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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이름을 지킨 개 이야기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엄지영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마푸체족 사람들과 아프마우의 우정이 담긴 이야기.
<연애 소설 읽는 노인>(2009,열린책들)을 통해 루이스 세풀베다의 작품 세계에 발을 디뎠고, 임펙트 있는 작품이라 늘, 그의 신작이 나올 때면 귀를 쫑긋 세우거나 눈을 반짝이게 된다. 이번 작품 역시 기대가 되었고, 읽어보니 역시라는 말 밖에는 할 수 없을 정도로 마푸체족 사람들과 아프마우의 우정이 가슴먹먹하게 다가온다. 개를 일컫어 많은 이들이 '충직한' 동물로 비유하고 있고, 그에 대한 일화는 무수히 보았지만 루이스 세풀베다의 필치를 통해 아프마우의 시선과 목소리를 통해 듣는 이야기는 더 가슴을 아릿하게 만든다.
「이 녀석은 내 개가 아니라 내 손자 아우카만 -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콘도르- 의 친구일세. 재규어 나웰이 어디서 이 녀석을 발견했는지, 그리고 어미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기는 어려울 거야. 하지만 이 어린 녀석이 깊은 산속에서 추위와 굶주림을 이겨 냈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네. 그러니까 라콘, 즉 죽음의 달콤한 유혹에 굴복하지 않고, 몬웨, 즉 삶에 대한 강한 충직함을 보여 주었다는 거지. 그래서 우리는 이 녀석을 우리말로 충직하다는 뜻을 지닌 아프마우라고 부르기로 했다네.」 -p.37
언제 어디서 엄마의 품을 떨어져 나왔는지 모를 어느날 눈 속의 추위에 떨고 있는 어린 강아지를 물고와 자신이 기거하는 동굴 안에서 품어준다. 먹이도 함께 먹고 놀아주면서 자신의 곁에 데리고 있던 강아지를 마푸체족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으로 데려간다. 재규어 나웰이 사는 곳은 더 이상 어린 강아지가 살기에는 너무나 위험한 곳이었기에 그는 마을로 데려가 마푸체족 즉, 대지의 사람들에게 어린 강아지를 맡긴다. 그곳에서 아프마우는 '충직하다'는 뜻을 가진 이름을 얻고, 웬출라프 할아버지와 그의 어린 손자인 아우카만과 함께 살아간다.
자연의 모든 것에 감사하고, 좋은 것이 있으면 함께 나누며 정겹게 살아가는 그곳에서 아프마우는 건강하게 자라난다. 웬출라프 할아버지가 들려주시는 옛 이야기를 듣고, 향긋하게 만들어진 비스킷을 아우카만과 나누며 실컷 먹을 수 있는 풍요로움이 있던 그 시절을 아프마우는 기억하고 있다. 개와 사람이 아닌 서로의 곁을 나눈 형제로서 살아가던 어느날 윙카라는 난폭한 침입자에 의해 마푸체족 사람들의 터전을 짓밟히고, 아프마우와 아우카만의 웬출라프 할아버지는 그들의 손에 의해 죽음을 당한다.
그 후 아프마우는 이름을 잃어버렸고, 자신과 우정을 나누어던 형제를 잃어버렸다. 난폭한 침임자인 부족에게 붙잡힌 아프마우는 그를 다른 이름으로 불렀지만 아프마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들이 부른 이름은 자신의 이름이 아니기에. 그들이 원하는 곳으로 향한듯 하지만 아프마우는 늘, 자신의 형제를 생각했고 그를 지키기 위해 대나무 숲이 울창한 곳으로 유인한다. 그저 그곳에서는 '개'로 불렸고, 말을 듣지 않으면 무자비한 폭력은 물론 다른 동물을 헤치는데 있어 그를 이용했다. 아프마우는 굶주리면서도 다른 사람들을 따르지 않았고, 자신을 따스하게 길러주고 아껴주던 아우카만을 떠올린다.
아우카만은 내 눈을 바라본다. 나에 대한 믿음이 그의 시선 속에 오롯이 담겨 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내가 자기를 두고 떠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더구나 개에는 오로지 행동이나 몸짓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를 때가 있다는 걸 그도 잘 알고 있다. 왜냐하면 세상이 시작될무렵, 응구네마푸는 인간과 동물이 말 대신, 눈빛으로 드러나는 감정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 p.82~83
아프마우의 기지로 목숨을 건진 아우카만과의 재회는 눈물이 나올 정도로 선명하게 다가온다. 오랜시간이 지났어도 개와 사람이 만난 것이 아니라 형제를 만난 것처럼 진한 우정이 그들 마음 속 깊이 숨겨져 있었다. 오랜시간 함께 하지 못해도 늘 아프마우에게도 아우카만에게도 서로를 그리워 했기에 이제는 함께 하기로 했지만 재회의 즐거움도 잠시 윙카 부족의 보급품을 망가트린 아프마우를 가만두지 않는다. 낯선 침임자는 끝까지 그들에게 위협과 살인을 저지르며 그들의 형제를 빼앗아 갔다. 그들이 사랑했던 사람과 터전과 자연, 그리고 그들의 손길이 오롯하게 담긴 곡식까지도.
마푸체족 사람의 옛 터전인 칠레의 왈마푸에서 벌어졌던 이야기를 사람들의 시선이 아닌 오롯하게 개인 아프마우를 목소리를 통해 세풀베다는 순수하면서 강렬하게 이야기를 그려낸다. 그 어떤 욕심도, 그 무엇도 느껴지지 않는 순수의 결정체가 세풀베다의 문학 속에 드러난다. 그가 아프마우의 목소리를 통해 전하고픈 이야기가 무엇인지 깨닫는 것과 동시에 삶에서 가장 비극적인 있음에도 굴하지 않는 그들의 이야기가 감동적으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