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곁에서 - 주말엔 숲으로, 두번째 이야기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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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쾌한 기분이 드는 책.


 가을이 깊어가니 책 보다는 차창 밖으로 스쳐지나가는 풍경에 시선이 간다. 무더운 여름과 달리 낮의 시간은 짧아지고 밤의 시간은 더 길어지고 깊어졌다. 캄캄한 밤의 시간 보다는 낮에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낮이 짧아 지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파란가을 하늘에 선선한 바람, 울긋불긋하게 물들어가는 나무를 보는 즐거움과 달리 두장 남은 달력이 팔랑일 대마다 어딘가 모르게 마음이 선덕거린다. 어딘가 가고 싶고,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요즘 마스다 미리의 주말엔 숲으로, 두번째 이야기인 <너의 곁에서>를 읽었다. 요즘같이 마음이 잔잔하지 못할 때 만난터라 그녀의 삼삼한 만화가 소삽한 마음을 다잡아 준다.

문득 <너의 곁에서>를 읽고 있으니 고등학교 2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기억이 난다. 열 여덟살 일 때는 지금과 달리 꽃과 나무, 활짝핀 식물들에 대한 관심 보다는 친구들이 좋고, TV에 나오는 남자 연애인에 눈을 반짝거리게 하고, 같은 교복을 입은 남학생들의 움직임을 남모르게 훔쳐보며 가슴을 쿵덕거리게 만든다. 그러니 주변의 만물이 아무리 활짝 핀다 한들 자연의 화사한 풍경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점심시간일때 친구들을 만나 수다 떨기 바쁜 여학생과 삼삼오오 모여 농구나 축구를 하는 남자아이들 틈 속에서 고2때 담임이자 국어 선생님이었던 그 분은 다른 동료 교사와 함께 학교 정문을 넘어 옆계단을 넘어가면 산과 맞닿아 있었는데 늘 점심시간이나 학교가 끝난 하교 후에는 학교 주변의 산을 돌아다니시며 꽃과 나무를 찬찬히 둘러 보셨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너무 어려 자연의 풍경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때 30대 후반 혹은 40대 초반이었던 선생님은 학교의 아이들 만큼이나 꽃과 나무에 관심이 많으셨던 모양이다. 지금 생각한다면 그때 왜 담임 선생님이 깊은 산에 올라가 꽃과 나무를 보며 빡빡한 일상에 조금이나마 몸과 마음에 휴식을 취하셨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땐 선생님의 발걸음이 왜 그리로 향하셨는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 보다는 자연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고, 만개한 꽃들이 마냥 예쁘고 신기하고, 사계절마다 부는 바람에 더 신경을 쓰게 된다.

열매를 맺지 않는 나무는 있어도 꽃이 피지 않는 나무는 없다고요. - p.47


마모루: 숲에는 참 다양한 나무들이 있군요~

하야카와: 맞아요~

마모루: 겨울에 잎이 떨어지는 나무가 낙엽수.

하야카와: 네.

마모루: 1년 내내 잎이 떨어지지 않는 나무는······뭐였죠?

하야카와: 상록수.

마모루: 1년 내내 열심히 살 수 있다니 상록수는 참 대단하군요. 늪 푸릇푸릇한 잎을 무성하게······

저는 도저히 못 할 거 같네요. 전 아무래도 낙엽수 유형인 듯.

하야카와: 어머, 낙엽수도 꽤나 배짱있는 녀석이에요. 추위라는 불리한 환경에서는 무리하지 않고 잎을 떨어뜨린 후 후면을 취하죠. - p.59


이 책의 주인공이자 숲의 근처에 살면서 번역일을 하고 있는 '하야카와'의 이야기가 대부분 주를 이루고 있지만 하야카와가 결혼후 아이인 타로에게 이야기 하는 모습, 결혼전 마모루와의 이야기가 가장 인상 깊었다. 도시에서 살고 있는 마유미와 세스코의 이야기도 재밌었지만 교외로 임시 발령을 받은 '히나' 선생님과 그의 어머니의 모습에 많은 공감을 했다. 혼기가 찬 딸, 집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딸이 혹여 밥은 잘 먹고 있는지, 다른 사람들이 헷고지는 하지 않는지 늘 염려스러워 그녀의 집에 방문하지만 히나는 엄마의 방문이 반갑지 않다. 부모님을 떠나 혼자 살아보고 싶은 마음과 얼른 좋은 사람과 만나 결혼하기를 바라는 엄마의 잔소리 아닌 잔소리가 서로의 마음을 부대끼게 만든다. 나이가 찬 여자사람과 남자사람이라면 이 부분에 가장 많은 공감을 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한국이나 일본이나 엄마의 마음은 매한가지인듯 싶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 편하지만 복잡한 환경의 대도시 속에 사는 마유미와 세스코의 모습을 보면서 조금은 여유롭고, 편안한 하야카와의 삶이 더 눈에 들어온다. 아이에게 자연의 고마움을 알려주고, 타로의 담임인 히나 선생님의 쉼터가 되어주는 하야카와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 마음에 힐링이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용한 공간,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공간이 초록잎이 가득한 숲속임을 다시금 깨닫게 된 시간이었다. <주말엔 숲으로>의 두번째 이야기인 <너의 곁에서> 역시 마스다 미리의 세심하면서도 섬세한 이야기가 마음을 콕.콕. 박혀들만큼 삼삼하지만 심심하지 않는 그녀가 그리고 쓴 만화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늘 그녀의 글을 읽을 때마다 떠오르지 않았던 추억을 다시 되짚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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