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내가 잊고 있던 단 한 사람
정채봉 지음 / 이미지앤노블(코리아하우스콘텐츠)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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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덜컥거리는 지하철 안에서 책을 읽었다. 평소와 같으면 빠른 시간안에 페이지를 휘리릭 넘겼지만 유독 정채봉님의 선집은 귀하고 고운 글귀에 페이지를 넘길 수 없었다. 지하철을 타며 서서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사람이 오가는 발걸음과 말소리, 문이 여닫기는 소리등 수많은 소리가 오가는 그 곳에서 나는 한껏 집중을 하며 책에 빠져 들었다. 솔직히 말하면 이 책을 그 시끄러운 지하철 안에서 보다는 조용히 집에서 읽을 껄 하고 후회를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나에게 갖고 있는 책은 이 책 딱 한권 밖에 없었기에 눈에 힘을 주며? 귀를 닫고! 책을 읽었다. 

'정채봉'이라는 이름과 '<오세암>'이라는 작품이 낯익던 나는 이 책을 읽고서야 그분이 그분인지 알았다. 그러니까 이리저리 들은 풍월은 있는데 정작 작품을 접해보지 않으니 매치가 되지 않았다. 책을 읽다 보면 간혹 그런 경우를 접하게 된다. 요즘은 그런 경우가 더욱더 심해지는데 책을 실제로 접하고 나니 도장을 꾸욱 찍은 기분이다.

이 책은 정채봉님의 선집으로 2001년 눈이 펑펑 쏟아지던 날에 돌아가신 그분을 대신해서 그의 딸이 이 책을 엮었다. 표지에 그려진 것 처럼 맑고 푸르른 물에 물고리가 이리저리 헤엄을 치듯 작가의 글은 너무 맑고 아름다웠다. 아이들이 품에 안고 동화책을 보듯 그의 글은 어른들의 동화라고 일컫을 만큼 짠하게, 뜨끔하게,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다. 개인적으로 그분의 작품도 좋았지만 감동적으로 읽은 것은 그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와 그의 아버지 이야기였다. 작가의 작품만큼이나 아름답고 순수한 글을 쓰는 작가의 이야기가 더 보고 싶었다.

어릴때 갖던 동심의 세계, 어린아이들이 좋아라 하는 원색의 색을 어른이 되면 접차 빨갛고, 노란, 바다처럼 푸르른 색깔을 갖기 보다는 파스텔톤의 희미한 색만을 갖고 세상을 살아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뿌연 안개속의 도시에 들어가 사람들의 부딪히는 삶속에서 절로 색이 희미해져 버리는 걸까? 나만의 동심을 갖는 것, 남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사랑하고 아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빗방울이 어깨를 두드리는 것처럼 나를 반성하게 만든다. 나를 죽이고 남의 시선을 의식해서 사는 것을 나는 계속되는 '관성' 속에서 살아갔다. 남이 어떻게 생각하지? 하는 마음을 머리속에 담으면서. 이제는 남을 의식하는 삶이 아닌 나를 직시할 수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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