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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 있어 겨울에 나온다
니타도리 게이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학원 미스터리의 소소한 재미.
니타도리 게이의 <이유가 있어 겨울에 나온다>를 보자마자 한 눈에 들어오는 제목이기도 하고, 반존대의 말투 같아 눈으로 책을 훑어 보다가 소리를 내서 한 번 제목을 읽을 후 부터는 찹살떡을 먹는 것 마냥 제목이 입에 붙어 버렸다. 초창기 책을 읽을 때는 책장에 꽂혀진 책 제목만 보아도 책 제목은 물론 저자, 책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 이름을 바로 떠올릴만큼 기억력이 좋았는데 점점 기억력이 떨어지는지 어제 읽은 책도 누군가에게 설명을 할 때 책 제목이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런 점에 있어서 이 책의 제목을 참 잘 지었다는 생각과 함께 책 표지에 그려진 일러스트나 책의 장정이 마음에 들었다.
모 시립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예술동에서 많은 아이들이 연습에 매진하고 있지만 취주악부에서 유령이 나타난다는 소식을 듣고 부원들이 연습에 불참하자 미술부인 하야마가 다카시마 선배와 함께 유령이 나타난 진원지를 찾아 유령의 실체를 알아가는 내용이다. 하야마를 주축으로 동급생과 선배들이 힘을 모아 유령이 나타난 곳을 찬찬히 살펴보며 유령의 비밀을 하나씩 풀어헤친다. 유령을 찾아다니는 시간이 어두운 밤이고, 아무도 없는 부실을 따라 찾아 헤메다 보니 나도 모르게 하야마가 느끼는 고요한 느낌이나 순간적으로 튀어나오는 유령의 실체에 깜짝 놀랐다. 무엇보다 책을 집중해서 읽는 시간이 낮 보다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누워서 읽는 그 순간을 가장 좋아한다. 늦은밤 가장 고요한 시간이기도 하고 이불과 한 몸이 되어 따스한 온기가 바닥에서 따듯하게 올라오다 보니 몰입도가 좋아서 그런지 하야마가 느꼈던 순간순간의 섬뜩함과 무서움이 배가 되어 느껴진다.
"······게슈탈트 심리학이라는 게 있어. 거기서 인간은 늘 하나하나 별개로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꼭 뭉뚱그려서 의미를 발견하려고 한대. 예컨대 지금 너처럼 자세히 보면 별것 아닌 벽의 얼룩이 삼각형 모양으로 묻어 있으면 거기에 '양 눈과 입'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는 거지. 사람의 얼굴이라는 건 갓난아기 때부터 인간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자극 중 하나거든. 네가 삼각형 모양으로 묻은 얼룩에서 사람 얼굴이 보인 것처럼 느낀 건 인간으로서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야." - p.126~127
무서운 영화를 보더라도 무서워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지만 실상 무서운 영화를 낮에 보느냐, 밤에 보느냐에 따라 그 분위기가 틀려지는 것 같다. 좋아하지는 않지만 예전에 종종 호러물을 조조로 친구와 함께 영화관에서 보니 그야말로 무서운 영화도 시시하게 느껴지곤 했는데 밤에 무서운 영화를 보니 그 무서움이 배가 되어 어두운 골목길에만 가도 깜짝 놀랄만큼 무서웠다. 니타도리 게이가 쓴 <이유가 있어 겨울에 나온다> 역시 학원물, 본격 미스터리, 호러와 어우러진 이야기이기에 이야기를 좀 더 재밌게 읽으려면 독자 역시 낮보다는 밤에 읽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책 제목과 아울러 책을 처음 펼치자 마자 시작되는 이야기와 하마야가 등장하는 모 시립 고등학교의 이야기가 맞닿아 떨어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잠시 고개를 갸웃 거렸지만 이야기의 프롤로그 부분이 왜 그런 이야기를 먼저 시작했는지 결말을 보고나서야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프롤로그의 시작점이 결말을 이어주기도 하지만 독자로 하여금 생각하지 못한 반전의 재미를 알려준 작품이기도 하다. 각각의 인물을 통해서 유령의 실체를 알려주기도 하고 추리의 시작점을 골몰하게 만드는 트릭을 쓰기도 한다. 하야마를 비롯해 각 인물들을 통해 이야기를 짜임새 있게 만들어가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이다.
처음에 던져 놓은 실타래가 끝에 가서 서서히 모두 풀려버리게 만들어 버린 니타도리 게이의 글 솜씨 발군이라 할 만큼 처음 데뷔작 치고는 깔끔하게 떨어졌다. 젊은 신예 작가로서 촉망받는 그의 다음 작품이 궁금해졌다. 첫 스타트가 너무나 깔끔하고 매끄럽게 떨어지기에 다음 작품은 첫 작품보다 더 깊이있는 시선과 이야기로 만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