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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 ㅣ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2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평점 :
음습하면서도 축축한.
요 네스뵈는 <바퀴벌레>를 쓰기 위해 방콕에 가서 완전히 땀에 젖은 채 쓰고, 또 썼다고 했다. 찌는 듯한 더위에 나는 나는 책을 또 읽고, 읽으며 바퀴벌레를 완독했다. 요즘처럼 무덥고 습한 여름에는 제격인 소설이었다. 타이의 수도인 방콕을 가 보지 않아 요 네스뵈의 시선으로 형사 해리 홀레의 모습을 통해 도시 방콕을 유랑하며 그와 함께 천사의 도시를 유랑했다. 미국의 서부인 로스앨젤레스를 떠올리면 절로 천사의 영어 약자를 떠올려서 그런지 천사를 연상시키는데 방콕이야 말로 타이어로 끄룽텝이라고 하며, 천사의 도시라는 뜻을 갖고 있다. 천사의 도시에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방콕에서 일어나게 되고 주태국 노르웨이 대사가 한 '사창가'에서 살해된채로 발견되고 태국과 노르웨이 측에서는 조용히 덮기위해 형사인 해리 홀레를 호출한다.
쇠스의 폭행이 해리 홀레의 가족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고, 홀레 역시 많은 상처를 받은터라 그들의 호출이 반갑지만은 않았다. 동생인 쇠스의 폭행 사건에 대한 조사를 하기 위해 상사인 묄레르에게 사건에 대한 재량권을 주기를 부탁했고 그가 승락하자, 조용한 해결을 보기 위해 홀레는 방콕으로 날아간다. 추운 나라인 노르웨이와 달리 방콕은 찌는 듯한 더위에 습한 기후까지 더해 현재 우리나라의 날씨를 연상시켰다. 무엇보다 덥고 무더운 날씨 속에 더 더운 것은 태국의 날씨가 아니라 노르웨이 대사의 살해사건 뒤로 보여지는 음습하고 축축한 곳에 살고 있는 그들 때문이었다. 요 네스뵈가 그린 소설의 배경은 방콕이지만 어디 그들이 살고 있는 곳이 태국 뿐만이 아닐 것이다.
"사람들이 대나무집에서 텔레비전을 보게 된 게 못마땅하다는 말이 아니에요. 너무 빠르다는 겁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성장을 위한 성장은 암세포의 원리와 같다고 생각해요. 어떤 때는 우리가 작년에 벽에 부딪힌 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이미 도로에서도 그 여파를 느낄 수 있죠." -p.77
마치 현재 로케를 하듯 저절로 그려지는 도시 속에서 보여지는 폭행, 살인, 도박, 아동성매매등 만연하게 물 밑에서 일어나는 일을 전기 뇌관을 뜯어가듯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홀레는 기어코 사건의 중심에 누가 서 있는지를 밝혀낸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 중 누가 범인일까,를 되새기며 조용히 발걸음을 쫓아 걸어들어 갔다. 아직 보호를 받아야 할 나이에 어른들의 노리개의 되고, 화려한 네온사인 불빛 아래 자행되는 폭행들이 묵인되다 보니 홀레는 그 실체를 마주하며 동생인 쇠스의 사건을 생각하며 혼란에 빠진다.
어디선가 읽었는데 바퀴벌레는 종류가 3천 가지라고 했다. 그리고 바퀴벌레는 누가 다가오는 진동을 듣고 숨어버려서 바퀴벌레 한 마리가 눈에 띄면 적어도 열 마리가 숨어 있다고 했다. 말하자면 어디에나 있다는 뜻이었다. - p.113
왜 책 제목이 바퀴벌레일까, 하던 궁금증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보이지 않는 그늘 속에 숨어둔 사람들의 비틀어진 욕망들이 한데 모여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었고, 노르웨이 대사 역시 그들의 색을 띠고 있는 사람이었으며 그 속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소굴 속에서 나오고, 또 비어져 나오는지를 알게 되었다.
"머릿속의 눈으로 봐야 돼요. 그러면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을 수 있거든요. 이를테면 형사님은 아까 그리그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테이프를 소장해야 한다고 말할 때 입을 다 열지 않았죠." - p.122
"수치심은 영리하게도 위장술의 대가를 만들거든. 소아성애자들은 대부분 일생동안 성적 취향을 남에게 숨기는 데 도통한 사람들이라,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경찰이 잡아들이는 성폭행범보다 훨씬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뿐이야." -p.146
"도박이 왜 병이고, 직업이 아닌지 알아요. 해리? 도박꾼은 위험을 사랑하거든요. 도박꾼은 짜릿한 불확실성을 위해 살고 숨 쉬어요." - P.298
뉴스를 통해 종종 그런 사건을 접하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더 깊이 들어가 그들을 들쑤신다. 태국에서는 '파랑'이라는 이름으로 낯선 이방인으로 다가오지만 조용히 일을 마무리를 하기 위해 자신을 택했다는 상부의 말과 달리 홀레의 모든 것을 알고 파견을 보낸 것을 그제서야 깨닫게 된다. 무엇보다 처음으로 해리 홀레 시리즈를 접하는 나로서는 형사 이야기를 무엇 보다 좋아하지만 책 속에서 보여지는 단단함과 강한 이미지의 '히어로' 다운 모습이 아닌 사건에 대해 깊이 고뇌하고, 경악하며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모습이 마음이 들었다.
가장 애착이 갔던 인물 중에서는 역시 홀레와 루나였다. 동질감인지 모르겠지만 홀레와 루나의 마음이 조금 통하나 싶었는데 이야기는 점점 내 예상과 달리 흘러갔다. 겨울마다 추위를 피해 화분을 거실에 놓다보니 본의아니게 화분 속에 들어있던 바퀴벌레가 들어와 밤마다 깜짝 놀랄 때가 여러번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깜짝 놀라며 바퀴벌레를 처치하지 않고서는 잠을 자지 않겠다는 심정으로 바퀴벌레와 사투를 벌이곤 했다. 한마리를 죽여도 계속해서 생명력이 죽지 않은 바퀴벌레를 여전히 가장 혐오스러워 하지만 요 네스뵈가 그린 바퀴벌레의 종족들 역시 바퀴벌레 보다 더 강한 생명력으로 우리 사회 속에서 존재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는 비약적으로 발전되어 있고, 점점 초고속으로 성장해 있지만 인간의 본성은 우리 사회가 발전하는 것만큼 따라가지 못하고 돈으로, 권력으로 자신의 변태적인 욕망을 누군가에게 풀어가는 현장은 더 없이 음습하고 축축하기 그지 없었다. 그 속에서도 알콜중독이지만 해리 홀레가 자신의 무게를 묵묵히 이겨나가는 모습이 눈에 그려질듯 좋았지만 또 하나의 십자가가 붙은 것 같아 마음이 서늘해진다. 왜 사람들이 그렇게 요 네스뵈를 외치며, 해리 홀레 시리즈에 반했나 했더니 읽어보니 절로 수긍이 갔다. 이 책을 읽고 나니 해리 홀리를 시리즈를 계속해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실감나게 읽었던 작품이다.
"책임감, 맞아요." 리즈는 지친 미소를 지었다. "누구나 자기만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있죠. - P.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