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트 하우스 민음사 모던 클래식 50
니콜 크라우스 지음, 김현우 옮김 / 민음사 / 201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인물들이 있는 방은 모두 전극봉과 전선을 통해 커다란 상어 한 마리와 연결되어 있다고. 매일 밤 조명이 환한 물탱크에 갇힌 상어가 그 사람들의 꿈을 대신 꾼다는 이야기. 아니, 그냥 꿈이 아니라 악몽이었지, 견디기가 너무 어려운 일들. 그래서 인물들이 잠이 들면 그 끔찍한 일들은 전선을 타고 빠져나와 무시무시한 물고기에게 흘러들어 가는 거라고, 흉터투성이 상어는 그 비극들을 모두 견딜 수 있을 테니까. - p.69

니콜 크라우스의 <그레이트 하우스>는 기억의 조각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마음속 깊은 곳에 있던 숨어 있는 이야기, 한 가족의 깊고 깊은 이야기를 네 명의 화자와 두번의 이야기를 통해 들을 수 있다. 그들 사이에는 열 아홉 개의 크고 작은 서랍이 달린 육중한 책상이 매개가 되고, 전혀 관계가 이어지지 않을 사람과의 스침도 '책상'이 매개가 되어 그들을 잇는다.

누워있는 판사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여자 나디아, 아들에게 벽을 두고 있는 아버지의 이야기, 같은 공간에 있지만 다른 공간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남편과 아내의 이야기 (이 이야기는 남편의 시점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오빠가 사귀는 여자의 시점으로 이루어진 요아브와 레아의 이야기가 <그레이트 하우스>의 목소리들이다. 그들의 이야기는 하나의 하모니를 만들어 내고, 우리는 그 속에서 마음의 그림자를 그려내는 그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그들의 이야기는 하나의 목소리가 모이고 보여 근사한 하모니를 만들어낸다.  마음의 그림자를 그려낸다. 감정의 소모가 아닌 이미 그 에너지를 소화한 후의 이야기를 보는 것처럼 소통의 단절이 이미 그들에게는 사방이 '벽'으로 막혀있다. 독방에 앉아 홀로 그 순간을 떠올리며 회한에 젖어있는 주인공들을 상상하게 만든다.

남남의 이야기지만 한 가족의 소통의 부재와 친밀한 사람과의 벽을 느끼는 처럼 같은 공간에서 살음 부비고, 핏줄을 나누고, 사랑을 나누는 사이에서의 상호작용이 아닌 자신이 보고자 하는 방향으로만 하는 옹골찬 고집이 느껴진다. 그것이 하나의 트라우마가 될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약점이 될 수 있으며, 또 누군가에게는 견딜수 없는 외로움이다.

기억의 상흔을 통해 비밀스러운 기억들, 미스터리한 기억의 보따리를 열고 닫히는 것처럼 그들은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면서 상대방을 떠올리며 그들의 그림자를 쫓고 있다. 1000피스 퍼즐을 맞추는듯 이야기들이 독립적으로 흘러가다가 육중한 책상이 유물처럼 세대를 넘어간다. 전극봉과 전선을 통해 커다란 상어 한마리와 연결되어 있다는 글귀처럼 인물들은 상처가 난 가슴속에서 기억의 서랍을 열고 있다.

모던 클래식 특유의 주제와 맞닿아 떨어지지만 50번째 <그레이트 하우스>는 이야기의 엮임이 굉장히 고급스럽다. 인위적이거나, 지루하지 않는다. 몇날 며칠을 세서 퍼즐을 다 맞추는 기분이 것처럼 하나의 이야기가 엮여 어떤 결말이 나올까 하는 미묘한 두근거림이 느껴진다.

시점이 나뉘어 지는 것보다 하나의 이야기를 올곳게 가는 것을 작품을 좋아하지만 이 작품은 시점이 나뒤어도 1부에 이어 2부에서 이어지는 감정선이 뒤바뀌면서 반전을 이루는 것이 굉장히 흡입력있게 이 작품을 읽었다.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면 하나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화수분처럼 끝없이 이어지는 비극들과 악몽이었다. 작게는 한 가정의 일, 크게는 유대인의 모습이 그려지는 그들의 슬픔과 한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어떤 위치에서 소설을 읽고자 하는 것에 따라 의미가 새겨지는 이 소설은 정교한 선택과 세밀한 묘사에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극한 감정의 향연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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