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의미
마이클 콕스 지음, 김승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밤을 무서워한다. 모든 사물이 환하게 다 보이는 낯과 달리 밤은 모든 것을 다 가려 놓는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어둠을 틈타 조용한 거리를 더 으슥하게 만들고, 좁은 골목길에 어두운 그림자가 나타나면 나도 모르게 온 몸에 신경이 곤두서버린다. 모든 것을 구별할 수 없는 가운데 '감'만으로 걸어다녀야 하는 외줄타기와 비슷하다. 24시 편의점에, 가로등의 불빛이 환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늦은 귀가를 할 때면 늘 빠른 걸음으로 걸음을 제촉한다. 마치 누가 따라오는 것처럼. 

여기 한 남자가 있다. 1854년 10월의 어느날, 런던의 어두운 골목에서 잔인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빨간 머리 남자를 죽였다던 그는 왜 그를 죽였을까? 살인을 저지른 주인공의 이름은 에드워드 찰스 글리버. 소설가의 어머니와 영민했던 그는 영국 최고의 사립학교인 이틀 칼리지에서 수업을 받는 행운의 기회가 주어진다.

타고난 재능과 학문에 대한 열정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그는 한 사람의 잔인한 운명으로 행복했던 순간들의 끝을 맛보게 된다. 결국 그는 억울한 누명을 받게 되고 학교를 퇴학하게 된다. 그러던 와중에 그가 사랑했던 어머니 마저 죽음으로서 더욱더 그를 최악의 상황으로 만들어 버린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그는 모든 희망을 잃어 버리고, 하나의 도피처로 책에 빠져 버렸다. 그러던 어느날 어머니의 일기장이 발견되고 그 속에 숨어있던 사실을 하나씩 아레 되면서 에드워드 찰스 글리버는 한 사람의 살인마로 변신한다.

<밤의 의미>는 띠지의 문구처럼 '19세기 문학과 사회에 대한 완벽한 주석, 거부할 수 없는 지적 이끌림'이라며 평했던 뉴욕타임스의 평이 100% 와닿았다. '완벽한 주석' 이라는 단어에 대해서는 100% 확신을 할 수 없지만 마이클 콕스의 <밤의 의미>는 그 어떤 스릴러 보다 영국의 19세기 사회속에서 보여지는 문학의 향연이 끝없이 이루어진다. 650페이지의 벽돌같은 두께의 묵직함 속에 들어있는 화려한 배경의 이면은 말로 다 할 수 없을만큼 다양한 문학과 판본이 나온다.

소설을 쓰기 이전에 출판 편집자이자 음악가였던 마이클 콕스는 30년간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도자기를 만드는 장인의 손길처럼 그가 갖고 있는 지식이 쏟아져 나오는 것 같아 절로 입이 벌어질만큼 주석과 편집자주가 많았다. 더불어 읽을 텍스트도 엄청난다. 이야기를 읽다보면 중간중간 주석들이 나와 함께 읽으려니 진도가 빠르게 나가지 않는다.

사실, 소설 속에 언급된 책들은 생소한 것들이 많아 책을 읽으면서 진땀을 흘렸다. 페이지 수 많큼이나 많은 글자들 가운데 소제목까지도 주석으로 하나하나씩 봐야하니 답답함이 일기도 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이야기들이 다양하게 이끌어가다보니 에드워드의 이야기를 원문 그대로 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워낙 방대한 분량의 주석이 담겨 있어서 책을 읽는 와중에 정리 한 번 하고 책을 읽어야겠다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었다. 어찌나 그렇게 문학소년들이던지.....뭐든 묘사함에 있어 많은 문학 작품이 인용되는 묘미를 알게 된 작품이었다. <밤의 의미>에 대한 속편을 쓰고 있다는 마이클 콕스의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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