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코 - 2014 제38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공간 3부작
김기창 지음 / 민음사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쓸쓸한 노년의 삶.

 

 어린 아이들에게는 '어제'의 일보다 '내일'의 일을 더 고대한다. 삶의 질곡을 모두 겪은 어른들에게는 '내일'보다는 '어제'의 삶이 오늘보다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 시간이 지나야 내가 살았던 순간들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알게 되는 것처럼 노년의 삶 역시 오늘 보다는 예전의 삶이 더 그립다. 어렸을 때는 부모 밑에서 살을 부대끼며 살고, 몸도 마음도 튼튼하여 자신이 가고 싶은 곳을 주저없이 갈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 나이를 먹게 되면 자신이 가졌던 모든 것들이 모래를 쥔 것처럼 사르르 사라진다.

삶의 모든 것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행동반경도 좁아지고, 몸을 쓰는 근육도 적어진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라 기계가 오래쓰면 고장이 나는 것처럼 사람의 몸도 오랫동안 쓰면 자연히 마모되지만 다른 이의 부축을 받는 노인의 삶은 알맹이 없는 빈껍데기로 살아가는 것 같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줄 때도 없고, 준다고 하더라도 뭔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감출 수 없다.

 

노인은 나이와 고독의 상관성에 대해 결혼을 내렸다. 살 만큼 살고 할 만큼 하고도 죽지 않는 것에 대한 신의 분노가 둘의 고리였다. 노인은 신에게 반문했다. "당신도 너무 오래 사는 것 아닌가?" - p.51

 

그가 지금껏 혼자인 것은 다른 사람들 탓이 아니다. 지금의 그 자리에 있는 것은 자신의 선택이었다. 젊은 사람 중 관계의 시달림보다는 외로움을 택하는 사람이 있듯이 노인도 그럴 수 있다. - p.65

 

"조금 더 살면, 사는 것 자체가 모욕처럼 느껴질 거야."

" 노인은 모욕당하면 안 되는 존재야. 지금까지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존경받아야지. 당신은 부자에 걱정도 없고 젊은 여자 뒤나 따라다니다 보니까 망각하고 있는 거야. 별 볼일 없는 존재로 취급받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거지. 그 여자는 당신을 어떻게든 구워삶아서 돈 좀 만져 보겠다는 거야. " - p.139 

<모나코>를 읽었을 때 초반에는 지루했다. 노인과 같이 나이가 들었다면 소설을 읽고 체감하는 느낌이 달랐을 것이다. 아직 파릇파릇한 나이고 활동할 수 있는 나이라 노년의 삶을 그린 작품들을 요즘 곧 잘 만나지만 작가가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몰입감이 다른데 이 책은 초반이 다소 지루했다면 뒤로 갈수록 노년의 삶이 이렇게 매마르고, 쓸쓸할 수 있구나 라고 느끼는 감정이 뒤로 갈수록 더 치닫는다. 노인의 삶은 티비에서 보여지는 것보다 조금은 호화롭지만 어쩐지 그를 둘러싼 관계들이 깊지 않다. 옆에서 도와주는 덕이나 노인이 사랑을 꿈꾸는 진 마저도 허울적인 느낌이고 노인은 언제나 혼자인 것 같다.

 

누군가에게 관심을 받고 싶고, 집안 곳곳에 살림을 도와주는 덕이나 고양이 두 마리가 아닌 사람의 온기가 필요했다. 그러나 노인은 관계의 시달림 보다는 외로움을 택했다 하지만 그의 마지막 순간은 너무나 처참했다. 요즘은 그 어느 때보다 나이 많은 어르신들을 자주 보게 된다. 뉴스를 보더라도 일하는 인구 보다는 노년인구가 급증 한다는 기사들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몇 년전만 해도 노후대비에 대해 생소했다면 요즘은 나이가 많아진다면 어떻게 삶을 살아가야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렇듯 노년의 삶은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노인의 말투나 먹는 것 하나하나 노년의 삶 보다는 노인의 욕망이 깃든 삶을 그려져 있고, 노인의 집에 걸려진 그림 조차도 노인의 욕망이 그대로 점철되어 있다. 모리츠 루드비히 폰 슈빈트의 '아침시간'과 마리아노 포르투니 이 카르보의 '포르티시 해변의 누드'역시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그의 눈빛이 반짝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쉽게도 세 작품 중 요제프 리플 로나이의 <새장을 든 여인>은 검색해도 나오지 않아 어떤 그림인지 느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림의 색감이나 색조, 화풍을 봐도 따스함과 푸르른 느낌은 노인이 한 없이 그리워하는 젊음이 아닌가 싶다.

 

까다로운 노인에게 찾아온 마지막 사랑이라는 띠지가 눈에 들어오지만 진이 노인에게 '마지막 사랑'이라고 하기에는 여러가지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 내 생각에는 진이 노인에게 주는 마지막 온기 정도랄까. 그것도 아주 잠깐 스치고 마는 바람같은 온기. 노인이 살았을 때 자신이 택한 까다로운 냉소적인 면들이 그가 마지막 순간 삶을 마감할 때도 사람들은 그의 선택을 지지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의 마지막은 너무나 생생하게 그려졌고 사람들의 관조하는 모습이 어쩌면 지금 우리의 이웃들에게도 일어나는 일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노인의 삶을 냉철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어젯밤 저녁내내 이 책을 읽고 잠을 설쳤던 이유 역시 노인의 삶이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며, 현재 우리에게 일어나는 흔한 풍경의 모습인 것 같아 마음이 스산했던 소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