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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송병선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평점 :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거장인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대표작인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는 독특한 작품이다. 웃음과 유머가 있다는 작품을 만나보면 가벼워서 훅-하고 바람을 불면 휙하고 날라가 버릴만큼 가볍게 날라가 버린다. 그런 작품을 만나고 나면 내가 그들의 유머를 못 느낀 것인지, 아니면 가벼운 것이 취향이 아닌 것인가 고민을 하며 더욱더 묵직한 작품이 고파진다. 그런 나의 고민을 확실히 씻어준 작품이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다.
작년에도 세계문학전집 읽기를 결심 했지만 올해만큼 강하게 의도하지 않고 자유롭게 책을 읽어왔다. 책을 읽으면서도 무언가 허전한 마음을 채울 수 없어 고민할 때 조지오웰의 <1984>를 읽고 있었다. 읽을 때는 그저 괜찮은 작품이다 라는 느낌만 받았는데 책을 덮고 나니 오랫동안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 그 후로 세계문학을 읽어야겠다고 확고히 결심했는데 마침 문학동네에서 세계문학전집 1차분이 출간 되었다.
작년에도 세계문학전집을 모으고 있었지만, 문학동네에서 나온 세계문학전집은 심플하면서도 흑백의 표지가 마음을 사로 잡는다.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역시 처음 표지를 보고 반했는데 책을 읽어보니 텍스트 뿐만 아니라 라틴 문학의 거장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았다. 흑백의 표지의 포스는 처음부터 독자를 사로잡을 뿐 아니라 책을 읽고 나서도 나도 모르게 손뼉을 칠만큼 탁월하다.(정말 센스있는 표지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순간 판탈레온 판토하 대위의 의견에 동조하게 된다. 그럴때마다 내 머리속에서 '어이~이봐! 정신 차리라구' 라는 나올 정도로 판토하의 우직하고 충성스런 성정에 웃음을 터트리면서도 안쓰럽게 느껴진다. 분명 그는 모범 장교로서 훌륭한 복무태도와 임무 수행으로 사랑받는 모범 장교였다. 어머니에게는 자랑스런 아들이었고, 포차에게는 자랑스러우면서도 사랑스러운 남편이었던 그가 뜨거운 아마존 지역의 '특별봉사대'를 비밀스럽게 만들라는 상부지시를 통해 비밀업무를 가지고 아마존 밀림으로 간다.
'특별봉사대'를 읽을 때 부터 떠올려지는 것이 일본 위안부 문제였다. 우리에게 이 문제는 굉장히 상처가 큰 문제이기 때문에 특별봉사대를 창설하는 판토하 대위가 얄궂게 보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밉지 않았다. 비밀 업무이기 때문에 제복을 입지 않고 사복을 입으며 자칫 철저하게 매춘 사업을 하는 것으로 보여지는 그의 모습은 철저한 사업가의 변모하게 만들었다. 아니, 너무 업무 수행을 잘 하는 것일까?
매춘을 하는 아가씨들을 모아 경제적이면서도 효율적으로 만든 판티랜드의 생활은 그가 유명해짐은 물론이고 봉사대원들이 들어가고 싶은 희망찬? 곳이기도 했다. 아마존에 주둔하고 있는 군인들이 주민들을 겁탈하거나 상대를 건드리는 사건을 방지하기 위해 고안한 '특별봉사대'는 설립에서 부터 성장하고 침몰되는 과정을 판토하의 보고서와 그의 대화를 통해 잘 드러난다. 그 시기에 맞물린 종교와 신치의 소리 또한 판티랜드의 침몰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할만큼 상황을 고조시킨다.
"일어나요, 판타." 포차가 판토하를 깨우는 장면이 첫 장면이듯 마지막 장면도 포차가 그를 깨우는 장면에서 끝을 맺는다. 뫼비우스 띠처럼 돌고 돌아가는 사이클을 갖고 있는 이 책은 우직스런 충성심 가득한 한 남자의 백일몽 같은 책이기도 하다.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겠어.'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특별봉사단'에 대한 비밀업무 수행을 잘한 판토하의 행적은 결국 가정이 파탄되고 군부의 비밀스런 행적이 만천하에 공개되는 사고까지 이르게 된다.
아마존 밀림에서 펼쳐지는 이 블랙 코미디는 훅 불어 날라갈만큼 가볍지 않다. 웃고 있지만 진정으로 웃을 수 없는 신랄한 풍자극이기 때문이다. 거장이 그리는 블랙 코미디는 진정, 끝맛이 우러나올만큼 진한 아우라가 퍼져 나간다. 이 작품을 필두로 그의 많은 작품을 만나고 싶을 정도로 멋진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