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조그 1 펭귄클래식 116
솔 벨로우 지음, 이태동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읽다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나이가 들수록 자기가 보고 싶어하는 면만 바라본다.'는 이 구절을 보는 순간 결국 인간은 자기 합리화를 하며 '이기적인' 모습으로 살아가는 구나 하고 깨달았다. 점점 나이가 먹을수록 시아가 점점 어두워진다. 솔 벨로의 <허조그>를 읽을 때도 모지스 허조그의 위기에 처한 중년의 모습 보다, 40대 남자사람으로 '어른'인 그가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못하고 두번의 이혼을 하고, 교수직을 그만두어 사회적 위치가 약해진 나약한 어른의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10대에는 20대의 모습이 안정적으로 보였고, 20대에는 30대가 되면 안정적인 직장에, 배우자도 만나 아이를 하나 둘 낳고 삶을 안정적으로 살아갈 줄 알았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가면 흘러갈수록 그 시절에 꿈꾸었던 '그때'가 더 행복했던 것 같다. 앞으로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많기에 인생을 다 알 수는 없지만 그때 생각했던 '평온함'과 '안정적'이라는 말은 세대를 걸쳐 살아가는 그 순간까지도 도달하기 힘든 과제가 아닌가 싶다. 허조그를 보면 불안정한 모습 속에서도 '편지'를 쓰며 자신의 속내를 드러낸다. 쓰지만 보내지 않는 소심함과 카타르시스적인 감정을 쏟아내는데 있어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영혼을 풀어내곤 하지만 어쩐지 그 글속에서도 그의 모순적인 행동들이 담겨져 있다.

 

비극적인 상황에 희극적인 모습들이 우스면서도 뭔가 찜찜한 속내를 드러낸다. 소심한 A형 같은 모습을 드러내다가 전형적인 지식인의 고독함을 나타내는 허조그의 모습은 불안정한 삶을 사는 현대인들의 자화상 같다. 허조그처럼 편지를 쓰지는 않지만 혼자 중얼중얼대며 공중에 말을 풀어버리곤 한다. 시간이 지나 점점 더 자신이 생각한 이상에 닿을 수 없는 나약함을 인간 스스로가 한계라고 생각하며 소리없는 벽에 부딪히며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그의 모습이 때로는 눈물겹다.

 

<허조그>는 저자 솔 벨로의 작품 중에서 가장 자전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간 작품이다. 자전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간만큼 지식인의 깊은 고뇌에 대해 유감없이 깊은 심연을 그려내고 있는데 허조그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여정이 결코 쉽지 않았다. 보여지는 나와 보이지 않는 나 사이의 갈등이 보이며 이중성을 가진 허조그를 보면서 나의 모습을 떠올렸다. 허조그의 모습에서는 나와 같은 모습이, 때로는 다른 사람의 모습들이 비춰진다. 지식인으로서의 깊은 고뇌는 따라갈 수 없지만 그가 겪는 기본적인 감정들은 보이되 보이지 않는 그림자와 같다.

 

행복을 추구하려면 불행한 결과에도 대비해야 한다. - P.28

 

겉과 속의 솔 벨로의 편린 속에서 주옥같은 문장들이 쏟아진다. 그 가운데 이 문장이 가장 마음에 와 닿았다. 어쩌면 허조그가 이 한문장의 뜻을 일찍 알았더라면 그가 깊이 고뇌할 일도, 그의 삶이 흔들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읽기 쉬운 작품은 아니었지만 또 한명의 거장의 작품을 읽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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