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누아르 - 범죄의 기원 무블 시리즈 1
김탁환.이원태 지음 / 민음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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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악이 뒹구르는 욕망의 몸짓들!

​ 챙!챙!챙! 나를 위협하는 칼날이 사방에 오가는 가운데 살아남는 이는 약삭빠르게도 자신의 몸을 보호하는 이 보다 자신의 윗사람을 위해 먼저 몸을 던지는 이다.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오롯이 힘있는 자만 살아남을 수 있는 것처럼 누구하나 의지 할만한 사람이 없었던 소년이 세상의 흐름에 맞서 나가면서 나약한 소년이 아닌 한 남자, 나용주의 성장을 담은 이야기다.

 

나용주는 사당패에 들어가 각종 탈을 쓰며 춤을 추기도 하고 한가닥 줄에 매달려 줄놀음을 하는 광대이기도 하다. 그가 공연을 하지 않을 때에는 꼭두쇠 대인에게 검을 배우지만 절대 남들에게는 검을 휘두르지 말라고 스승은 조언하지만 몇몇의 양반가들의 횡포에 그는 자신의 검을 드러내고 만다. 그 후 그의 인생은 사당패에서 검계의 일원으로 들어가게 되고, 검계의 수장이 부린 간자가 되어 호암군의 일거수 일투족을 표악두에게 말하지만, 몸과 마음으로 호암군의 벗이 되어 그의 목숨을 해를 입히기 보다는 그의 목숨을 구해준다.

남자들의 치열한 몸싸움이 더해지지만 날카롭게 부딪히는 칼날보다 더 무서운 것은 권력이다. 임금을 보필한다는 재상들은 임금의 눈을 피해 자신의 권력을 더, 높고 굳건하게 다져가기를 원하며 검계들을 자신의 수족처럼 부리며 호위호식한다. 나라에서 금한 금주령을 깨고 술을 빚고, 그 술과 기생의 춤사위를 팔아 자신의 잇속을 채워나간다. 그 속에서 나용주와 호암군은 서로의 줄타기를 통해 우연과 행운, 위기의 순간이 다가오지만 호기롭게 그 순간을 피해간다. ​

마음을 베는 데는 검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 p.17

 

선악과 승패를 연결하는 짓은 어리석다. 죽고 죽이는 싸움판에서 선악은 그럴듯한 외피이거나 덧없음을 견디는 농담이거나 살아남은 자를 위한 위로다 - p.232

 

사람들은 선인과 악인이 싸우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악인이 선을 이기면 무릎을 치며 안타까워하고 선인이 악인을 이기면 박수를 치며 좋아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선인과 악인이 싸우는 경우는 천에 한둘뿐이다. 대부분인 악인과 악인이 싸운다. 이긴 악인은 덜 나쁜 놈이 되고 진 악인은 더 나쁜 놈이 된다. 차악과 극악의 대결을 선인과 악인의 대결로 간주하여 인기를 끄는 소설도 있지만, 그딴 헛소리를 정말 믿는 바보는 없다. 싸움꾼들은 무엇이라고 부르든지 결론을 마찬가지다. 이기는 쪽은 악이다. 악만이 이긴다. - p.280~281 

 

책을 읽기 전에는 <조선 누아르 범죄의 기원>이 예전에 M본부에서 했던 '다모'와 이명세 감독의 '형사'에서 보여줬던 화려한 액션이 가미된 소설과 비슷한 색깔을 갖고 있는 책이 아닐까 싶었는데, 책을 읽어보니 이번에 S본부에서 종영했던 '비밀의 문'에서 보여줬던 그림과 흡사했다. 드라마에서는 왕과 신하의 권력이 줄다리기 하듯 팽팽한 신경전에 힘을 쏟았다면, 책은 나라에서는 결코 인정되지 않을 검계의 수장이 된 나용주와 그 권력의 정점이었던 갑론, 을론의 두 대감의 먹이사슬처럼 먹고 먹히는 이야기를 치열하게 그려냈다. 마초적이면서도 동시에 드라마나 영화를 보듯 눈에 그려질 듯한 인물들과 배경에 재미를 더하듯 엎치락 뒤치락 하는 이야기의 끝은 과연 어딜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이 책은 ​김탁환 작가와 이원태 기획자가 결합한 '원탁'의 첫 장편소설이다. 무블 시리즈의 시작점인 이 소설은 영화와 소설을 합한 조어로 영화 같은 소설, 소설같은 영화의 이야기를 지향하는 시리즈라고 하는데 글에 묻어져 나오는 활극의 이미지는 우리가 많이 봐왔던 남성적이고 강한 이미지이면서 동시에 범죄의 기원이라고 할만큼 날것 그대로의 어둠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다.

 

이전에 드라마에서 보여줬던 검계의 활약상이 많았던지라 그들의 어두움이 극히 두렵지는 않았지만 갑론, 을론, 호암군, 최만치등 굵직한 인물들을 통해 보여지던 권력에 대한 집념과 자신을 보호하고 나가는데 있어 우리 사회에서 뿌리 뽑아야 할 근원적인 철칙과 청렴, 강직함은 어느새 저 멀리 떨어져 있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답답했다. 선과 악의 기원이 시작된 그들의 싸움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고 자신을(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그 누구에게도 자신을 다 내보여서는 안된다는 ​표악두의 말이 계속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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