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고도를 사랑한다 - 경주 걸어본다 2
강석경 지음, 김성호 그림 / 난다 / 201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걷는 그 순간, 행복감이 물씬 피어나는 곳.

 

이제야 알겠다. 경주의 깊이란 다름 아닌 황룡사지의 봉 자국에 묻은 신라인의 정성과 깊은 염원이라는 것을, 분화사 탑에 서린 할기리 여자 희명의 간절한 기도라는 것을. 비록 후손들이 이익에 눈이 어두워 고충 아파트를 마구 세우고 유산을 손상했지만 돌 틈에도 살아 있는 그 숨결 때문이라는 것을. - p.56

 

 남들은 중고등학교 때 수학여행지로 발도장을 찍고 천마총 앞에서 기념사진을 남겼지만 어쩐 일인지 학교를 다닐 때에는 '경주'를 빚겨갔다. 고등학교에 새로 입학한 아이들이 이전에 중학교에서 경주로 수학여행을 떠났다는 이유로 고등학교 수학여행은 경주가 아닌 강원도 화진포로 갔던 기억이 난다. 다른 중학교에서 입학한 아이들 중에서는 극히 소수이겠지만 경주에 발을 디뎌보지 못했고,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기에 다른 곳으로 수학여행을 간다는 것이 무척이나 아쉬웠다.

 

 

 

시간이 흘러 학교를 졸업한지 시간이 흐르고 흘러 작년에 큰 마음을 먹고 엄마와 단둘이 여행을 떠난 곳이 '경주'였다. 늘, 처음 발걸음을 떼는 힘든 법인지 여행을 고민하다 갑작스럽게 '가자~'하면서 떠난 경주여행은 생각보다 무척 재밌었다. 좋은 펜션, 좋은 민박집이 아닌 역 근처의 모텔에서 잠깐 눈을 붙이며 몸을 뉘였지만 서울의 빽빽함과 낯밤이 불분명할 정도로 환한 거리를 떠나 경주의 나지막한 집들과 곳곳의 둥글둥글한 릉과, 구불구불 파마를 한 듯 울창한 나무들이 서있는 이 곳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예전에는 서울에 사는 것이 참 좋았는데 언젠가부터 공기도 탁하고 사람도,집도,자동차도 빼곡한 이곳이 너무도 빡빡하게 느껴진다. 자연적인 모습은 점점 사라지고 인공적인 모습만 존재하는 것 같아 대도시의 삶이 조금은 밋밋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경주에서의 2박 3일의 여정은 자연과 마주하는 것은 물론 신라의 역사와 문화 찬란한 고도에 대해서 깊이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짧은 여정이 아쉬웠을 정도다.

 

 

 

걸어가는 곳마다 펼쳐지는 풍경과 나무와 새, 나지막한 기와집이 그야말로 너무 자연친화적이어서 가는 곳마다 나중에 꼭 이곳에 와서 몇 년쯤 살았으면 좋겠다고 할 만큼 푸르른 기운에 행복감이 물씬 피어났다. 동전의 양면처럼 장점이 있다면 단점도 있는 것처럼 있는 내내 유명하다는 음식점에 가서 한정식을 먹어봤지만 반찬의 가지수만 많았지 맛은 그리 좋지 않았다. 경주에는 왜 그리 빵집이 많은지 덕분에 보리빵과 황남빵을 사먹느라 여행경비를 제법 썼던 기억이 난다.

 

강석경 작가의 에세이를 읽고나니 작년 여행 갔을 때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당시 찍었던 사진을 찾아서 다시 보니 그 때 생각이 나서 좋기도 하고 다시 한번 경주로 여행을 떠나고 싶은 것을 꾸욱- 참았다. 걸어본다 시리즈 1권인 <지나치게 산문적인 거리>도 그랬지만 이 책 역시 여행정보나 여행기가 아닌 저자가 스스로 그곳을 걸으며 느꼈던 사유와 그 곳의 근원적인 본질을 찾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글 만큼이나 화가 김성호의 그림이 너무도 좋아 몇 번이나 보고 또 보고를 반복하며 감상했을 정도로 경주의 풍경을 그대로 보여준다.

 

 

경주에 살면서 가장 좋은 점은 바다를 가까이 볼 수 있다지만 저번 여행에서는 바다가 아닌 신록의 푸르름만 깊이 본 터라 다음에 꼭 경주를 여행한다면 문무대왕릉과 감포항에 꼭 가보고 싶다. 지금과 가장 근대인 조선의 역사에 심취한터라 신라의 역사는 학교 때 배웠던 것이 전부여서 경주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그 찬란한 문화를 마음 깊이 넣고 오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그들의 정신과 찬란한 문화를 눈과 마음에 깊이 새기는 날이 온다면 그 때는 깊이, 깊이 새겨넣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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