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프로젝트
박세라 지음 / Media2.0(미디어 2.0)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해가 바뀔 때 마다 신년 계획을 세운다. 또 그것이 부족하면 달마다 해야 할 일에 대해 목표를 정해두고 노력한다. 중요한 일에서 부터 자잘한 일까지 간단히 적어두면 나의 1년 프로젝트가 100%로는 아니더라도 80% 이상은 뼈대를 세워 놓는다. 달력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지키지 못했던 것을 보강하고 또 보강한다. 때로는 만족감에 입꼬리가 살며시 올려지기도 하고 때로는 머리를 콩 때리며 반성을 한다.

노오란 바탕의 책이 시선을 끌었지만 나의 시선을 잡은 것은 그녀의 프로필이었다. 그녀의 소개글을 읽으며 그녀가 무척 부러웠다. 그녀가 좋아하는 것들은 대부분 내가 몹시도 하고 싶어하는 일이지만 때로는 그렇게만 하고 살 수는 없다는 결론을 갖기도 한다. 지금 상황으로서는 그렇다.

박세라, 그녀는 활자 중독증에 시달리던 어린 시절 문학 특기자로 대학에 입학하고 국문학을 전공하면서 졸업도 하기 전에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7년간 월간 <PAPER> 객원기자, 런던 통신원, 월간 <Vogue Girl>의 피처 에디터로 일했다. 참으로 화려한 이력이다. 그런 그녀가 20대를 마감하고 쳇바퀴 굴러가는 생활을 벗어나 마음대로, 느슨하게 여행을 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바로 <런던 프로젝트>다.

패션기자답게 디자인이 무척 화려하다. 레이아웃도 패션지를 보는 것처럼 올망졸망한 아기자기함으로 그녀의 영국 생활을 담고 있었다. 영국을 재미있게 즐기는 법에서, 그녀가 길을 걷다가 눈길을 사로잡는 무언가에 대한 끄적임도 모두 담아진 책이다. 15주의 플랜을 일주일씩 나뉘어 소개하는 것이 무척 독특하다. 더불어 이주의 낭비결산이 이 책의 하이라이트라 할 만큼 세세하게 적어놓아 그녀가 영국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샀나 하는 궁금증이 한 큐에 끝난다. 그만큼 세세하고 자연스럽게 그녀의 생활이 묻어나온다.

단점이라면 너무 세세한 레이아웃 때문에 글씨 크기가 너무 작다. 안경을 쓰고 깨알같은 글씨를 보느라 과장을 보태서 한마디 한다면 책을 읽을 때 피로감이 쌓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하고 독특한 디자인 덕분에 잡지를 보듯 다양한 색깔을 가지고 있는 고풍스러운 영국, 런던의 매력을 느꼈다.  

가을날의 높고 푸르른 날씨 덕분에 런던에서 보았던 파란 하늘의 풍경이 겹쳐 올만큼. 영국 특유의 안개낀 날씨를 못 보았다고 아쉬워 했던 그 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녀의 이야기를 보며 다음에 영국에 간다면 해 보고 싶은 일들이 열 손가락을 꼽을 만큼 런던을 즐기고, 느끼고 사는 법을 그녀는 자연스럽게 사진과 글로 이야기를 풀어나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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