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12월에 그의 책을 잡고 몰입이 될 때만 읽고, 글이 글로만 보여질 때는 과감없이 덮어 버렸다. 책을 빨리 읽고, 서평을 쓰기 보다는 시간이 지난 후에도 음미하며 쓰고자 했는데 어느새, 1월도 중순이 지났다. 그러다 보니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천천히 쓰고자 했던 계획과 달리 너무 늦게 써서 가물하니 앞으로는 책을 읽고 바로바로 글을 써야겠다.

<호출>은 <오빠가 돌아왔다>(창비, 2004)보다 더 재미있다. <오빠가 돌아왔다>는 경쾌하고 발랄하게 읽히지만 호출은 1997년에 출간된 작품으로  실험작이 많고, 시대의 흐름이 읽혀지는 단편집이다. 특히 '호출'은 그때 그 시대 사람들의 감성을 엿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중학교 때 처음 삐삐라는 호출기가 나왔는데 그때 나는 그 '물건'을 갖고 있지 않았다.

나의 기억에 있어 삐삐는 아버지 허리춤에 차던 검은색 모토로라 삐삐였다. 당시 삐삐가 생기면서 번호를 암호처럼 만드는 것이 유행했고, 내 친구들 중 몇 명은 투명한 빨간 삐삐를 갖고 있었다. 삐삐의 시대가 가고 큰 단말기의 휴대폰이 나왔다. 당시에 삐삐도 그렇지만, 휴대폰이 처음 나왔을 때는 가격이 어마어마 했다. 그때도 우리 아버지는 플립이 닫기는 크고, 검은 휴대폰을 쓰고 계셨다. 중고등학교때는 그 휴대폰이 얼마나 갖고 싶었던지 부모님을 몇 번이나 졸랐던가.

호출기의 생김새는 눈에 선하지만, 삐삐를 어떻게 쳤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때 아버지 삐삐를 몇 번 인가 쳤던 것 같은데 내 물건이 아니다 보니 별로 관심을 갖고 보지 않았나보다. 지금도 가끔 <연풍연가>를 보면 큰 무전기 같은 휴대폰으로 전화하는 태희의 모습에 웃음이 난다. 호출 역시 지하철에서 만난 여자에게 삐삐를 쥐어주며 나가는 남자와 여자의 심리가 담겨져 있어 다음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만든다.

도마뱀에서 부터 호출, 도드리, 거울의 대한 명상에 이르기까지 계단을 밟아 올라가는 것처럼 점점 더 이야기 삼매경에 빠진다. 좀처럼 단편집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 나는 호출을 읽고 나서 부터 계속 되는 단편의 삼매경에 빠져 그의 이야기를 읽을 수 밖에 없었다. 때로는 실험작으로 3류 영화를 보는 듯 하고, 때로는 여인의 심리를 너무 잘 꿰둘어 헉! 하기도 했다. 단편 하나하나를 끊어지지 않게 긴 호흡으로 이 책을 읽을 수 있던 점이 가장 큰 수확으로 느껴졌다. 읽으면 읽을 수록 카멜레온 맛이 나는 단편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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