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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 도스토예프스키에게 배운다
석영중 지음 / 예담 / 2015년 11월
평점 :
품절
도스토예프스키에게 가는 여정.
몇 년전에 석영중 교수가 쓴 <톨스토이, 도덕에 미치다>(예담, 2009)를 읽고 나서 톨스토이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안나 카레니나>를 보다 깊이 읽을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소설을 좋아하다보니 나라의 경계를 가리지 않고 잘 보는 편이지만 유독 러시아 소설의 지명과 이름, 깊고도 깊은 무게감 때문인지 자주 손길이 가지 않는다. 톨스토이를 시작으로 막심고리키, 투르게네프, 체호프의 작품들을 한 두 작품씩 접했지만 유독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만은 아직 접하지 못했다.
제목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 때문인지 러시아 소설의 음습하고도 무거운 주제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나에게는 멀고도 먼 소설가 중 한명이었다. <톨스토이, 도덕에 미치다>를 통해 톨스토이의 작품을 한층 더 깊이 느꼈던 만큼 석영중 교수의 도움으로 도스토예프스키가 천착하고 사유했던 주제에 대해 깊이 알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그가 말하고자 하는 '자유'에 대한 정의와 그가 살아왔던 삶에 대해 알아본 후에 그가 썼던 많은 작품들을 깊이 있게 바라보고 싶었다.
석영중 교수의 <자유>는 그가 젊은 시절 경험했던 옥살이를 바탕으로 지은 자전적 소설인 <죽음의 집의 기록>과 그의 대표작인 <죄와 벌>을 중심으로 '자유'에 대한 가치와 그에 반대되는 인간을 속박하는 요인과 구속에서 벗어나기 위한 인간의 처절한 몸부림이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는 책이다. 자유라는 개념은 얼핏 쉬워 보일 수 있으나 도스토예프스키가 느끼고 천착한 '자유'라는 개념을 더 깊이 바라볼 필요가 있다.
도스토예프스키에게 자유란 크게 두 가지를 의미한다. 하나는 본능으로서의 자유다. 그것은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의 본능이다. 강아지도 줄에 묶어놓으면 낑낑거린다. 새도 새장에 가둬두면 날아가려고 퍼덕거린다. 자유는 모든 동물이 생존을 위해 가지고 태어나는 본능이다. 자유는 식욕이나 성욕처럼 인간이 생물학적으로 존재하기 위해 충족시켜야 하는 가장 필수적인 조건, 생존의 조건이다. - p.15
도스토예프스키가 많은 작품을 통해 그가 '자유'라는 의미에 대해 천착했던 이유는 1849년 4월 23일 토요일 새벽에 체포되었던 일을 시작으로 그의 젊은 시절을 모두 암흑기로 보냈다. 그가 체포되었던 이유는 1847년 '페트라셰프스키 서클'로 불리는 서클에 등장해 금요일날 사회 개혁을 꿈꾸지만 차마 행동으로 내 보일 수 없었고 동지들과 함께 현대의 사건들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공간이었지만 1848년 2월 혁명으로 프랑스 왕 루이가 축출되는 사건이 일어나자 러시아 황실이 위협을 느껴 모든 감시와 검열이 강화되었다. 그 무렵 그가 몸담아 있던 서클이 분할이 되고 강경파와 온건파로 두 그룹이 나뉘에 되었고, 도스토예프스키는 강경파의 인물로 비춰져 체포되었다. 그 이후 그는 수감되었고, 가짜 처형식이라는 황제의 이상한 생각으로 말미암아 생의 끝까지 갔으나 다시 살아서 돌아왔다.
황제에게는 정치적인 사형수들에게 무서운 본보기를 보여주는 것과 동시에 다시 살려줌으로서 은혜를 깊이 알라는 뜻으로 생각했지만 그때 수감되어 사형장에 끌려간 이들은 정신 분열을 일으킬만큼 큰 충격을 받았다. 다행히 도스토예프스키는 이런 충격을 넘어섰지만 그가 옴스크 감옥에 있으면서부터 그가 경험하고 체감했던 것을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느꼈던 충격을 그의 글을 통해 느낄 수 있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인생의 황금기라 할 수 있는 삼십 대를 체포, 수감, 유형으로 소진해버렸다. 그러나 이 십년의 세월이야말로 이후 그가 위대한 작가로 성장하는 데 가장 비옥한 토양이 되었다는 것에 거의 모든 평론가들이 동의한다. 팔 개월간의 독방 생활, 처형 직전에 사면, 시베리아 유형지에서의 징역살이-보통 사람이라면 상상하기도 싫은 인생의 소용돌이를 거치면서 그는 순수한 이상주의자에서 지옥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근대의 단테로 변신했다. - p.42
자유란 도대체 무엇인가? 자유다. 어떤 자유인가? 법률의 범위 내에서 누구나 동등하게 무엇이든 자기 좋은 짓을 할 수 있는 자유다. 그러면 무엇이든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시기는 언제인가? 100만 프랑의 재산을 갖고 있을 때다. 그러나 자연 자유는 모든 사람에게 100만 프랑의 재산을 부여해주는가? 아니다. 100만 프랑이 없는 사람은 무엇인가? 100만 프랑을 가지지 못한 사람은 무엇이든 하고 싶은 짓을 할 수 있는 인간이 아니고, 그 돈을 가진 사람이 하고 싶은 일에 부림을 당하는 인간이다. - p.55
도스토예프스키가 천작하는 자유에 대해서 깊이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점점 더 자유라는 개념이 아득하게 느껴졌다. 감옥에서 절실히 느꼈던 자유, 인간이 가장 갈구하는 것이며 때로는 그 자유로움이 너무나 도취되어 무절제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야기 하기도 한다. 인간에게 가장 위대하고 가장 숭고한 가치를 도스토예프스키는 몸소 느낄 수 있었고, 그의 체감 덕분에 그가 쓴 작품 곳곳에 그의 처절한 속내를 자유의 본질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