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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바 아저씨
네코마키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6년 5월
평점 :
품절

웃기고 슬픈 아버지들의 이야기.
요즘은 대체적으로 맞벌이 하는 부부가 일상이라고 할 만큼 대부분인 반면, 예전에는 남편이 밖같일을 하고 아내는 가정을 돌보며 살았다. 그러나 요즘은 남자 여자 할 것없이 모두 일을 하다보니 가정 내에서도 남자가 하는 일, 여자가 하는 일을 따로 구분 짓지 않았고 서로 도와 가면서 일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여자들이 안밖에서 일을 더 많이 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들을 가진 부모의 입장에서는 밖에서도 치이고 안에서도 안에서는 아내에게 구박을 받지 않기 위해 가정일을 서슴없이 돕는 아들이 불쌍한가보다. 집에서는 집안일 하나 돕지 않는 아들이 결혼을 해서 아내에게 잘 하는 모습이 대견스럽기 보다는 안쓰럽게 느껴지는 것이 엄마의 마음이기도 하지만 여자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도와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여자라서 공감을 못하는 걸까? 이 시대의 남자사람으로 아버지로서 살아가는 중년의 아빠의 진짜 모습을 알아보고 싶고, 더 깊이 공감하고 싶어서 네코마키의 <시바 아저씨>를 펼쳐 들었다.

시바 아저씨는 결혼하기 이전에는 시바견이 아닌 남자사람으로 잘 살아가다가 결혼 후 가족을 갖고 아이가 생겨 아빠로 진화한 후에 2년 뒤 아내에게 월급을 포함해 모든 실권을 넘기면 귀가 뾰족하게 모양이 바뀌고,코가 자라고, 몸에 털이 생겨 시바견으로 변모된다. 사람들은 애정을 담아 시바 아저씨라고 부르지만 시바 아저씨의 일상은 웃프기 그지없다. 만화 속의 주인공인 시바야마 타로는 회사 안에서는 상사에게 치이고 신입인 부하직원은 따따부따 말 없이 그저 손바닥만한 스마트폰만 주시하고 있다. 집에서는 아내의 눈치 때문에 담배도 최대한 멀리 밖에서 피워야 하고 아내와 아이가 보는 TV 속 아이돌 중 누구 하나를 지칭해 '귀엽다'는 말 한마디에 눈총을 받기 일쑤다.

어디에도 마음 편히 쉴 곳이 없는 시바견, 시바 아저씨 타로는 그럼에도 새벽같이 일어나 만원 지하철을 타고 이른 출근을 하고, 신입 딱지를 달고 있는 직원과 친해지기 위해 스마트폰을 배워 문자를 날린다. 그럼에도 윗 사람이 시킨 일을 아랫사람에게 야근을 시킬 수 없어 꾸역꾸역 밤 늦게까지 일을 하다가 겨우 발걸음을 옮겨 집으로 퇴근한다. 터덜터덜 힘 하나 없이 오면서도 아내와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시바 아저씨의 모습을 보고 있다보니 마음이 시큰 거린다.
우리 아버지 또한 시바 아저씨와 같은 모습이겠구나 싶었고, 평소에는 TV를 보며 툴툴거리다가도 무언가를 사고 싶을 때는 없는 애교까지 부리며 살랑대는 딸아이의 모습이 내 모습인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렸다. 아내에게 딸에게 100% 만족은 시킬 수 없지만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최선을 다하려는 시바 아저씨의 이야기를 읽고 보는 내내 웃기고 슬프게 다가왔다. 인간이 아니라 '견'으로서 살아가는 아버지의 모습이라니. 그런 개의 모습을 하던 그들이 인간이 되는 방법은 가정을 내려 놓을 위기가 닥치거나, 내려 놓을 때 다시 인간으로 변한다. 많은 아버지들이 지금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겠소? 아니면 인간의 모습을 하고 혼자 편히 살겠소? 하는 물음을 누군가에게 받는다면 대부분의 아버지들은 시바견의 모습을 하고 살겠다는 답변이 더 없이 많을 것 같다.
중년 남자들의 모습을 리얼하게 그려낸 것이 이 만화의 장점이지만, 만화적인 상상력 때문에 한참 큭큭대고 웃었던 작품이다. 이 시대의 시바 아저씨들이 지치지 않고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그들에게 큰 응원의 박수를 치고 싶다. 더불어 가족을 위해 불철주야 일하시는 아빠에게도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다. 여자의 시선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남자사람으로 살아가는 고달픔을 더없이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