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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도덕에 미치다 - 톨스토이와 안나 카레니나, 그리고 인생
석영중 지음 / 예담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먼 미래라는 생각이 들었던 2010년이 어느새 한 달도 채 안남았다. 한 달이 지나고 나면 2010년이라는 동시에 톨스토이가 죽은지 100년이 되는 해라고 한다. 그에 대한 책을 읽어보지 않아도 그가 많은 작품을 썼고, 유명한 러시아 소설가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의 작품을 읽어보지 않았던 이유는 너무나 유명해서 마치, 읽어보지 않아도 읽은 것 같은 착각을 주었고 단순히 어려울 것 같은 늬앙스가 폴폴 풍겼기 때문이었다. 세계문학전집도 어렵다는 생각에 읽지 않다가 <제인에어><오만과 편견>을 읽으면서 내가 생각한 것과 틀리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여전히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은 만만히 보기는 힘들었다.
그러던 와중에 석영중 교수의 <톨스토이, 도덕에 미치다>를 만났다. 너무 유명해서, 너무 어려울 것 같아서 손을 데고 있지 못하는 독자에게 작가 톨스토이와 그의 대표작 <안나 카레니나>를 통해 바바라보는 그의 인생론과 작품을 통해 그가 이 장면을 왜 썼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면면을 알 수 있었다.
미술을 알지 못하는 아이가 미술관에 들어가 큐레이터의 설명을 들으며 호기심어린 시선으로 그림을 바라보듯, 이 책 또한 가보지 못한 길을 걸으면서 톨스토이가 살아왔던 모습들과 그가 주장했던 인생관과 예술, 사랑, 죽음까지 세세하게 볼 수 있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인문서가 아닌 소설처럼 술술 잘 읽힌다. 너무 잘 읽혀서 인문서가 아니라 소설처럼 느껴져 나도 모르게 깜짝! 놀랬던 한 두번이 아니다.
안나가 입었던 검은 드레스의 의미, 레빈이 먹었던 음식, 작품을 벗어나 톨스토이의 만행과 줄창 외쳐되던 시골로 회귀하자던 모습에서 나는 짧지만 강렬한 톨스토이의 모습을 보았다. 도덕적인 것에 미쳐 있으면서도 정작 그는 여자를 좋아하고 자식도 많이 낳았으며,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해 벗어나지 못한 한 남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상적인 것들 갈구했다.
일단 환락의 도시를 떠나 시골로 가야 한다.
자신이 먹을 것을 자기 손으로 해결해야 한다.
결혼은 하지 말아야 한다. 벌써 결혼했다면 부부 생활을 중단해야 한다.
모든 사람을 형제처럼 사랑해야 한다.
거짓말하지 말아야 한다.
곡물과 채소만 먹어야 한다.
술과 담배는 끊어야 한다.
어렵고 복잡한 미술은 다 버려야 한다.
항상 죽음을 생각하며 겸허하게 살아야 한다. - p.285 에필로그 중에서
말과 달리 모순적인 영감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그의 작품에서 보여지는 장면들이 예사롭지 않았다. 소피야 부인과 최악의 결혼 생활을 하면서 깨달았겠지만 녹녹치 않는 현실속에서도 그는 작품을 통해 그의 인생론을 피력했음을 알 수 있었다. 석영중 교수가 이끌어준 발걸음대로 그를 만나보니 호락호락한 소설가가 아니었다. 러시아 당대 최고의 소설가였던 그의 발언들이 독설에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톨스토이만이 주는 매력을 무엇일까?
이 책을 기점으로 러시아 문호의 책을 읽어볼 요량이다. 그의 사후 100주년이 된 기념이 동기부여가 되었지만, 모순덩어리에 독설가인 그의 작품을 읽어 본 후에 그에 대해 정의를 내려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