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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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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의 병폐.

 밤이 되면 환하게 비추는 불빛과 잘 닦인 도로. 자본만 갖고 있다면 안되는 것이 없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어렸을 때만 해도 외갓집에 가려면 차를 타고 5시간이 넘는 길을 가야했다. 그 중에서도 대관령 길을 넘어가려면 구불구불한 도로를 지나야 했는데 그 도로의 초입에 들어서면 멀미가 심해져 나도 모르게 눈을 꼭 감고 잠을 청했다. 지금도 그 버릇이 남아서 차만 타면 자는 버릇이 생겼다. 항상 먼 길을 가야했기에 어렸을 때는 그것이 때로는 달콤한 고통으로 느껴졌는데 몇 년이 흐른 지금은 구불구불한 길이 아닌 몇 개의 긴 터널만 넘어서면 외갓집에 도착한다.

가는 시간도 단축 되었고, 길도 험하지 않지만 달콤했던 추억들은 스르르 사라져 버렸다. 외갓집에 갔던 추억도, 졸업여행을 갔던 길이 아닌 새로운 길을 오갈 때마다 상실감을 느꼈다. 새롭게 닦인 도로가 마냥 즐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미 내가 다녔던 길은 구 도로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오갔던 휴게실도 점점 낙후되고 사람의 손길도 적어졌다.  

요즘은 도로 뿐만 아니라 건물이나 길도 사라졌다 새로 생기고, 생겼다가 사라진다. 눈을 감으면 길이 훤히 보일 정도로 꿰고 있지만 지도는 점점 더 빠르게 업데이트 되는게 요즘 현실이다. 그의 신작 <비지니스>도 이와 똑같은 맥락이다. 갈망의 3부작 중 <촐라체> 와 <은교>를 읽고 세번째로 신작인 <비지니스>를 만났다. <촐라체>와 <은교>가 개인의 욕망을 나타냈다면 <비지니스>는 개인의 욕망을 넘어서 자본주의를 표방하는 현대 사회의 병폐를 꼬집는다.

구 시가지와 신 시가지의 모습은 흑과 백처럼 확연히 구분된다. 새롭게 닦인 도로가 경계선을 긋듯 사람들은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은 것을 갖기 위해 자신의 책임감이나 번민도 무시하고 돈을 위해 '비지니스'를 한다. 주체적인 인물 사이에서 이미 꿈도 신념도 없는 남편의 모습에서 희망을 잃어 버렸고 애정도 말라 오직 자식을 위해 '비지니스'를 하는 한 여자를 통해 우리는 내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시대를 다시금 환기시켜 준다.

나는 그렇지 않아도 어디선가 '비지니스 우먼'이 되어 나를 팔아 버리는 행위는 인간의 욕망을 넘어서 사회에서 타락하는 것이 아니라 남을 밟고 일어서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개인이 갖고 있는 고통과 욕망과 책임감과 사람은 거름종이를 걸러 전과 후의 삶이 많이 달려졌지만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흑과 백의 삶의 아닌 중도의 삶을 배웠다. 박범신 작가의 필치는 마치 인형극을 하듯 자유자재로 인물을 조종하고 이야기를 힘차게 끌어간다. 이 책은 가독성 뿐만 아니라 편하고 빠르게만 살려고 하는 우리들에게 따끔한 일침을 가하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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