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스며드는 아침 - 제139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양이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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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이 스며드는 아침>은 170페이지 남짓한 분량이 담긴 얇은 책이다.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보다 역사에 희생된 한 엘리트 청년의 야망과 좌절, 사랑과 우정! 이라는 부제가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었다. 중국에서 일어났던 수 많은 사건등 중 하나가 이소설의 한 페이지가 되어 한 남자의 이야기가 그려져 있을 것 같아 무척 기대했던 작품이었다. 책을 보자마자 깜짝 놀랐던 이유는 역사에 폭풍우에 휩쓸려 희생되는 한 청년의 이야기가 묵직한 장편소설로 그려질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얇은 소설이었다.

이 책의 이야기는 이 글을 쓴 양이작가의 자전적인 느낌이 강했다. 아니다. 그녀의 아버지의 경험담이 버물려진 책이었다. 군더더기 없이 간단하게 시간의 흐름을 뛰어넘었다. 웅장하거나 비장함이 느껴지기 보다 아침해가 떠올라 점점 더 붉은 태양이 강렬해지다가 다시 스르르 해가 지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민주화와 자유를 외치며 중국 정부군의 탱크를 막아내던 그들의 모습은 격동의 시대의 중심에 서서 역사의 한부분을 소비하고 있던 그의 모습은 강렬하거나, 씁쓸해보이지 않았다. 책은 마치 멀리 떨어져 주인공을 지켜보는 것처럼 자세하게 묘사되지 않아 마치 스쳐지나가는 행인들처럼 초점이 맞춰진다.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는 중간 상태에서 그들을 바라봤다. 나는 운동권에 서서 시위를 해보지도 않았고 역사의 한페이지의 중심에서 소리쳐 본 적도 없었다.

묵직한 주제를 갖고 있으면서도 묵직한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게 만드는 장점도 있지만 한 발 다가서서 깊이 다가가지 못하는 시선 또한 아쉬움으로 남았다. 여백이 많은 작품이었다. 책은 가볍지만 생각은 깊이 해야 하는 소설. 주인공의 마음이 감정이입이 확연히 될 수 없었던 것은 그 시대를 겪어보지 못한 세대이자 역사의 틈바구니 속에서 깊이 고뇌하지 못했던 지나친 행인의 한 사람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역사의 이념속에서 부딪혀야 했던 그들의 이야기. 진하지도 강하지도 않았던 한 청년의 이야기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뜨거웠고, 아팠던 추억을 가슴에 묻고 현실을 살아가는 한 가장의 모습으로. 현실적인 모습으로 담담하게 끝이난 이 소설은 일본 어디선가 하오위엔의 모습처럼 살아가고 있는 한 가장의 모습이 있을 것만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만든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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