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을 부탁해
이시다 이라 지음,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이시라 이라의 <스무살을 부탁해>는 현재 나의 이야기 같다. 평소 입지 않는 치마정장을 입고, 뾰족한 구두를 신고 심호흡을 하고 있는 사람은 치하루의 모습이자 현재 나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 같다. 어제만해도 나는 치하루가 소설에 등장하는 것처럼 불편한 옷을 입고, 손에 땀을 쥐며 온 몸을 긴장감을 두루며 그렇게 면접을 보았다. 그러다 보니 오늘 하루는 넉 다운이 되어 온몸이 쑤시고 아팠다. 30분이 채 되지 않는 상태에서 짧은 순간에 당락이 갈린다. 부끄럽게도 처음으로 정장을 입고 면접을 보면서 나는 머릿속이 몽롱했다.

평소에는 처음 보는 사람들과 말을 잘 하지만 이상하게도 많은 사람들 앞에 가면 꿀먹은 벙어리 처럼 얼어 버린다. 어제도 마찬가지로 소신껏 이야기 하면 되는 것을, 어리버리하게 핵심을 찌르지 못하고 두루뭉술하게 말을 해버렸다. 그러고 나니 더 몸이 아플수 밖에. 이런 나의 모습은 다음날 나의 머릿속에서 계속 그 상황을 되풀이하고, 되돌려 보면서 마음을 쿡쿡 쑤시게 만든다.

16년 동안 학생의 삶을 살아오다가 대학을 졸업하면 더 이상 진로가 아니라 사회인의 삶을 살아야 한다. 더이상 엄마가 주는 돈이 아닌 내가 돈을 벌어야 하고, 나의 행동을 책임지는 사회인으로 나아가는 모습은 취업이라는 성장통을 겪에 되는 것이다. 사춘기때와 마찬가지로 사람마다 성장통이 빨리 오는 사람이 있고 늦게 오지만 크게 자리 잡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혹시 떨어진다 해도 그건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서로 안 맞는다거나 운이 나빴던 거라고 생각하면 돼. 전혀 자책할 필요 없는 일이라고. 자꾸 여리저기 부딕쳐보면서 자기와 딱 맞는 곳을 만날 때까지 도전하면 되는 거야. - p.255-256

<스무살을 부탁해>를 읽으면서 치하루를 비롯해 그 친구들이 겪고 있는 마음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합격이 되기까지 수 많은 고비를 거쳐 온 과정을 보면서 반드시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나 또한 지금 삶에 있어서 힘든 고비를 넘고 있는 중이라고. 언젠가 이런 날을 기억하며 나 또한 그렇게 성장통을 겪었노라고 말하는 때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들에게는 한없이 애타는 심정이며, 불면의 나날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자는 말을 계속 읊조림에도 불구하고 과연 내가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우물안의 개구리처럼 살지 않았는지 답답함을 여기면서. 취업에 시달리는 무수한 많은 사람들이 <스무살을 부탁해>를 보며 마음의 위안을 얻었으면 좋겠다. 취업을 하면 또다른 산이 위용을 나타내겠지만 현재 우리들에게는 '취업'이라는 산을 뛰어넘을 전사이기에 말이다.



"앞으로 우리가 사회에 나가서 한 사람의 직업인으로 살아간다는 건 아마도 이런 긴장의 연속일 거야. 끊임없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또 어떤 능력이 있는지를 증명해 보이며 살아가야겠지. 여기저기서 부딪치고 때로는 실패도 하면서. 우리가 지금 취직하느라 뛰어다니는 것 자체가 우리 삶의 축소판이 아닐까 생각해. 히로시, 두려워할 필요도 없고 자기가 가진 것 이상을 보여주려고 욕심을 부려서도 안 돼." - p.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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