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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을 쏴라 - 2009년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2009년 세계 문학상 수상작인 이 책을 보자마자 제목이 무척 근사하게 느껴졌다. 내 심장을 쏴라. 제목의 포스가 절로 느껴지며 제목을 보며 왠지 사진을 겨누고 있는 총구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가슴을 펴며 "어이~ 어디 쏴볼테면 쏴봐!" 거침없이 위풍당당한 면모가 엿보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몇번이나 고전에 고전을 거듭했다. 340페이지 정도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분량이라며 만만히 보았던 것이 잘못된 생각이었을까. 책을 펴고 읽고 또 읽으며 반이상 읽어나갔음에도 불구하고 머리속에 내용이 들어오지 않았다.
끄응.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책을 사뿐히 내려 놓았다. 지금가지 한번도 이런 적이 없던 나는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다. ' 왜 이러지?' 중얼중얼거리며 읊조리던 나는 마침 일이 있어 지하철을 장시간 타야하는 터라 이 책과 함께 동행에 나섰다. 지하철에 않아 차분히 책을 읽었지만 역시나 초반부는 잘 읽히지 않았다.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인지 감이 안잡혀 고개를 갸우뚱하며 다시 읽어나갔다. 사실, 전에 세계 문학상 수상작으로 김별아의 <미실>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책이 쉬이 읽히지 않않다. 그렇게 다시 반 이상을 넘기자 드디어! 불이 붙기 시작했다. 글만 눈에 들어오는 것이 아닌 내용이 머리속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오호! 감이 잡히니 책이 술술 잘 읽혔다. 후반부는 하나의 악가를 연주하듯 사람의 손을 따라 현을 만지듯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줄을 팅기는 그대로 감정이 맞닻아졌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듯 감정이 울렁거렸다. 가슴 한쪽이 뻐근해지더니 눈가에 눈물이 촉촉히 젖어 들었다. <내 심장을 쏴라>는 정신병원에 갖힌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정신병원에 갖힌 두 남자의 탈출기.정신병동의 갖힌 사람들의 이야기의 어울림이 곁들어져 역동적이면서도 피식, 웃게 만드는 유머러스한 이야기의 전개가 돋보인다. (전반부보다는 후반부에서) 정신병동이 무릇 미친 사람만이 수용되는 공간이 아닌 정신병원에 갖혀서 정신이 건강한 사람도 미쳐 버리게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까지도 이 책은 그 감정의 폭풍우를 고스란히 담아놓았다.
문학이란 무릇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담긴 허구지만 이 책은 진정성이 느껴져 초반의 밋밋함과 갈길을 찾지 못하고 헤멧던 기억이 파르르 사라져버렸다. 처음부터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이 책을 살포시 놓은 독자가 있다면 필시 후회 할 것이다. 이 책의 묘미는 후반부!에 있음을 잊지 말기를. 끝까지 읽어나간다면 뜨거운 감동과 가슴이 뻐근해질 정도로 아릿한 휴먼 드라마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