니의 애인이었던 남자와 결혼한 루스. 모든 것이 비틀어진 삶을 회복하기란 쉽지 않다.


마을에서는 예쁜 금발의 소녀가 실종되었을 때 이브를 떠올렸고 이브 역시 레이가 그렇게 죽였을 것이라고 마을사람들은 저마다 수군거린다. 대놓고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심정적인 범인은 레이로 지목된다. 로리 로이가 그리는 인물들은 저마다 모두 불안정하다. 어딘가 모르게 시한폭탄이 터질 것 같은 예감에 숨을 죽이게 만든다. 이야기가 고조 될때마다 미세하게 균열이 가는 소리가 쩍쩍 들리지만 '그사건'에 대한 속내를 쉬이 펼치지 않는다. 다만, 그 속에서 위협적으로 다가오는 인물이 레이였다.


모두가 불안정하지만 특히 이브의 드레스를 입고 이브와 레이가 찍힌 사진을 보면서 에비는 자꾸만 레이에게 주목한다. 형편없는 레이의 모습은 폭력에 시달리는 루스는 그의 아이를 품은 것과 상반되는 이미지로 다가왔다. 이야기는 끝까지 계속 반복하며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다가 마지막에 누가 더 무서운 사람인지를 펑하고 터트린다. 처음에는 책을 다 읽고 덮는 순간 밋밋한 소설이구나 싶었으나,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가장 피해자라고 느꼈던 인물이 주는 무서움이 크게 다가왔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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