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안에서 풀어나가는 미스테리의 난제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 ㅣ 미타라이 기요시 시리즈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옮김 / 시공사 / 2009년 3월

 요즘 그 어느때 보다 추리소설의 재미에 푹 빠져 들었다. 어릴 때는 곧잘 살인, 범죄등 어두운 사회의 이면의 장면들을 보는 것이 잔인하고 무서움을 자극하는 것 같아 접하지 않는 장르의 책이었다.그러다가 재미를 붙인 것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방황하는 칼날>을 접하고 나서 부터 그 재미에 푸욱 빠져 들어갔다. 그 이후 '어두컴컴한 아이'라고 명명하며 하나하나 추리소설을 섭렵해 나가고 있다. 그동안 왜 이런 장르소설을 읽지 않았나 하는 마음이 들만큼 트릭과 장치, 범죄, 살인등 무시무시하지만 책을 놓을 수 없어 자꾸 손이 가게 되는데 그 때문인지 또 하나의 책을 만났다.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는 내가 읽었던 여타의 범죄소설과는 다른 범주에 든 소설이다. 아마도 내가 많은 추리소설을 읽지 않아 더 생소하게만 느꼈던 소설이 아닌가 싶다. 실생활에서 일어날 법한 사건이나 사회성을 부여한 소설이 아니었기에 더 소설같이 느껴지던 책이었다. 바깥으로 등장인물이 걸어나오는 것이 아닌 밀실안에서만 존재하듯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는 기울어진 저택 안에서 등장인물의 행동과 말투, 그 후에 일어나는 살인사건의 미스테리를 풀어나간다. 공간안에서 풀어나가는 사건은 마치 종이인형을 가지고 놀이하듯이 보여지는 것이 특징이다.

인물들의 성품이나 보여지는 행동과 기울어진 저택의 독특하면서도 복잡한 공간은 놀이동산 같기도 하면서 미로에서 탈출구를 찾듯 저택의 트릭에 대해 재미를 느끼며 미스테리를 풀어나가는 재미또한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때로는 그림을 보며 너무 복잡해서 미스테리를 풀어나가기 힘들었지만 수수께기를 풀듯 풀어나가니 금새 미로의 끝이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읽으며 재미를 붙여나가서 그런지 사회성이 부여된 책 보다는 진도가 훨씬 더디게 나갔다. 밀실에서 일어난 미스테리가 흥미롭긴 하지만 살인을 저지를 만큼 정당성이 부여되지 못함은 아쉬운 마무리가 아닌가 싶다. 뒤끝이 흐렸다고 할까. 아무튼 그렇다. 살인을 우발적으로 할 수는 있지만 추리소설의 재미는 확실히 정당성을 부여한 살인이 그 재미가 배가 된다.

2%로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무대가 되는 공간의 활용도는 뛰어났다. 등장인물간의 갈등 또한 이 책을 읽는 재미가 있어 초보 추리소설을 접하고 있는 나에게는 새로운 느낌을 주는 소설이었다. 화려한 트릭과 미스테리는 미스테리를 풀어내는 그 재미가 추리소설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