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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의
이치카와 다쿠지 지음, 맹보용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저자 이치카와 다쿠지의 첫 소설을 만났다. 그의 첫 작품, <너는 나의>는 나에게는 첫만남이지만 그의 작품은 이미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비롯해 <그때는 그에게 안부 전해줘><아들이 바다로 간 아침><연애사진> 동화 <꼭 기억해줘 - 아카이브 별 이야기>등 이미 몇 편의 책들이 번역되어 우리에게 익숙한 작가였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원작으로 다케우치 유코가 나오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들이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져 사랑받고 있지만 원초적인 호기심은 작가의 유명도 보다는 아내를 위해 글을 썼다는 작가의 이력 때문이었다. 더욱이 잘생긴 외모까지.@.@ 책을 보기에 앞서 그에 관해 검색을 해보았는데 아쉽게도 작가에 대해서는 많은 걸 알 수 없었다.
<너는 나의>와 <VOIVE>는 97년에 자신의 홈페이지 <door into>에 썼던 글이라 했다. 보이스를 먼저 쓰고 후에 너는 나의를 썼는데 개인적으로는 책의 제목으로 쓰여진 <너는 나의>를 더 재미있게 읽었다. 비오는 날 수채화 같은 이 소설은 안개처럼 몽환적이지만 슬프기 보다는 아련하고, 슬프지만 담담했던 두 사람 사토루와 유코의 사랑이야기였다. 실제의 이야기 보다는 이야기 속에서 존재할 것 같은 '픽션'의 이야기들. 유코의 몸이 점점 어릴때로 돌아간다는 이야기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연상시켰지만 느낌은 전혀 그 소설과 무관했다.
다케우치 유코가 주연한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보지도 않았고 원작인 그의 작품을 읽어보지 않았지만 (그래도 내용은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그의 이야기에는 몽환적인 '환생'의 이야기가 자주 나왔다. 이 순간에 태어날 수 없었지만 다음 생애에서 잘 살고 있는 그들을 암시하는 대목은 글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슬픔을 갖기 보다는 희망을 갖게 하는 힘을 이 책을 보여준다. <너는 나의>를 읽고 있으니 예전에 보았던 한 드라마의 대사가 생각났다. 죽으면 전기 퓨즈가 나가듯 아무것도 모른다는 여자주인공의 이야기에 남자 주인공은 이렇게 이야기 한다. 엄마가 돌아가셨지만 하늘 위에서 항상 내려다 보고 있을 거라고. 남자 주인공이 한 말처럼 <너는 나의>도 내가 떠올렸던 드라마의 느낌을 동시에 갖고 있었다.
해피엔딩. 사랑이야기에서 꼭 필요한 필수조건 같은 엔딩 컷. 예전엔 모든 사랑이 다 그런 결말의 사랑이야기를 하는 줄 알았지만 현실에서는 꼭 'Happy'의 결말을 이룰 수 없는 사랑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치카와 다쿠지도 그런 느낌일까. 그래서 그는 자욱한 안개의 느낌으로 사랑을 이야기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더욱더 그의 이야기는 슬프지만 아릿하고, 아릿하지만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였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