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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검열과 사랑 이야기 ㅣ 민음사 모던 클래식 49
샤리아르 만다니푸르 지음, 김이선 옮김 / 민음사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고 나니 얼마전 M본부에서 했던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가 생각났다. 채널을 돌리다가 볼 프로그램이 없어서 케이블로 보게된 양희은의 노래인생 4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로 지인들을 불러모았다. 몇몇 노래는 들어봤지만 익숙하지 않았던 그녀의 노래를 들어볼 수 있는 시간이었지만 시간을 거슬러 그녀의 노래인생에서 듣게된 '검열' 때문에 음반을 수거하고 방송에 나오지 못한 일화에 대한 이야기가 생경하게 들렸다. 지금 생각하면 그저 웃음이 나는 이유였다. 예를 들면 제목이 너무 선정적이어서 음반이 회수되고, 가사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회 분위기와 맞지 않아서 방송에 나오지 못했다.
몇 십년전만 해도 우리도 '검열'이 있었던 시대가 있었다. 비록 내가 태어날 무렵에는 장발이거나, 미니스커트가 짧아서 걸리는 시대를 넘어서서 통금시간도 없는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세대이기도 하지만 아직도 '불온서적'이라고 붙이는 명명하는 책들이 존재하기에 보이지 않는, (혹은 조금 엿볼 수 있는) 잔재들이 남아있다.
여기, 샤리아르 만다니푸르가 쓴 <이란의 검역과 사랑이야기>는 제목 그대로 이란의 '검열' 속에서도 '사랑이야기'를 쓰고 싶어하는 작가의 열망과 열정 그리고 거기에 대두되는 사회적인 문제들을 열거한다. 표출할 수 없으니 당연하게도(!) 은유적인 표현으로 그들의 마음을 대신한다. 그 속에서 작가의 마음은 열망하고, 열정적인 땀방울이 솟아 오른다. 급기야 마음속에서 폭발이 일어나기도 한다. 우리가 자연스럽게 쓰는 표현들, 상징들, 티비나 언론 매체들이 쓰고 있는 문장이 누군가에게는 쓰고 싶은 단어이던가.
햇살 가득한 테헤란의 봄날, 차도르를 쓴 사라가 대학 정문 앞에서 "독재에 죽음을, 자유에 죽음을"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서있다. 그 속에서 지난 일년 동안 많은 책 속에 암호로만 사랑고백을 하는 남자 다라의 이야기가 이 책의 사랑이야기의 주인공이다. 그 가운데 작가가 있다. 이란의 검열 정책에서 그의 사랑이야기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란이라는 나라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사랑 표현이 허용된 나라가 아니며, 사랑하는 두 남녀가 한 공간에 있어서도 안되고, 손을 잡을 수도 없으며 심지어 나란히 길을 걷을 수도 없다.
마치 이것도 안되고, 저것도 안되는 복잡한 거미줄이 얽힌 지뢰밭 사이에서 작가는 그들이 쳐놓은 그물망 사이에서 그들 특유의 생존방식을 구하고 있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것처럼, 작가의 열망과 욕망을 신화에 빚대어 표현한다. 어떤 시대든 암흑의 시대였던 곳에서도 문화와 예술이 발전하듯이 작가는 사회의 어리석음과 잔인함을 고발하고, 그의 글쓰기는 점점 더 깊고, 깊은 세계로 빠져든다.
샤리아르 만다니푸르의 이야기는 무거운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유머러스하게 이야기를 끌어간다. 작가의 시점으로 가다가 다시 그가 쓴 소설의 이야기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시점 사이에서도 전혀 피로가 느껴지지 않는다. 책을 읽더라도 주로 영미권 소설이나, 일본, 유럽권의 책을 자주 읽곤 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좀 더 깊게 이란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알고 싶어졌다. 그동안 알았던 이란의 표면적인 모습들은 물론이고 그가 속사포처럼 해준 이야기들이 귓가에 맴돌았다. 오랜만에 읽는 웃음과 해학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