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에서 온 아이 펭귄클래식 21
오스카 와일드 지음, 김전유경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의 주인공은 하나같이 다 '해피엔딩'의 주인공들이었다. '행복하게 잘 먹고 잘 살았습니다'로 끝이 나는 이야기. 권선징악의 이야기로 끝을 맺고 나면 동화의 주인공이 된 것 마냥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곤 했다. 왠지 모를 뿌듯함이 느껴지던 시절, 어쩌면 그 동화를 읽고 나는 세상에 대한 환상을 품었을지도 모르겠다. 세상은 다 아름다운 것이라고. 그런점에 있어서 오스카 와일드의 단편선은 그동안 느껴왔던 아이들이 품었던 동화에 대한 환상과는 다른 이야기였다. 어릴 때 동화의 환상을 품고 어른이 되어 다시 이 책을 접했다면 동화에 대한 환상이 빠지지직하고 금이 갈 만큼 직설적이고 잔혹하기까지한 단편 모음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동화의 주인공들,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행복한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릴 때, 여전히 그들은 ing형으로 살아있고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시간관념을 갖게 해준 것이 드라마 '연애시대'였다. 은호가 이야기 했던 마지막 나래이션들. 그것이 오스카 와일드가 1891년 <행복한 왕자>와 1892년 <석류나무 집>을 발표한 것과 일맥상통한 면이 많다. 동화라고 꼭 '해피엔딩'을 맞는 것이 아니며 그의 이야기 속에서는 밝고 따스한 빛이 존재하는 반면 어둡고 잔혹한 그림자를 대치하여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다. 

이런 주요 특징은 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삶과도 관계가 많은데, 그는 1895년 동성애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고 감옥에 수감되기 이전과 이후의 삶이 많이 달라진다. 이전의 삶이 그가 화려한 필력을 펼치며 나아가던 전성기였다면 감옥에 다녀온 이후의 삶은 사랑하던 아이들을 평생동안 만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가 썼던 글 마저도 펼치지 못한채 생을 마감했다.

오스카 와일드를 떠올리면 '동성애'뿐만 아니라 유미주의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아름다운 것을 최고로 여기는 그의 시선은 그의 작품 속에서 그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을 예찬하는지 작품마다 잘 드러난다. 대부분의 작품이 그렇지만 특히 <석류나무 집>에 수록되어 있는 '공주의 생일'의 이야기에서 아름다운 것에 대한 정의를 느낄 수 있었다. 공주의 생일날, 그날 공연에 참여한 난쟁이의 이야기. 굽은 다리에 기괴한 머리를 한 난장이가 춤을 추는 모습에 한껏 웃은 공주가 새빨간 장미를 던져줌으로서 난장이는 공주에게 반한다. 시간이 지나 공주를 찾아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일념으로 궁 전체를 돌아다니다가 거울의 방에서 자신의 괴물같은 모습을 보는 장면들. 공주의 비웃음 뿐만 아니라 정원에 피어있는 꽃들에게도 난장이의 모습은 비웃음을 산다.

그의 이야기가 현실적이면서도 때로는 그 시대를 풍자하고 있지만 아름다움에 대한 찬미로 인해 잔혹하게 현실을 그리고 있다. 사랑에 대한 낭만보다는 시니컬하고 자기 주장만 앞세우는 '이기적인' 주인공들이 대거 등장한다. 책을 읽다보니 단편들이 너무 잔혹하고 오만하고, 이기적이라 이것이 그가 쓴 단편인가 하고 다시 그의 프로필을 읽어본 적이 있다. 어릴 때 읽었던 행복한 왕자가 이랬던 글이었을까 하는 회의가 들기도 했다. 그는 작품들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 하고자 했을까? 마치 잔혹동화를 보는 것 같아 동화의 환상은 깨졌지만 그가 그리고 있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도, 그 분신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것이 현실이고 동화란 책 속에서만 존재한다는 것이 가슴아프지만 어쩐지 그 시대의 오스카 와일드가 알고 있었다니. 그는 아름다움을 예찬하면서도 빨간 장미에 가시가 늘 존재하고 있음을 염두해 두고 있는 사람이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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