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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맨 & 플레이어
조안 해리스 지음, 박상은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우리나라 한옥을 좋아하는 만큼이나 뾰족뾰족하고 유럽풍의 창이 나있는 집을 좋아한다. 늦은밤, 창에 비쳐진 불빛들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하고 그 불빛이 모이면 마치 화려한 샹글리에를 켜높은 것처럼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하게 느껴졌다. 조안 해리스의 <젠틀맨 & 플레이어>는 제목만큼이나 표지가 선명하게 들어온다. 마치 정전이 된 것 같은 마을 속에 오직 흑과 백만이 존재하는 뫼비우스띠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때로는 체스 게임을 떠올리게 한다. 책을 읽고 나서 다시 표지를 보니 왜 이렇게 표지를 디자인 했을까 할 정도로 이 책의 느낌과 잘 맞아 떨어진다.
계급의 차이에 대한 소설을 몇번 접해보긴 했지만 이처럼 냉소적이며, 엘리트주의와 주인공이 느끼는 이질감, 쾌감, 타인에 대한 냉소적인 시선을 느낄 수 있는 문체를 접해보지 못했다. 영화를 처음 볼 때 낯선 이질감과 놓을 수 없는 긴장감이 책을 읽는 내내 계속 되었다. 오래된 전통의 세인트 오즈 월드가 어린시절 하층민이었던 스나이드에게 동경의 대상이었다면, 성인이 된 스나이드는 동경의 대상이었던 그곳에 첫발걸음을 옮기게 되고 가장 고지식한 집단인 학교를 대상으로 그녀의 욕망이 시작되고 서서히 무너뜨릴 수 없는 아성을 깨트려버리는 위험한 일이 시작된다는 이야기다.
책은 시종인관 타인을 바라보는 것처럼 감정이 배제되어 있고, 냉소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었다. 온기가 느껴지는 글도 좋아하지만 언젠가부터 감정이 배제된 이성적인 모습, 기계 같지만 자신에게도 냉철한 모습의 글에 대해 매력을 느낀다. 찬바람이 부는 겨울의 영향인지, 아니면 요즘 사람들의 시선이 점점 그런쪽으로 흘러가기에 나 또한 그 시류에 이끌려 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지만 요즘은 차가운 문체에 이끌리는 것은 사실이다.
작가 조안 해리스의 작품을 처음 접했지만 그녀의 경험담이 묻어나는 작품은 자전적인 요소와 더불어 견고한 성처럼 틀안에서 한치의 틈도 허용하지 않는 '사립학교'를 배경으로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그들의 성격이 묻어나는 그들의 모습을 숨가쁘게 그려내고 있었다. 체스를 연상시키는 권력에 대한 욕망, 침범할 수 없는 엘리트 의식이 그들의 머릿속에 팽배해있고, 그들의 기준에서 어긋나는 사람이거나, 계급이라면 도저히 뚫을 수 없는 간극을 소설에서 극명하게 나타내고 있었다.
조선시대나 왕과 왕비, 기사가 살고 있는 중세시대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현대에서도 보이지 않는 계급이 존재하는 사회를 조안 해리스는 날카롭게 그려내고 있고 주인공은 그들의 보이지 않는 사슬을 끊고 들어가 그들을 흠집내려 하고 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위험한 게임의 승자는 과연 누가 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이 소설은 스릴러를 결합해 더욱더 밀착력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누군가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존재에 대해 더욱더 견고해지는 틈바구니에서 스나이드는 어떻게 그것을 끊어낼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이 책을 읽고 나면 속시원하게 풀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