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초등학생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그림책을 다시 읽으며 아이의 시간으로 돌아보기.

 

 마스다 미리의 책을 접하면 접할수록 가슴 한쪽이 따스해진다. 좋은 책도 많고, 재미있는 책도 많지만 유독 그녀의 책을 읽다보면 내가 잊어버리거나 잊고 있었던 감정의 응어리들을 만나게 된다. 속으로 앓고 있었거나 스스로 결정을 했음에도 본의 아니게 남는 감정의 잔재들을 어김없이 파고든다. 개인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누구에게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사소하지만 신경쓰이는 무엇을 마스다 미리는 절묘하게 캐치해 낸다. 그래서 더  그녀의 글과 그림에 공감하게 되고, 그 공감가는 이야기 때문에 응어리진 감정을 풀어낸다. 그녀가 내 친구라면 이런 사소하다고 생각하는 것 까지 이야기 해도 모두 이해해 줄 것 같다.

 

<어른 초등학생>은 마스다 미리가 어린아이였을 때 읽었던 그림책과 조우하는 시간을 그린 에세이다. 아이였을 때는 그저 단편적인 이야기에 시선을 집중했다면, 어른인 마스다 미리의 시선으로 바라본 그림책은 아이의 시선으로 느꼈던 것 이상으로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행간과 행간 사이의 의미가 다르게 다가온다. 현재 결혼도 하지 않았고 아이도 없기에 어린아이로 돌아가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 볼 생각 조차 하지 않았다. 시간을 돌이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지금 나이 보다는 학생 때의 시절로 돌아가픈 마음은 있지만 먼 옛날 초등학생의 나이로 넘어가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사실, 그 때 내가 무엇을 읽고, 무엇을 좋아했는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아빠도 엄마도 더이상 나이가 들지 않고 나도 계속 아이인 채, 영원히 이대로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른이 된 지금도, 결국은 찾아오게 될 소중한 사람과의 이별을 생각하면, 시간이 조금 더 천천히 흘렀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 p.95

 

그녀는 지금 어른이 된 자신을 지키는 토대가 되었던 그 시간을 추억하며, 자신이 보았던 그림책을 하나하나 소개하고 있다. 마스다 미리가 어렸을 때 본 그림책이 우리나라에도 번역되어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아이가 있었더라면 <어른 초등학생>에 나온 이야기가 더 깊이 와 닿았을 것 같은데 아직까지는 그녀처럼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책을 다시 접한 적이 없어 그녀가 느꼈던 감정의 편린들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어른 마스다 미리가 아이 마스다 미리를 만나는 장면과 어릴 때 느꼈던 공포감이나 엄마 아빠를 잃어버릴 것 같은 무서운 순간들에 대한 감정은 글을 읽자마자 생각이 떠올랐다. 지금도 그렇지만 예전에도 그런 무서운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만 해도 베갯잎이 흠뻑 젖을 정도로 울었었다. 마스다 미리 또한 어린 시절에 그런 감정을 느꼈다고 하니 어렸을 때 나만 그런 감정을 느낀 것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마스다 미리 답다고 느꼈던 부분 중 하나가 체코 여행을 갔을 때 한 서점에서 그녀가 어렸을 때 읽었던 <달이 보낸 열두가지 선물>을 발견해 만난 것을 그녀낸 일화였다. 슬로바키아의 마르시카와 일본의 마르시카의 분위기는 다소 달랐던 모습까지. 요제프 라다의 고향에 도착해 그림책과 라다가 그린 인기 캐릭터 '슈베이크'에 대한 이야기와 맥주 한잔에 알딸딸한 그녀의 모습과 라다 기념관에서 사온 물품이 가장 인상깊게 다가왔다.


그녀가 언급한 그림책에 대한 정보는 각 페이지마다 수록되어 있지만 책 말미에 자세히 첨부되어 있다. 69년생인 그녀와 같은 그림책을 읽으며 성장하지는 않았지만 흘러간 시간 속에서 자신을 지탱해주던 그 시간을 생각하고 그 소소한 감정을 하나도 소소하게 생각하지 않고, 나를 지탱해주는 감정으로 인지한 것이 무척이나 반가웠던 글이다. 모든 사람에게는 각기 유년시절이 있었고, 그 유년 시절의 감정을 어느정도는 갖고 있기에 그녀의 세밀한 에피소드와 같은 감정을 공유하지 않아도 그 시절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