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여행자의 아내 2
오드리 니페네거 지음, 변용란 옮김 / 살림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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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은지 며칠이 지났다. 책을 읽는 후에 바로 읽은 느낌 그대로 글을 쓰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시간 여행자의 아내>는 그 느낌 그대로 글로 남기기가 너무 어려웠다. 헨리와 클레어의 마지막 엔딩씬은 너무 여운이 강했다. 가슴이 아릿해서 한동안 책 표지를 쓰다듬으며 그와 그녀를 생각했다. 책을 읽을 때 빠른 속도로 읽어내려갔지만 <시간 여행자의 아내>는 꼭.꼭. 씹어 음미하며 읽고 싶었다. 1권을 읽어가는 속도보다 1권을 읽고, 2권을 읽어 나가는 속도는 더 빨랐다.

<시간 여행자의 아내>는 헨리와 클리어의 사랑이야기다. 책 제목답게 '시간'을 매개로 그린 이 이야기는 똑딱이는 시계만큼이나,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흘러들어가는 사랑이야기와는 차원이 틀리다. 헨리 그는 유전적인 장애로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시간 여행을 하는 시간여행자며, 클레어는 그를 사랑하는 제목, 그대로 시간 여행자를 사랑하는 아내다. 클레어는 태어날 때부터 자신의 주어진 시계가 보통 사람과 똑같이 흘러가지만 헨리는 고장난 시계처럼 앞뒤로 활발하게 움직이는 시계를 갖고 태어났다.

자칫, 헨리의 좌지우지하는 시계가 매력적인 시간여행을 하는 모습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소설 내내 헨리의 모습은 자신도 어쩌지 못하는 시간 여행 속에 '아픔'을 간직하며 떠나는 고된 수행자로 느껴진다. 사랑하는 남자, 나의 남편인 헨리를 클레어는 마음을 조리며 옆에서 지켜보는 모습도 아릿한 부부의 생활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클레어의 부모님을 만날때, 결혼식을 앞두고 있는 헨리는 클레어와의 중요한 약속을 놓치지 않으려 약물로 자신의 시간여행을 멈춰보려는 사투는 독자로 하여금 조마조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상황이 많았던 만큼 옆에서 지켜보는 클레어는 얼마나 가슴을 쓸어내렸을까. 여섯 살때 부터 클레어를 만나 그녀가 죽을 때까지 클레어는 헨리를 그리워한다. 그의 부재를 평생을 걸쳐 온 몸으로 실감했지만 그녀는 헨리와의 사랑을 놓치 않았다. 그녀의 생명이 끝날때까지 한 남자만을 사랑했던 그녀. 평생을 기다리고, 기다리던 모습은 클레어의 애절한 사랑이 돋보인 책이었다.

한없는 기다림이 클레어의 운명이었다면, 헨리를 자신의 사랑을 두고 의지와 상관없는 옛 시간을 겉돈다. 시간에 맞춰 여행을 하는 것도 아니니 그의 입장에서는 어느 순간, 시간도 알지못한 채, 옷과 신발, 물건 조차도 하나도 갖고 있지 못한 상태에서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보통 사람이라면 정말 팔짝팔짝, 미칠 노릇이 아니던가. 과거로부터의 여행은 현재의 생활처럼 지나갔던 희노애락이 있을 것이다. 그런 그에게 지나갔던 즐거움과 추억과 슬픔을 마주보게 한다. 헨리에게 즐거움과 추억만 상기시켜주었더라면....그러나 어김없이 그가 맞이했던 슬픔 또한 그는 다시보기를 반복한다.

누군가 헨리와 클레어 중에 누가 더 행복했을까? 하는 물음을 물어본다면 대답을 할 수 없을 것 같다. 보이지 않는 끈과 끈이 묶여 한 평생 마음에 담아있는 두 사람에게 저울의 추를 달아 비교하는 물음은 옳지 않았다. 움직이는 시간이 그를 아프게 했고, 한없이 긴 기다림을 통해 봄에 내리는 단비처럼 찰나의 순간을 사랑했고, 그 순간에 영원한 사랑을 주었을 것이다. 

sf적인 헨리의 시간여행을 통해 나 또한 정신없는? 시간 여행을 떠났다. 그와 그녀의 입장에 서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서로의 입장에 대해 '목소리'를 통해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점이 좋았다. 10월에 <시간 여행자의 아내>가 개봉 된다고 한다. 헨리 역으로는 에릭바나가, 클레어 역에는 레이첼 맥아덤즈가 연기한다고 한다. 책을 읽고나서 영화의 포스터와 스틸사진을 보니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 작품이다. 책을 봤던 그 느낌 그대로 영화가 잘 살려주었으면 좋겠다.

시간은 잡을수도, 놓을 수도 없이 그대로 흘러간다. 헨리가 시간여행을 할 때 아무것도 없이 맨 몸으로 그곳에 떨어져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것은 '시간'의 무게와 그 어떤 법칙도 예외없이 적용되는 것이 '인간'뿐 아니라 모든 만물에 해당되는 일 때문이 아니었을까. 오드리 니페네거의 <시간 여행자의 아내>는 소설이 가져다주는 의미 이외에 그들의 삶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철학과 의학등 모든 것에서 보여지는 시각들을 그대로 지나치지 못하게 만든다. 하나의 소설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시간'을 통찰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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