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데이
데이비드 리바이선 지음, 서창렬 옮김 / 민음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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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다른 사람이 되어 깨어난다면?

 어느 날 잠을 자고 일어나 보니 한 마리의 벌레로 변해 있었을 때의 상황을 그린 작품이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이라면 데이비드 리바이선이 그린 <에브리데이>는 매일 같이 다른 사람의 몸으로 깨어나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누구나 '만약'이라는 가정법을 쓰며 나에게 일어나지 않았던 일을 상상하거나 앞으로 그렇게 될 것 같은 일을 예상하며 과거나 미래를 가상하며 이야기하곤 하지만 <에브리데이>처럼 매일 모르는 누군가의 몸에서 깨어나는 일은 단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사람이 태어나 성장하기까지 자신이 누구이고,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지만 매일 아침 새로운 삶을 맞이하는 A의 모습은 카프카가 그린 <변신> 속 이야기 만큼이나 흥미롭다.

매일매일 다른 모습으로 깨어나는 A의 모습에도 A를 사랑하는 리에넌의 이야기는 안타까우면서도 애틋하다. 무엇보다 A에게 보여지는 겉모습이 아니라 A가 갖고 있는 본질적인 모습을 사랑하는 모습을 받아들이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무엇보다 이 책의 장점은 매일매일 변하는 그의 모습이 아니라 그런 상황 속에서도 하루하루 자신이 몸담고 있던 사람의 몸을 함부로 대하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에브리데이>에서 보여지는 일곱 가지 법칙은 그가 매일 다른 사람의 몸으로 깨어나고, 자신보다 어리거나 나이가 많은 사람의 몸에는 들어가지 못하며, 한 번 들어간 몸에는 절대 다시 들어가지 않는다. 더불어 그가 다른 사람의 몸에 깨어난 것이 너무나 두려워 자지 않고 버티면, 몸이 찢어지도록 아픈 고통을 느끼며 몸이 멀리 이동하면 자신 또한 이동하고 어떤 몸에 있던지 그는 그일 뿐이다. 그리고 그가 가장 사랑하는 한 소녀만을 마음에 품고 살아간다.

현실에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상상이 가득한 책이지만 ​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소중한 존재임을 A를 통해 느낄 수 있다. 이런 생활을 어떻게 계속해서 이어나갈까 싶어 애가 타다가도 그의 마음이 너무나 결이 고와 계속해서 눈길이 간다. 여러 사람의 몸으로 이동하지 않고 한 사람의 몸에서 계속 생활 할 수 있다는 유혹에도 A는 자신의 도덕적인 품성에 흠결을 내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있어 가장 큰 고통을 주는 일이지만 자신의 도덕성을 끝까지 지키며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살아가는 A의 내면이 단단하게 느껴졌다.


만약 나에게 그런 일이 있다면 어땠을까? 하는 물음과 만약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A와 같은 상황이라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하는 물음이 동시에 오갔지만 비록 겉모습이 매일 바뀌는 사람일지라도 그 안의 내면이 바뀌지 않는다면 나도 소설과 같은 사랑을 했을 것 같다. 매일마나 얼굴이 틀리고, 체격이 틀리고, 남자로, 여자로 태어난다 할지라도 그 마음 그대로 올곳은 모습이라면 그와 함께하는 시간 조차도 남들과 같은 마음으로 바라볼 것이다. 그러나 리에넌은 각기 다른 모습으로 옮겨가는 A의 모습을 힘겨워한다. A가 소설 속에서나 있을 법한 판타지 속 인물이라면, 리에넌은 현실적인 인물이다. 사랑하지만 그 사람과 영원히 함께 할 수 없음을 알고 두 사람은 헤어진다.


몸과 몸 사이를 오가는 A는 멀리 떠나가 버리지만 그 마음 만큼은 너무나 순수하고 애틋해서 두 사람의 이야기가 그 어떤 책보다 더 진정성있게 느껴진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두 사람 모두 자신을 잃지 않고 사랑했던 그 시간만큼은 영원히 기억하고 싶을만큼 여운이 짙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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