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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제니 한 지음, 이지연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10대 소녀의 사랑스런 성장 이야기이자 발랄한 로맨스 소설.
십대 때부터도 '사랑이야기'를 무척 좋아해서 만화는 순정만화 밖에 보지 않았을 정도로 한 길만 고집했는데 강산이 몇 번 변해도 취향이라는 것이 별반 달라지지가 않는가보다. 요즘도 틈틈이 짬이 날 때마다 로맨스 소설을 읽거나 연재하고 있는 작품을 찾아 읽곤 한다. 사실, 굳이 로맨스 소설을 찾아 읽지 않아도 영원불멸한 소재가 '사랑'이다 보니 드라마, 영화, 문학소설, 미술을 통해 사랑의 다층적인 면면을 많이 바라 볼 수 있다. 다만, 시간이 지나 어릴 때 생각했던 고민, 내 나이 또래의 남자 아이와의 사랑이 어른의 사랑과 달리 풋풋하고, 달콤한, 사랑스러움이 가득 남아 있지만 그 속에서도 달콤 쌉싸름하게 다가 올 때는 무게의 추가 한 없이 묵직하게 느껴졌다.
제니 한의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는 열여섯살 라라 진이 그동안 짝사랑했던 남자들에게 부치지 않을 편지를 써서 혼자 몰래 간직했지만 어느날 갑자기 그 편지를 모아둔 보관함이 사라지고 편지는 그 주인공들에게 붙여져 라라 진의 속내를 상대방 남자 아이들에게 공개가 되며 일어난 일을 그리고 있다. 무엇보다 한 때 그녀가 짝사랑했지만 이제 언니의 남자친구가 되어 있는 조시(오빠)와 한 때 친했지만 점점 멀어졌던 인기가 많은 피터와의 사이가 한 순간에 달라진다. 언니와 헤어졌지만 옆집에서 항상 얼굴을 마주 볼 수 밖에 없었던 시간 속에서 라라 진은 거리를 두려고 하고 그때 편지는 전달되어 조시와 피터의 마음을 어지럽히고 이내 두 남자가 라라 진에게 가까이 다가간다. 처음에는 조시에게 마음을 두다보니 점점 멀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피터와의 가짜 남자친구를 만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피터의 매력 속으로 빠져든다.
누군가의 마음을 송두리째 내 손안에 쥐고 있다는 건 엄청난 책임이 필요한 일이니까. - p. 50
누구에게 속한다는 것, 이전에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어쩌면 그게 지금까지 내가 줄곧 바랐던 일인 것 같기도 하다. 정말로 누군가의 것이 되는 것, 그리고 정말로 누군가를 내것으로 만드는 것. - p.221
언뜻 보면 막장 스토리일 것 같지만 그 또래의 아이들의 사랑이야기임에도 제법 잘 읽힌다. 로맨스 뿐만 아니라 돌아가신 엄마를 대신해서 첫째인 마고 언니를 의지하면서도 동시에 라이벌로 느끼며 토닥거리기도 하고 어린 동생인 키티를 아끼며 돌보는 라라 진의 이야기는 사랑스런 로맨스 소설인 동시에 성장 소설이기도 하다. 아빠를 도와가며 부엌에서 요리를 하고 멀리 대학을 간 언니를 대신해 키티를 엄마같이 보육함으로서 열여섯 살인 라라진이 조금 더 성숙해지며 자신이 누구를 좋아하는지 깨닫게 된다.
조시도 피터도 라라 진을 처음 좋아하는 상대가 아닌 누군가의 연인이었고 지금도 그들 마음 속에는 연관이 되어 있어 라라 진이 푹 빠져 버리기에는 아니올시다, 라고 싶었지만 피터 말대로 그것은 환상일지도 모르겠다. 예전 같으면 조금 삐딱한 마음으로 봤겠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예전에 생각했던 잣대가 조금은 유연성 있게 가치를 두게 되는 것 같다. 어떤 이가 더 내 마음에 들어오는지 시간이 지나 점점 더 선명해지는 색깔을 찾아가는 책이라 그런지 제니 한의 이야기가 가볍게도, 유치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한국계 미국인인 제니한의 이야기 속에 중간중간 한국에 관한 것들이 소개 되어 그녀가 느끼고, 맛보고, 생각한 것들을 느낄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친근감이 많이 간다.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소개 된 그녀의 다음 작품은 어떤 주제로 쓰였을지 무척 궁금하다. 다음에는 조금 더 묵직한 이야기로 만났으면 좋겠다.
누군가 오랫동안 자리를 비우면, 처음에는 하고 싶은 얘기들을 잔뜩 쌓아둔다. 모든 걸 기억해 두려고 애쓴다. 하지만 그건 손바닥에 모래를 쥐고 있는 것과 같다. 그 작은 알갱이들은 모두 손을 빠져나가고 결국에는 빈주먹만 꽉쥐고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모든걸 쌓아두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마침내 서로 보게 되었을 때 사람들은 큰 안부만 주고받게 된다. 작은 것들까지 모두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큰 수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삶을 만드는 것은 그 작은 것들이다. - p.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