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법의관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1 ㅣ 케이 스카페타 시리즈 1
퍼트리샤 콘웰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퍼트리샤 콘웰의 책을 읽으니 문득 고등학교 생물 시간에 했던 개구리 해부가 생각난다. 내 몸에 피 흘리는 것은 자연스럽게 봐도, 나 아닌 누군가가 피를 흘리는 모습은 보지 못하는 터라 나는 그 시간이 꽤 곤욕스럽게 느껴졌다. 실습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는 다른 반이 이미 실습을 하고 난 후 였는지 마취제 냄새가 역하게 느껴졌다. 그 이후에 우리 조는 나 아닌 어떤 친구가 칼을 들어 개구리 몸통을 갈랐다. 그 이후에 어떻게 해부를 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 시간 이후로 붕어도 한마리 가른 기억 말고는.
퍼트리샤 콘웰이라는 작가와 더불어 '스카페타 시리즈'를 접하지 않았지만 마치 읽어본 것 처럼 익숙했다. 꼭 한번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었는데 시리즈 첫번째인 <법의관>을 통해 발걸음을 떼었다. 팬들의 입소문 만큼이나 '역시' 읽는 맛이 좋았다. 아니, 굉장히 정교하고 무게감 있다. 그 어떤 스릴러 소설보다 조곤조곤한 말투와 치밀한 전개과정, 세밀한 자료 조사를 통해 법의국장 케이 스카페타 박사의 옷차림부터 그가 하는 모든 일들에 대한 과정히 상세히 그려져 있다. 사건을 대하는데 있어서도 허투루 하는 법이 없이 철두철미하게 사건을 바라보고 단서를 수집하는 모습조차 안정적이고, 냉철하다.
책을 펼치자 마자 케이 스카페타의 조곤조곤한 말투가 사로잡았고, 생명이 붙어있지 않는 목숨이라 할지라도 그 사람의 명예와 몸을 소중히 다루는 그녀의 시선과 예의가 마음에 들었다. 지켜야 할 것에 대한 선과 사람사이에 두는 경계를 그녀는 잘 아는 듯 했다. 그런 스카페타의 매력에 빠지다보니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사건 속으로 빠져 들었다.
연쇄 사건이 일어난 가운데 네번째 살인사건이 일어난 시점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법의학자인 그녀와 저돌적인 형사인 피트 마리노, 냉철한 프로파일러 벤턴 웨슬리를 비롯하여 그녀를 둘러싼 관계의 애환이 곳곳에 묻어난다. 각자의 영역 속에서 그들은 사건을 풀어가지만 생각지 못한 곳에서 스카페타에게 어려움이 닥쳐온다. 책을 읽으면서 절로 감탄사가 나오는데 굉장히 치밀하고 분석적이며, 전문적이기에 어디가 좋아요라고 콕 집어서 말하기가 어려웠다. 그럼에도 작가의 경험과 철저한 전문적인 이야기는 드라마에서 보는 것보다 리얼하다. 법의학자인 그녀의 삶 또한 그 속 에서 애환과 사랑과 고뇌가 그려져 있더 더욱더 실감나게 그리는 것이 이 책의 큰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