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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점의 그 아이 - 제88회 올요미모노 신인상 수상작
유즈키 아사코 지음, 김난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그렇게 흔들리고, 흔들리며 여자아이는 커간다.
아카리와 기요코는 다른 인간이다.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을리가 없다. 아카리 뿐만 아니라 교코도, 모리짱도, 야스다도, 아키도, 반 아이들 모두. 같은 것을 봤다고 느낌마저 똑같을 수는 없다. - p.83
<서점의 다이아나> (2015,한스미디어)를 통해 처음 만났던 유즈키 아사코의 처녀작 '포겟 미, 낫 블루' 포함해 총 4편의 단편이 연작처럼 담겨져 있는 책이다. '포겟 미, 낫 블루>를 통해 88회 올요미모노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것처럼 이전에 읽었던 <서점의 다이아나> 보다 훨씬 더 깊고 다양한 사춘기 여고생들의 심리를 담고 있다. '포겟 미, 낫블루'에서부터 '여름귤' '둘이 있는데, 말없이 독서', '오이스터 베이비'까지 그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이 단편 하나하나가 알찼다.유명한 사진작가 아버지를 둔 아카리를 매개로 기요코, 모리 나쓰고, 야스다 사치코, 교코의 이야기가 각 단편의 주인공으로 나와 그녀들의 심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요즘은 '중2병'이라고 칭할 정도로 사춘기가 중2때 찾아왔지만 우리 때는 고등학생 때부터 사춘기라 아이들의 마음이 바람부는 것처럼 자주 흔들렸다. 돌맹이 하나만 봐도 호호하하 웃는 것처럼 사소한 것 하나라도 놓칠세라 서로의 마음을 질투하고 자신을 오롯하게 봐달라는 애정이 가득했던 시기였다. 그래서 사소하게 삐지기도 하고, 서로의 마음을 알아차리기 위해 화장실을 비롯해 어디서든 함께 모여 영화관에서 놀기도 하고, 노래방에 가서 함께 노래를 부르며 또래문화를 즐겼던 것 같다.
<종점의 그 아이>에 소개된 여고생 아이들은 더욱이 미션계 사립 여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기에 집이 부유한 것은 물론 이질적으로 튀는 아카리를 동경하기도 하고 시기도 하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 순간 그들이 느끼는 감정으로 친해졌다, 안친해졌다를 반복하며 아카리와 절친 놀이를 했다.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 보다는 여고생이 느끼는 불안감과 섬세한 감정으로 '악의'가 느껴지던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 시절 그 순간은 자신에게 오롯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한 애정의 한 몸짓이라고 받아들였지만 내가 느꼈던 감정보다 더 세밀하고 견고하게 느껴졌다.
어떻게 보면 기요코의 행동은 이지매라고 느꼈을 정도로 아카리를 비난하는 강도가 세어졌고, 반 아이들 보다 더 특별하다고 느꼈던 아카리의 행동이 다소 무례하게 느껴졌다. 반 아이들의 나쁜 점과 훗날 어떻게 성장하게 되리라는 무시무시한 추측은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의 노트에 거리낌없이 뱉어놓은 글이었다. 그 노트를 발견하고 아카리를 더 증오하게 된 기요코의 행동도 삐뚤어진 행동이었고, 그 것을 거침없이 쓴 아카리의 성정 역시 삐뚤어진 애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이 아이들이 느꼈던 애정전선은 차츰 아이와 어른의 중간단계 즉, 얼치기로서의 행동으로 자신은 다른 아이들과 달리 더 어른이다라는 생각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하고 남자 아이들과 교제를 하는 등 다른 아이들과의 차별점을 두려고 애를 쓰며 그 시기를 보내는 것 같다. 어른이 아니기에 더 어른스러운 모습으로 변하려는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보여 여고생 때 내 모습이 생각나 기요코, 모리 나쓰코, 야스다 사치코, 교코, 아카리를 통해 여고생의 복잡다단한 모습을 깊이 느낄 수 있어서 좋았던 책이었다. 아이들이 서로 다른 매력으로 자신의 삶을 쟁취해 나가듯 여고생이 가지고 있는 다중적인 얼굴을 미묘하게 그려놓은 것은 물론 다층적으로 그려놓아 여자들의 심리에는 이런 마음도 있구나 하고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선명하다.
시간이 지나 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진학하고 취직을 하고, 결혼과 출산까지의 일을 그려놓아 마치 여자의 일생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일련의 시간이 지나 진짜 여자 사람으로 성장하듯 흔들리고 흔들리면서 비로소 나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갖추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여자 아이들의 심리가 너무도 미묘하고 섬세해 남자 아이들처럼 몸으로 부딪히고 싸워가면서 그 정을 느끼는 편이 더 정신 건강에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지금도 여자의 마음은 어떤지 잘 모르겠다고 이야기하는 남자들을 브라운관을 통해 종종 보곤 하는데 그때마다 그 미묘하고 섬세한 가락을 그들이 어떻게 다 알리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여자의 마음을 복잡 미묘하다.
아마도 그들에게는 <종점의 그 아이>를 살짝 권해 주고 싶을 정도로 소녀들의 시선과 애정, 애정의 척도를 눈에 그려질 듯 잘 그려내고 있다. 미묘한 심리와 아슬아슬하면서도 선의와 악의적인 내면을 갖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에 동질감이 느껴졌다. 아마도 이 소녀들과 같이 그 시절을 보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깊이 공감 할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아카리 역시 시간이 지나 나이를 먹고 여러 상황을 마주하면서 느꼈던 상실감과 오만함을 많은 경험을 통해 벗어버리는 결말이 지독히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아마도 아카리는 더 이상 자신을 특별하게 느끼지 않고 오롯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려고 하기 보다는 스스로 빛이 나는 여자 사라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 믿는다. 어른의 길목으로 들어가기 위해 성장하는 그 시간이 아련하게 느껴졌지만 그 시기를 겪음으로서 그들이 한층 더 성장하는 유예기간이 아닌가 싶다. 무엇을 해도 바로 잡을 수 있는 그 시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