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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정의 ㅣ 라드츠 제국 시리즈
앤 레키 지음, 신해경 옮김 / 아작 / 2016년 5월
평점 :
품절
먼 미래 우주를 배경으로 한 인공지능의 첫 발걸음.
지금껏 많은 소설을 읽었다고 자부했는데 앤 레키의 <사소한 정의>는 이전에 만나본 작품들과 다른 색채, 다른 체계의 세계가 그려진 SF소설이다. 이 책을 쓴 앤 레키는 2013년 출간 후에 휴고상, 아서 C. 클라크상등 과학소설에 줄 수 있는 거의 모든 상을 휩쓸었다. 평소 과학과 친하지 않다보니 많은 문학소설 중에서도 SF소설은 손에 꼽을 정도로 만나다 보니 앤 레키가 그린 <사소한 정의>를 읽는 내내 고전을 면치 못했다.지금껏 소설 속에 그려진 사랑,우정, 남자사람, 여자사람의 구분 조차도 쉽지 않았다.
몇 달전에 프로바둑 기사인 이세돌 9단이 알파고라는 인공지능 컴퓨터와 바둑을 둬서 화제가 되었는데, 이보다 훨씬 전부터 SF소설에서는 사람보다 더 사람같은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신한다. 예전 같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하겠지만 이세돌 9단과 겨룬 알파고를 생각하면 이제는 더 이상 상상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닌가 싶다. 먼 미래 우주에서 인공지능 함선 군단을 앞세워 라드츠 제국이 전 우주를 병합하려는 시도를 하려고 한다. 그 속에서 인공지능이 한 대위를 사랑하게 되고 계략에 빠져 버린다. 시간이 흘러 함선과 보조체, 라드츠 제국의 장교들의 모습이 정교하게 그려져 있어 무엇보다 그들 사이에서 인공지능이 빠질 수 없는 매개체가 되어 그들의 자유와 우주의 평화로운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나는 이 문제가 스트리건이 아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사안이라고 확신했다. "그건 사람들의 좌절감을 더 키울 뿐이야. 평생을 정복에, 라드츠 우주를 확장하는 데에 바쳤다고 상상해봐. 너는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로 자행되는 살인과 파괴를 보겠지. 하지만 그들은 세상을 위한 문명과 정의와 공정과 이익의 확장을 봐. 죽음과 파괴, 그것들은 이 궁극의 선으로 가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부산물일 뿐이야." - p.131
언제나 그렇듯 큰 제국이 다른 세계를 통합하고 모든 것을 손에 쥐려면 문명의 파괴는 일어나고, 무고한 목숨은 대의를 위해 희생 되어왔다. 앤 레키가 새롭게 구축한 세계 역시 정교하지만 차갑고, 지구에서 확실하게 분별할 수 있는 계급과 색채를 그녀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다시 그려냈다. 오온 대위는 다른 함선에 있으면서 라드츠 제국에서 행하라고 한 명령을 불복종하게 하게 되고, 함선이지만 사람의 몸피를 한 것 같은 브렉은 인간과 함선의 모호함을 갖고 있지만 눈에서 의식을 잃고 있었던 세이바든을 구한다.
그리고 그 역사가 차이를 만들 것이다. 그걸 알지 못하고서 세이바든이 다른 뭐라도 이해할 길이 있을까? 그 맥락 없이, 누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아난더 미아나이가 갈세드인들에게 그처럼 격분하지 않았더라면 라드츠 군주는 그때 이 후로 천 년동안 해왔던 일들을 하지 않았을까? 그때 오온 대위가 5년 전에 있었던,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에 있었던 이메 사건 얘기를 듣지 못했다면 오온 대위는 그런 행동을 했을까? - p.290
브렉은 세이바든을 자신이 구했지만 그녀를 믿지 못하고 때로는 자신이 갖고 있는 돈이나 가방을 뒤졌을 가능성을 늘 염두해 두며 함께하고 있지만 오온 대위가 있는 그곳과 브렉과 세이바든과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라드츠 제국의 모습과 그들이 갖는 모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과학소설을 많이 접해보지 않는 나로서는 너무나 생소한 이야기라 귀를 기울이고, 조금 더 세밀하게 지켜보려고 했으나 앤 레키가 그려놓은 그림이 쉽게 이해 되지 않았다. 전체적인 그림이 쉬이 그려지지 않았지만 앤 레키가 그려놓은 그림 속에 빠져든 독자라면 그녀가 그려넣은 라드츠 3부작의 시작점을 시작으로 3부작이 끝날 때까지 계속 지켜봐야 할 소설이다.
SF소설에서 이제는 더 이상 인간의 깊은 고뇌와 존재의 이유가 될 모든 것들이 인공지능인 그들의 손으로 넘어가 그들의 존재의 이유를 떠올려야 한다. 기계가 아니라 사람인가? 인공지능에 대한 상상력을 더 없이 높이고 높여 체계적이고, 지구상에서는 도저히 느낄 수 없는 모호함과 라드츠 제국이 갖는 상징성을 생각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