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들을 위한 외국어 사전
샤오루 궈 지음, 변용란 옮김 / 민음사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성장기(成長期)



a growth period 성장하는 시기


 연인들을 위한 외국어 사전, 제목이 무척 로맨틱하고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첫인상 만큼 내용도 그렇게 로맨틱하고 아름다울까? 호기심 가득한 마음으로 서둘러 페이지를 열었다. 어떤 단어와 내용이 담겨져 있을까 하는 궁금증은 책을 읽자마자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처럼 파르르 풀려버렸다. <연인들을 위한 외국어 사전>은 중국인 여자 좡이 영국에 어학연수를 오면서 영어를 배움에 따라 조금씩 익숙해져가는 모습을 그녀가 끄적이는 일기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단어 하나에 살아가는 일상과 그녀의 생각과 불안정한 모습, 이방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생경한 영국의 모습이 이국적으로 느껴졌다. 

자신의 나라인 중국이 아닌 영국에서의 살아가는 그녀의 시선은 곧 비가 내릴 것처럼 어두컴컴한 구름이 몰려가듯 위태로운 모습이 보였다. 한 영화관에서 만난 영국인 남자와 사랑에 빠져 동거를 하게 된 그들의 모습은 달콤하기 보다는 서로에게 필요한 온기를 찾는 여인들 같았다. 표면적으로 영국인 남자와 중국인 여자와의 러브스토리이지만 나이 많은 남자와 젊은 여자의 이야기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들의 차이점은 국적이 다를 뿐만 아니라 나이에 대한 차이, 생각의 차이는 두 사람의 친밀감이 더욱더 돈독해지지 못했다. 하나의 접점 없이 따스한 온기가 필요할 뿐, 진한 향기를 뿜는 사랑이 아니지 않나 싶었다.

좡의 일기를 통해 쓰는 끄적임은 서툴듯, 메모처럼 쓰여진 문장이 많이 보인다. 막 말을 배우는 것처럼 단어의 선택이 어색하지만 번역되는 문장이 마치 좡의 일기를 그대로 엿 보는 것처럼 번역이 되어 어색하면서도 서툰맛이 느껴진다. 따뜻하게 품어주는 온기가 필요하고, 자신의 나라보다 더 자유롭고 언어의 한계에 부딪히지 않는 남자. 중국인 좡은 사랑하는 사람의 모든것을 소유하려는 여자이자 사랑하는 이의 사생활 마저도 모두 자신과 나누기를 바랬다. 남자는 반대였지만.

좡은 단어를 하나씩 배울때 마다 점차 사랑에 대해서, 인생에 대해 배워갔다. 1년여의 여정이 그녀에게는 하나의 터닝점이자 그녀가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한 남자를 통해, 그리고 만났던 사람들을 통해서. 나는 좡의 모습을 통해서 바람에 휘청이는 갈대처럼 흔들거리는 모습이 싫었다. <연인들을 위한 외국어 사전>은 극히 현실이 담긴 달콤 씁쓰레한 연인들의 이야기였다. 좌충우돌의 달콤한 연애가 아니었다. 따스한 품을 그리워한 두 남녀의 이야기라고 명명하고 싶다. 사랑에 있어 환상이 많은(적어도 현실의 사랑과 다르다는 것을 아는것을 앎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런 연애 이야기는 불편하게 느껴졌다.

한 사람을 사랑해서 달콤했고, 사랑해서 힘들었던 연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한 여자의 성장은 더욱더 그녀의 마음이 따스한 온기를 필요로한 이성을 찾는 것이 아닌 같은 곳을 바라보는 접점이 많은 이성을 만나 사랑했으면 좋겠다. 띠지의 문구처럼 이 책은 사랑이야기 이상이다. 미묘하면서도 성가신 책. 그렇지만 이방인의 시선이 현실적으로 엿보였던 책 그래서 자꾸 손이 가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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