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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의 기술 1 ㅣ NFF (New Face of Fiction)
채드 하바크 지음 / 시공사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흔히들 야구를 인생에 비유한다. 홈에서 승부한 타자가 1루, 2루, 3루 그리고 다시 홈에 들어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채드 하바크의 <수비의 기술>을 읽으면서 그 어느 때보다 야구경기를 더 열심히 보았다. 특히 헨리와 같은 포지션을 갖고 있는 '유격수'를. 더불어 그들의 피나는 노력과 열정을 느끼고 싶어 지난주 S본부에서 하는 '나는 산다, 김성근 - 9회말까지 인생이다' 를 보며 노력이란 무엇인가? 열정이란 이런 것이다!를 오롯하게 야구를 위해 사는 한 사람을 통해 그의 열정을 보았다.
채드 하바크의 첫 데뷔작인 이 소설은 제목에서 어우러지는 것처럼 흡사 야구 소설처럼 보이지만 변화구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제구력을 가진 작품이다. 헨리, 슈워츠, 오웬, 어펜라이트, 펠라가 이 소설의 주인공이자 다섯 타자들인 셈인데 저마다 공격을 하고 있지만 팡팡 쏘아올리는 공이 아웃이 되기도 하고, 1루타가 되기도 한다. 혹은 수비의 실수를 통해 온전한 기회를 얻고 있지만. 다섯 명의 인물을 통해 야구를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말을 절실히 실감했다. 그들이 가고 있는 길이 투수의 제구를 통해 타석에서 힘껏 치고 있는 타자와 별반 다를게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헨리는 자신의 영웅 아파리치오의 <수비의 기술>을 에 있어 자신이 가장 닮고 싶어하는 롤모델로 그의 책을 끌어안으며 실책 없는, 말 그대로 수비의 신(神)으로 거듭나곤 했다.
그러나 무슨 일이든 한가지 일에서 와르르 무너지듯 '완벽'에 가까운 헨리의 수비는 어느날 악송구 하나 때문에 무너져 버렸다. 룸메이트인 오웬에게 큰 상처를 입힐 정도로. 그 이후 그의 수비는 빗금이 갈라지는 것처럼 실책이 많이 나왔다. 야구에 있어서 헨리의 모습이 그렇지만 헨리를 도와준 슈워츠나 그의 룸메이트 오웬, 그들의 학교 총장인 어펜라이트, 어펜라이트의 딸 펠라까지도 조금씩 누수가 된 모습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지금까지 그들이 승부한 삶은 자신이 목표한데 있어서 예상치 못한 상태로 자신이 공격한 방향의 공은 삶에 있어서 일정부분 '실패'라는 단어를 짊어지고 있었다.
완벽했던 송구로 스타우트의 눈길이 반짝였던 헨리 마저도 '완벽'하다는 것이 양날의 칼날처럼 자신의 삶에 있어서 '완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점이 이 책의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어펜라이트 역시 허먼 멜빌의 <모비딕>과 같은 큰 바다에 포경선이 승선한 선원같이 그들의 배경에 있어서 그 또한 인생을 항해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저마다의 시간에서 청춘을 보내는 모습은 책을 읽는 이 순간에도 나도 그들과 같은 고민과 어떤 것에 열정에 사로잡혀 있었다.
헨리가 아파리치오를 숭배하듯 채드 하바드 역시 허먼 멜빌의 소설이나 야구를 통해 거대한 배경을 자신의 배경으로 감싸안으면서도 그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풀어놓았다. 거친 파도와 잔잔한 파도가 음율을 이루듯 화음이 잘 맞아 떨어지는 협주곡 같아 나도 모르게 그의 이야기에 자꾸만 파고 들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의 제구력은 나도 모르게 다섯명의 인물을 통해 그들이 있는 홈에서 나를 발견하게 만든다.
헨리, 슈워츠, 오웬, 어펜라이트, 펠라는 다이아몬드 홈 사이에서 어디쯤 서 있을까 라는 물음 속에 그럼 나는 어디쯤 걸어가고 있을까라는 물음이 덫대어 다가왔다. 과연 인생이란 자신이 수비하고, 실책해 낸 볼 사이의 방향에서 살고 있는 것일까. 어쩐지 <수비의 기술>은 글러브에서 빗겨져간 수많은 구멍들을 하나씩 보게 만든다. 성장소설이면서도 동시에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상실감을 느끼게 하는 동질감이 느껴졌다. 그들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편안한지. 하나의 실수에 온 신경을 집중하지 말고 잘 하는 한가지에 더 집중하라고 하듯이 채찍질하며 또 하루를 살아가는 그들이 있다는 것만으로 위안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