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나를 안아 준다 - 잠들기 전 시 한 편, 베갯머리 시
신현림 엮음 / 판미동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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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오지 않을 때 포근하게 읽을 수 있는.


 베개에 머리를 누이면 언제나 쉬이 잠을 잘 자는 편이어서 불면증이라는 것을 잘 몰랐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늘, 책을 옆에 두고 수면모드의 등을 켜놓고 책을 읽다가 잠이 들었다. 요 근래에는 책 대신 스마트폰을 보며 인터넷에 올라온 기사가 웹소설을 읽다보니 늘 늦은시간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런 시간을 한 두달쯤 가지다 보니 잠이 부족했고, 이른 잠자리에 들어서도 잠이 오지 않아 불면의 밤을 보냈다. 잠자리에 들어서는 스마트폰의 불빛 때문인지 눈도 피로했고, 바로 잠이 들지 않아 이제는 다시 책을 읽다가 잠을 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처음으로 읽은 책이 바로 신현림 시인이 엮은 <시가 나를 안아준다>라는 시집이다. 밤, 고독, 사랑, 감사, 희망이라는 주제를 통해 우리나라의 시는 물론이고 외국시와 함께 명화를 수록해 놓아 읽고 보는 맛이 좋다. 그림의 제목을 그림 아래에 적어 놓았는데 번역을 해놓는 대신 영어 그대로를 적어 놓아서 그런지 제목과 함께 그림을 다시금 바라보게 만든다. 때로는 시가 좋아 포스트잇을 붙이는 경우도 있지만 그림이 좋아 계속 해서 한 페이지를 오랫동안 바라 본 적도 많았다. 또, 제목을 번역해 보기도 하면서 시를 읽다보니 점점 눈이 감겨 때이른 잠자리에 들기도 했다.

제목 그대로 시가 나를 안아주는 포근함과 함께 곁들여진 그림이 좋아서 마음을 즐겁게 하고, 때로는 나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절로 경건해지는 문구를 볼 때면 나도 모르게 생각이 깊어지는 시간이기도 했다. 시를 읽다가 서서히 눈이 감겨지고, 절로 잠이 드는 시간들. 한 편의 시를 음미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늦은잠 호젓한 시간에 충만함이 흐르는지 미처 몰랐다. 늦은 밤 홀로 누워 소설을 읽는 맛도 좋지만 시를 읽는 시간 또한 즐거움이 더한 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저번 달에 읽은 장영희 교수의 <생일 그리고 축복> 또한 많은 영미시를 접할 수 있어서 좋았지만 신현림 시인이 엮은 <시가 나를 안아준다> 역시 성별을 떠나 국경을 넘어서 다양한 시를 접할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특히 곳곳에 배치된 시화가 너무 좋았던 책이다.




왼손


                                     도종환


말없는 왼손으로

쓰러진 오른손을 가만히 잡아주며

잠드는 밤


오늘도 애썼다고

가파른 순간순간을

잘 건너왔다고


제 손으로

지그시 잡아주는

적막한 밤


어둠속에서

눈물 한방울이 깜빡깜빡

그걸 그려보는 밤 



고독


자기 자신과 잘 지내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다른 사람과 잘 지내겠는가.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사람이 어떻게

온전한 사람일 수 있는가.

자기 자신과 함께 있다는 것은

움켜쥐고 있던 것을 내려놓는 것.

침묵하는 것, 귀를 기울이는 것을 뜻한다. - 베테딕트 교황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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