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주자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안재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높은 빌딩 아래, 검은 옷을 입은 한 사람이 껌을 질겅질겅 씹으면서 총을 조준하고 있다. 타앙- 한 발의 총성이 울린다. 겨눈 총 부리에는 희미하게 연기가 바람을 타고 하늘로 올라간다. 투둑- 한 발의 총성으로 흰 셔츠에는 붉은 핏 자국이 베어 나왔다. 여기까지가 <탈주자> 표지를 보고 생각해낸 한 장면이다. 깔끔한 하얀 표지 아래 정중앙으로 총의 뒷 모습, 탄알이 나간지 얼마 되지 않은 연기, 투둑투둑 뭍어있는 핏자국, 총성에도 흔들리지 않는 한 사람 책을 읽기전에도, 읽고 나서도 <탈주자>의 표지는 내용의 함축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읽고나서 표지가 보여주는 깔끔함과 이야기를 상상하게 만드는 희미한 연기가 <탈주자>를 읽고 난 느낌과 동일하다.

잭 리처, 그를 생각하면 예전에 아버지가 보셨던 영화 <람보>가 생각났다. 어릴때 아버지 옆에서 보던 그 영화는 주인공 역할을 실베스타 스텔론이라는 배우가 했는데 울퉁불퉁한 근육질의 남자 ,강인한 군인의 이미지, 고독을 즐기는 그와 같은 인상을 받았다. 이야기는 큰 스크린에서 보는 것만큼이나 화려하고 군더더기 없이 진행된다. 영문도 모른채 수천 킬로미터나 되는 여정속에서 잭과 홀리는 트럭에 갖히게 되고 그들을 납치한 범인과의 여정은 쉼 없이 이어진다. 잭 리처와 홀리 뿐만 아니라 주인공 모두가 똑딱이는 시계바늘처럼 등장하고 사라지는 것도 바람같았다.

쿨하고, 빠르고, 힘차다!라는 책 뒷표지의 글처럼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스피디하게 넘어가는 책은 언제 다 읽지? 하는 물음을 하기 전에 책을 펴자마자 손에서 떨어질 수 없는 무언의 접착제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아! 벌써 이만큼이나 읽었네' 하는 말이 절로 나올만큼. 책을 읽기전 한창 독서에 빠지신 엄마께서 먼저 이 책을 읽으셨는데, 어찌나 빨리 읽으셨는지 금새 이 책이 나의 책상 위에 올라와 있었다. 눈이 침침하셔서 책을 장시간 읽지 못하시는 엄마께서도 이 책의 파워풀하고 힘찬 이 지적인 소설에 빠지시다보니 속도가 번개불에 콩구워먹듯 반짝! 빛난다. 스타일리시하다! 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지적인 미스테리한 이 소설은 그 어떤 책 보다 깔끔한 맛을 냈다.

2%의 아쉬움을 남기거나 여운을 남기는 소설이 아니다. 그런 소설을 찾는다면 이 책은 그런 책이 아니예요 라고 말하고 싶다. 너의 행복을 빌어줄께라고 말하며 가볍게 손을 흔드는 남자, 그가 바로 우리의 주인공 잭 리처이니까. 지금까지 많은 소설을 만나봤지만 이렇게 쿠울~한 주인공을 만나보지 못했다. 또한 강인한 주인공 조차도. 할리우드 영화를 리 차일드의 책과 비교하는 이유는 영화는 스크린에서 보여지는 것이지만 그의 책은 책으로도 눈 앞에 훤히 보일만큼 보여지는 날렵한 액션이다. 글을 읽음으로서 절로 투영되어 지는 잭의 활약상이 그려져 나도 모르게 그 상황을 즐기게 된다. 잭이 끌려가는 험악한 상황마저도.

똑딱이는 단추처럼 속 시원히 끝을 맺고 다시 여정길에 오른 잭을 보니 오히려 그 깔끔함에 혀를 내둘렀다. "이야기를 더 들려 달란 말이야 "라고 떼를 쓰고 싶을 만큼. 그러면 잭은 이럴테지.' 그 다음 이야기는 없어' '바이바이' 손을 흔들것이다. 그가 더 이상의 이야기는 없다니 다음 작품으로 그의 여정을 따라가야겠다. " 잭 리처여....다음 작품에서 볼때까지 바이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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