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트 - 연쇄살인범 랜트를 추억하며
척 팔라닉 지음, 황보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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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척 팔라닉의 <랜트>를 읽으면서도 자꾸 '렌트'라고 쓰게 된다. 언젠가 티비에서 렌트 공연을 광고한 것이 주효했는지 각인되어 자꾸 렌트라고 쓰니 작가 선생님이 울고 가시겠다. 다시 정정한다. 그의 책은 늘 만날 때마다 표지로든, 내용으로든 생각치 못했던 것들을 만난 것처럼 '센세이션'을 일으킨다. 전작 <질식>을 읽으면서 그 느낌을 받았는데, <랜트> 역시 척 팔라닉이라는 작품을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확연히 갈릴 작품이다.

어떤 소설에서도 본 적이 없는 그의 소설은 다분히 '컬트'적이다. 이 책을 읽고 있으니 고등학교 때 읽다가 도저히 읽지 못했던 책 파트리크 쥐스킨스의 <향수>가 생각났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는 책을 한 권 잡으면 끝까지 읽어내려던 고집이 있어 힘겹게 <향수>를 읽어 내려갔지만 도저히 그르누이의 음습함에 질식이 될 것 같아 책을 덮어 버렸다. 그때 만약 <랜트>를 읽었더라면 더하면 더했지 <향수> 보다는 파장이 덜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전작 <질식>에 비해 <랜트>는 재미도 읽고, 읽힘새도 좋다. <질식>에서는 척 팔라닉이라는 저자의 투박함이 느껴졌다면 <랜트>는 위트도 있고, 이야기를 트루는 맛도 느껴진다. B급 영화같은 음습함과 컬트적인 것이 조합되어 비릿하면서도 자꾸 옆눈으로 흠칫거리며 바라보게 된다. 이 책은 <랜트>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면담을 통해 증언하는 '구술기록의 형식'을 띄고 있다. 한 사람을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함께한 경험을 말하면서도 그들의 '기억'에 의해 말을 하기 때문에 서로 엇갈리도 한다. 한 사람의 면담이 아니기 때문에 그 사람의 내용을 따라 주시하는 것이 아니라 테이프가 A면과 B면이 섞인 것 같은 혼잡함을 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릿하고 역한 상황에도 눈을 질끈 감으면서도 얻는 것이 있으니 도무지 안 볼 재간이 없었다. 올해 가장 화두 되었던 단어 중에서는 '신종플루'라는 네글자가 2009년을 화려하게 장식할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공포를 주었었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속에서 사람들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언젠가 비염이 있어 살짝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사람들의 싸한 표정을 생각하노라면 아직도 식은땀이 주르륵 흐른다.


 모두 다른 누군가에게 다른 이름을 붙였지요. 그래서 버스터는 '랜트'였고 '버디'였어요. 체스터는 '쳇'이자 '대드'였고요. 또 아이린은 '맘'이고 '린'이었지요.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방법은 그 사람에게 자기만의 이름을 지어 붙이는 거예요. 그 사람을 자기 것으로 딱지를 붙이는 거지요. - p.37

보이지 않는 음지에서의 득실거리는 바이러스의 공포와 현실에서 보여지는 음습함이 현재를 이어 미래 속에서 보여진다. '랜트가 정신적으로 결함이 있는 것은 아닐까', '그가 그렇게 자랄 수 밖에 없는 것은 부모 때문이 아닌가?'라는 물음은 결국 돌고 도는 원처럼 원점이다. 다양한 시각으로 랜트라는 한 인물을 말하는 것처럼,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종교, 정부, 인간의 본질적인 모습을 바라보게 된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접촉, 불별을 다루면서 사람이 접촉하는 것들의 극단적인 그로테스크한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시간여행, 전염병에 대한 인구 조작, 근친상간등 역사 속에서 보여지는 인간의 모습을 적나라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네디 넬슨: 내가 결국 하려는 말은 이거예요. 만약에 랜트가 누군가의 오랜, 고약한 계획으로 나온 산물인 게 그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면요? 랜트는 늘 이러지 않았던 가요? "우리가 내일 맞을 미래는 우리가 어제 맞은 미래와는 같지 않을 것이다"라고요. 그 모든게 무슨 뜻인지 알아요? - p.394

셀 수 없는 많은 인물이 나오는 만큼 <랜트>는 다채로운 소설로서 보여지는 작품이다. 페이지 그대로 읽어나갔지만 한 인물이 말하는 대답을 따라 차례차례 정리하며 분석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한 번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닌 다양한 방법으로 랜트를 분석해 나간다면 연쇄 살인범 랜트 뿐만 아니라 랜트를 기점으로 다양한 시각과 미래를 바라볼 수 책이다. 네디 넬슨이 말하고자 하는 랜트의 모습과 우리 미래의 예언이 어쩐지 소설속에서만 존재하는 미래라고 말하기에는 보여지는 현상이 지금의 우리와 맞닿아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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