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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나이프 ㅣ 밀리언셀러 클럽 98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2월
평점 :
반짝반짝, 화려한 보석이 박힌 표지와 날카로운 나이프. 화려하면서도 날카로운 책 표지를 보며 그냥 스쳐지나가지 못했다. 천사와 나이, 모순된 책 제목이 나의 시선을 끌어 당겼다. 왜 이런 제목을 작가는 지었을까 하는 의문이 앞섰다.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그것도 만장일치라는 이 소설. 일본 사람들이 에드가 엘런 포를 좋아해서 일본식으로 이름을 따 만든 상에서 이 책은 심사위원에게 몰표를 얻었다고 한다. 두둥실 기대되는 마음을 안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천사의 나이프>를 읽다 보면 꼭 언급하게 되는 책이 한 권있다. 이름하야 히가시노 게이고의 <방황하는 칼날> 이 작품을 거론 하는 이유는 <천사의 나이프>가 <방황하는 칼날>과 비슷한 주제를 갖고 있고 그쪽은 칼날, 이쪽은 나이프이기 때문이다. 그럼 두 작품 중에 한 작품만 읽어도 되냐고 물어보신다면 단연코 '아니오'라고 말하고 싶다. 둘다 '소년법'이라는 식재료는 갖지만 <방황하는 칼날>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 <천사의 나이프>가 말하고자 하는 라인이 틀리기 때문이다. 비교하는 걸 싫어하지만 위의 책과 비교해서 쓴다면 <방황하는 칼날>이 스토리 라인이 비교적 간단하다면, 이 책은 조금 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건들이 많이 나온다.
흡입되는 속도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 더 빠르게 다가가지만 <천사의 나이프> 또한 그 속도감은 줄지 않고 사건과 사건 사이를 오가며 퍼즐을 맞추듯 짜맞춰진다. 결론에 이르러서는 조각조각의 퍼즐이 하나의 큰 그림으로 맞춰지는 것이 짜릿하다. 전혀 생각지 못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이었다. 이야기 전체의 줄거리는 추리소설에 있어 스포일러에 가깝기에 생략한다. 다만 한가지, 이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살인을 저지른 후 피해자와 가해자의 '생각'과 '행동양식''갱생'이라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주제였다. 각자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그들의 행동에 가차없이 칼을 들여야하지만 '어린 새싹'이라는 점에 있어서 기회라는 것과 '용서'에 있어서 어떤 시점을 바라봐야 하는지 이 책을 통해서 여러가지 방법론을 떠올렸다.
단순하지 않는 문제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떠오르는 법률의 맹점은 이 소설을 통해 여과없이 보여주는 것 같아 책을 읽으면서 통쾌하기도 했다. 물론 그 폐해의 맹점을 통해 욱, 하기도 했지만.전반부보다는 후반부에 달려가는 속도감과 반전이 아! 하고 탄성이 터져 나온다. 재밌다는 말을 많이 하더라도 읽는 사람이 그 이야기의 즐거움을 알아야 이야기의 맞장구를 치듯 서평만으로는 감이 잘 잡히지 않을 것이다. 야쿠마루 가쿠의 첫 소설이라는 점이 놀라웠고, <방황하는 칼날>을 비교해도 그만의 스토리라인과 속도가 뒤지지 않았기에 앞으로의 그의 차기작이 무척 기대가 된다. 첫 작품이라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만큼 <천사의 나이프>는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천사의 나이프>를 읽고 <방황하는 칼날>을 읽거나 두 작품을 비교하며 읽는 재미가 더 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