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13월의 미오카
이시다 이라 지음, 최선임 옮김 / 작품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만개하던 벚꽃이 어느새 바람에 휘날려 눈꽃으로 날린다. 꽃이 피고, 꽃이 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데도 생명의 빛이 꺼지며 사그러 들때는 늘 아쉬움이 남는다.  짧디 짧은 순간을 위해 고된 추위와 더위를 이기고 생명의 꽃을 피운 식물들을 보면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이시라 이라의 <아름다운 13월의 미오카>를 읽기 전부터 나는 대략의 이야기를 예상했었다. 제목과 띠지의 문구는 그야말로 이 책을 보고나면 절로 눈물이 흐를거라고 예고편을 던져주는거나 마찬가지였기에. <아름다운 13월의 미오카>를 떠올리면 절로 '신파' 이 두글자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문학이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단골 손님처럼 연인의 사랑, 연인의 병 때문에 갈라설 수 밖에 없는 아쉬움과 그리움을 그린 이야기. 그래도 나는 이런 작품들이 좋았다. 병때문에 주인공들의 삶이 끝까지 행복 할 수 없어도 짧디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을 다 내어주는 그 마음이 나는 좋았다.

<아름다운 13월의 미오카>를 읽고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눈물이 조금씩 나더니 어느새 속 눈썹이 촉촉해 질만큼 눈물이 났다. 미오카를 읽고서 단박에 서평을 쓰기가 어려웠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타이치군을 생각하니 더 마음이 아렸다. 이야기가 조금은 다르게 흘러가지만 좋아하는 배우가 출연했던 <청춘>이라는 드라마가 생각난다. 사랑했던 연인을 잃고 그녀와 처음 만났던 그 장소를 돌아보며 잠시 눈 내리는 하늘위를 쳐다보며 연인에게 무언가를 읊조리며 끝났던 엔딩컷이 머리속에서 영상이 계속해서 맴돌았다.

언제 발병이 될지 모르는 미오카는 순간순간 자신의 마음을 놓칠 수 없었고 강렬하게 표현했다. 남들이 보기에는 그저 자유분방한 철없는 여자처럼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남의시선 따위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 나의 생각, 표현하고자 하는 마음만으로도 그녀는 세상을 그렇게 살고 싶어했을 것이다. 병을 감추고, 병 때문에 제약을 가하면서. 똑딱똑딱~ 언제 터질지 모르는 다이나마이트를 머리속에 담고서 그렇게. 반면 타이치는 소심한 남자였다. 범생같은 그는, 남의 시선과 자신의 사이에서 고민하고 때로는 소심하게 비춰지기도 했다.

끌리는 마음은 어쩔 수 없는 것일까?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사람은 점점 두 사람의 간격이 점차 좁혀진다. 타이치는 그녀보다 더 좋은 조건의 아름다운 미모의 여자친구를 사귀지만 마음은 벌써 오롯히 미오카에게로 눈과 마음이 절로 가버렸다. 마음을 잘 표현하지 않았던 타이치가 용기있게 결단을 내린 건 미오카 때문이었다. 누군가를 만나면서 반응하는 화학적인 반응.

두 사람이 사랑하다가 한 사람이 사라지고 한 사람은 세상에 남았다. 누군가는 '선택'의 잘못을 추궁하거나 어떤이는 두 사람중에 누가 더 아깝다, 안됐다는 말을 할 것이다. 사랑에 있어서 부등식이 존재할까. 13개월간 두 사람이 사랑했고, 사랑했던 증거를 담고 있는 타이치는 가슴 가득 세상에 미오카가 살아있음을 증명 할 수 있는 그녀의 남자였다. 미오카가 타이치를 만나 성장하듯이 타이치 또한 미오카를 만나 한 여자를 깊이 사랑할 수 있는 멋진 남자가 되었다.

너와 함께 보낸 13개월 동안 네 생의 스피드가 떨어진 적은 없었다. 고마워, 미오카. 네가 생명을 불을 태우며 나에게 가르쳐 준 것은, 언제나 지금을 살라는 것, 그것 뿐이었다. - p.156

"타이치군. 내 증인이 되어줘."

(생략)

"내가 살아 있었다는 걸 증언하는 거야. 미네기시 미오카는 여기 살아 있었다. 타이치 군을 사랑했다." - p.208

(생략)

"내 생명의 불이 다 타는 마지막까지 타이치 군은 카메라맨이 되는 거야." - p.209

"알았어. 네가 살아 있었다는 사실에 내가 증인이 될게. 언젠가 마지막 때가 오면 그 불을 꺼줄게. 미오카, 나도 너와 함께 살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 - p.210

내 삶의 증거, 내 삶의 증거가 너이기를......어릴때는 곧잘 어른이 되면 쉽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줄 알았다. 하지만 어른이 된 나는 '사랑'이 '영원'을 담은 긴 시간을 포함한 '마음'을 담는 그 그릇이 다른이와 함께 포개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닫게 되었다. 사랑할 수 있는 것이 행복이고 그 것을 마음 깊이 '사랑'이 '그리움'이 존재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경이로운 것인지를. 미오카와 타이치가 이 세상에서 사랑을 했고, 그들이 존재했음을 타이치의 눈과 마음, 그리고 그의 심장만이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는 타이치의 글을 읽음으로써 함께 공범자가 되었다. 그와 그녀의 사랑을 증명해주는 글을 읽는 독자까지도.

아릿하고 향긋한 꽃내음을 맡으며....꽃잎이 만개하다가 사르르 지는 것처럼 사랑했던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는 봄날의 수채화였다. 페이지를 다시 펴면 두 사람이 존재하듯 먼 훗날 그들이 다시 재회 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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